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내년부터 '저위험 권총'을 도입하는 가운데 표준 규격을 마련한 후 구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저위험 권총 9천126정 구매 예산으로 136억8천900만원을 편성했다. 1정당 가격은 150만원이다.
1발에 3천150원인 플라스틱 탄환 246만400발도 77억5천만원을 들여 구매한다. 권총과 탄환을 합친 총예산은 214억3천900만원이다.
경찰이 현재 사용하는 38 권총은 1정당 95만원, 탄환은 1발당 355원이다. 저위험 권총이 기존 권총보다 1.5배, 탄환은 실탄보다 약 9배 비싼 셈이다.
경찰청은 38권 총이 지나치게 높은 살상력으로 현장 사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2022년부터 저위험 권총 도입을 추진 중이다. 위력이 권총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테이저건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약한 관통력과 사거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이유다.
현재 경찰의 실탄 발포 사례는 매년 한 자릿수에 그친다. 올해 1월∼8월의 경우 단 한 차례 사용됐다. 그러면서 범죄에 소극적 대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내년 서울·부산 지역 46개 경찰서에 저위험 권총 훈련용 30정씩을 보급한 뒤 2027년부터 현장 배치를 시작할 계획이다. 2029년까지는 전국 현장 배치를 완료한다.
다만, 2025년도 저위험 권총 구매 관련 예산이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성능 실험과 안전성 검사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아 구매가 보류된 상황이다.
예결위는 보고서에서 "성능실험 등과 별도로 표준 규격 마련을 위한 연구개발(R&D) 과제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예산 집행이 지연된 올해 구매분은 확정된 표준 규격을 반영해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훈련 기간인 내년 안으로 저위험 권총 운영과 관련한 세부 준칙을 마련해 현장 배치 전 운영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라고 덧붙였다.
예결위는 신형 경찰 점퍼 도입에 따른 혼란 방지책도 주문했다.
내년 예산안에는 신형 점퍼 구매를 위한 211억4천200만원이 반영됐다. 전체 교체 인원 13만3천760명 중 외근 인원 7만240명만 교체할 계획이다. 경찰은 막대한 예산 소요를 고려해 내근직은 내후년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예결위는 "국민 인식 혼란 가능성에 대비한 구체적 방안은 미흡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대국민 홍보, 명확한 착용 지침 마련 등 보완책을 주문했다.
진술영상녹화실 예산에 대한 감액 의견도 나왔다. 현재 전년 대비 3억7천900만원(38.1%) 증액된 13억7천300만원이 편성됐지만 예결위는 최근 5년간 진술영상녹화 실시율이 5% 내외라면서 신규 설치보다는 기존 시설 활용 제고를 주문했다.
업무 중첩 논란이 제기돼온 기동순찰대와 지구대·파출소의 업무 범위를 구분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예결위는 "일상적 순찰부터 국가적 비상사태 대응에 이르기까지 상황별 임무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지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