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노사교섭 본격화…임금·채용 이견에 '험로' 예고

  • 등록 2025.10.08 07: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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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노조와 개별교섭…임금인상·근무환경 개선 등 요구 상이
과반 1노조 '총인건비 개선·인력충원' 요구하며 강경 모드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추석 연휴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임금 인상과 신규 채용 등 주요 안건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노사 간 견해차가 큰 데다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와 맞물려 교섭이 이전보다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서울교통공사 노사에 따르면 공사는 8월 중순부터 3개 노조와 조합별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공사에는 제1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제3노조인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이 있다.

 

7월 기준 조합원 수는 1노조가 9천36명(57.4%)으로 가장 많다. 이어 2노조(2천577명·16.4%), 3노조(1천988명·12.6%) 순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섭 창구 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3개 노조와 개별 교섭이 진행된다. 가장 규모가 큰 1노조와는 이달 초까지 2차례 본교섭과 10여차례 실무교섭을 했다.

 

각 노조의 요구안 세부 내용이 다른 상황에서 일일이 교섭해야 하는 점은 사측 입장에서 부담이다.

 

우선 임금인상률과 관련해 세 노조는 다른 숫자를 제시했다. 1노조는 5.2%, 2노조는 3.4% 인상을 주장하고, 3노조는 3.7% 인상을 내걸었다.

 

사측의 경영혁신안을 두고는 1노조는 폐기, 3노조는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2노조 역시 정원 확대를 주장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사는 적자 타개와 업무 효율화를 위해 2026년까지 2천212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내용의 경영혁신안을 지난 2021년 마련한 바 있다.

 

이 혁신안은 작년 임단협 협상에서도 주요 쟁점이었다. 당시엔 신규 채용 실시와 함께 혁신안 관련 협의를 별도로 이어가기로 하면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다만 경영혁신안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커서 여전히 노사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밖에 지하침실 지상이전 추진(1노조), 전 분야 1인 침대 설치(2노조), 냉난방 미비 침실 개선(3노조) 등 근무 환경 관련해서도 다양한 요구안이 제시됐다.

 

쟁점은 임금 인상과 신규 채용 규모다. 사측은 정부 지침(3.0%)을 준수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 계획을 밝혔다. 3.0%를 온전히 올릴 경우 필요한 재원은 약 328억원으로 추산된다. 연말 추정 잔여 재원이 199억원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3.0%만 올려도 이미 129억원의 임금 잠식이 예상된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또 세 노조는 2인1조 근무 실현을 위해 신규 채용 규모를 조속히 확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경영혁신안에 따라 서울시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1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수당의 재원을 회사의 총인건비로 설정해 수당이 기본급 재원을 잠식하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총인건비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영혁신안에 따른 감원도 반복되는 분쟁 요인으로, 조속히 신규 채용 규모를 확정해야 정년퇴직 인원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교섭 결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 시간대 근로자의 대중교통 편의를 위해 지하철 첫차 시간을 오전 5시로 30분 앞당기는 안건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미 세 노조 모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힌터라 사측도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을 분위기로 전해졌다.

 

교섭은 개별적으로 진행되나 임단협의 실질적 주도권은 과반 노조인 1노조가 쥐고 있다. 전체 직원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교섭 결렬로 단체행동에 나섰을 때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작년 임단협에서는 교섭 결렬과 지노위 조정 실패로 1노조가 11월 20일부터 준법운행을 했다.

 

1·3노조는 12월 6일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전날 시작한 5차 본교섭에서 밤샘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연합뉴스)

권혜진 rosyriver@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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