홍콩 민주당, 창당 30년만에 공식 해산…"민주화 세력 붕괴"

  • 등록 2025.12.15 11: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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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대 야당, 2월부터 해체 수순…14일 총회서 해산안 가결
中압박 속 주요 민주 정당 모두 해산…"권위주의 사회로 퇴보"

 

올해 초부터 해체 수순을 밟아온 홍콩 민주당이 창당 30여년 만에 해산하기로 공식 결정하면서 홍콩의 공식 민주화 세력이 사라지게 됐다.

 

15일 로이터·AP·교도통신과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개최된 민주당 임시총회에서 당 해산 동의안이 가결됐다.

 

로킨헤이 민주당 대표는 투표에 참여한 당원 121명 가운데 117명이 해산에 찬성표를 던졌고 4명이 기권했다고 밝혔다. 반대표는 없었다.

 

이에 따라 홍콩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30여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지도부가 당 해산 방침을 정한 뒤로 해체 수순에 들어가 4월 해산 결의안을 마련하고 이날 총회 투표에 부쳤다.

 

로 대표는 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우리는 한 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힘닿는 범위에서 모든 것을 시도해왔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전반적인 정치적 환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창당 멤버인 영섬 부대표는 "(민주당의) 해산은 홍콩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서 권위주의 사회로 퇴보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저점이지만 모든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아래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그러나 민주당의 해산이 홍콩에서 수십년간 이어져 온 민주화 세력이 사실상 붕괴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AP는 "홍콩 최대 민주화 정당의 해산 결정으로 한때는 다양했던 홍콩 반(半)자치 시의 정치 지형이 종말을 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민주당의 해산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안보 단속에도 남아있던 홍콩의 자유주의 목소리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달성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해산 사유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당국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당 지도부는 앞서 외신 인터뷰 등에서 중국 당국자 등으로부터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보통선거권을 주장하고 당헌에 '홍콩은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라고 적시하는 등 온건 자유주의 성향의 정당으로 평가된다.

 

1994년 창당해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다음 해인 1998년 입법회 선거에서 60석 중 13석을 차지하는 등 홍콩 민주 세력을 대표해왔다.

 

민주당의 공식 해산 결정은 고층아파트 화재 참사 여파 속에 지난 8일 야권 후보 없이 홍콩 입법회 선거가 실시된 지 약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홍콩에서는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2021년 '애국자만 출마 가능' 조건을 단 선거제 개편 등을 거치며 야권 세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민주진영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체포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지난해 3월 시민당이 공식 해체했고 올해 6월에는 사회민주당연맹(LSD)도 해산했다.

 

홍콩 침회대 정치학 교수였던 벤슨 웡은 민주당의 해산이 "결국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점진적으로 종말을 맞이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 당국이 당신을 적으로 간주하면 아무리 온건한 입장이라도 언제나 적으로 남게 된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연합뉴스)

권혜진 rosyriver@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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