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가 지난달 중남미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가운데,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의료진이 약물을 투여해 죽음을 돕는 '적극적인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2012년 제정된 '존엄사법'을 통해 말기·불치·비가역성 질병 진단을 받은 환자 또는 그 가족이 고통만 연장하는 치료나 처치를 거부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생명 유지 장치(수액, 영양공급 등)의 중단은 허용되지만, '적극적' 죽음의 보조는 아직 불법인 셈이다.
현지 매체 인포바에는 2009년 비가역적 뇌 손상을 안고 태어난 카밀라 산체스의 경우를 소개하면서 산체스 사례가 2012년 아르헨티나 '존엄사법' 제정에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산체스는 '비진행성 만성 뇌병증' 진단을 받고 태어났으며, 살아있는 3년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갔다.
그의 어머니 셀바 에르본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딸을 위해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강하게 싸웠고 결국 '존엄사법'이 제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교통사고로 20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로 지난 마르셀로의 경우는 가족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존엄사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병원·후견인·검찰이 반대하면서 연방대법원까지 가서야 겨우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인포바에는 존엄사를 넘어 '적극적인 안락사'를 요구하는 루게릭병 환자 알폰소와 아드리아나의 사례도 전했다.
이들은 의료진이 약물을 투여해 평온한 죽음을 돕는 행위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는 단순한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존엄사법'에 견줘 생명 유지의 자기 결정권 문제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알폰소는 루게릭병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마지막엔 눈동자와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언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권리"를 주장했으며, 2019년 36세로 사망했다.
아드리아나는 65세에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하루에 7명의 간병인이 필요했으며, 2시간마다 두 명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에 가야 하는 상황을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극도의 굴욕'이라고 표현했다.
2023년 사망한 그는 스스로를 "지속적인 미이라 상태"라고 칭했다.
지난달 15일 우루과이에서 '적극적 안락사법'이 통과되자, 아르헨티나에서도 말기·비가역적 질환을 앓는 환자와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삶의 방식은 매일 스스로 선택하는데, 죽음의 방식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제기되고 있으며, 현재 아르헨티나 의회에도 '적극적 안락사' 법안 5건이 제출된 상태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