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송이 장미' 러 국민여가수 "고국 잘못 지적하는 것도 애국"

  • 등록 2025.09.12 10: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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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발발후 러시아 떠나…유튜브 인터뷰서 푸틴 비판

 

옛 소련 시절부터 '국민 여가수'로 군림했던 러시아 가요계의 전설 알라 푸가초바(76)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망명중인 러시아 출신 언론인 카테리나 고르다예바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푸가초바와의 인터뷰를 담은 3시간 38분 분량의 영상을 1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푸가초바는 "(푸틴 집권 초기에) 그는 정말 놀랍도록 올바른 말을 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그랬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했고 선거운동도 해줬다고 설명하고 "이제는 모든 것이 충격"이라고 말했다.

 

푸가초바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고국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남편인 코미디언 막심 갈킨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전쟁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으며, 이 때문에 러시아 당국과 우익 인사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당시 푸가초바는 남편을 보호하려고 현재 크렘린궁 제1부비서실장이자 푸틴의 오래된 측근인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 총리를 만났다.

 

키리옌코는 "당신은 국가적 자부심"이라며 괜찮을 테니 안심하라고 말했으나 면담 이틀 후 러시아 당국은 갈킨을 공식적으로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즉 외국의 로비스트로 규정하고 제재를 가했다.

 

이어 자녀들까지 괴롭힘을 당하자 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가족은 러시아를 떠났다.

 

고르데예바로부터 '러시아를 떠나지 않는 것도 고려해봤느냐'는 질문을 받은 푸가초프는 조용히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자신도 남편도 판단했다며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양심은 명성보다도, 사치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가치가 더 크다. 특히 내 나이가 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되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남편과 똑같다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자신도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하라고 러시아 당국에 항의한 바 있다.

 

푸가초프는 고르데예바에게 "이것(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상세히 얘기하지는 않겠다. 내가 전쟁에 반대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큰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가 겪는 고통은 두번째로 크고, 가장 큰 고통은 우크라이나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올해 8월 중순에 푸가초프의 라트비아 집에서 이뤄졌으며, 이 인터뷰 영상은 이틀도 안 돼 조회수 670만여건을 기록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가초바가 본격적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7년여만에 처음이다.

 

이번 인터뷰를 한 고르데예바는 WP에 "서방과 달리 러시아에는 스타가 소수에 불과하다"며 푸가초바에 대해 "영향력이 엄청나지만 대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는 상징적 존재"라고 설명했다.

 

푸가초바와 그 가족은 2022년 우크라이나전 발발 후 러시아 당국의 탄압을 피해 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옛 소련 시절인 1960년대부터 러시아에서 국민 여가수로 엄청난 인기를 누려왔으며, 옛 소련 말기인 1991년에 '소련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소련 시절에는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는 '알라 푸가초바 시대'의 소소한 정치인"이라는 농담이 있었을 정도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푸가초바가 부른 노래 중 1982년에 나온 '백만송이 장미'는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하다.

 

이 곡은 원래 1981년에 나온 라트비아 가요 '마라가 준 인생'에서 가사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꿔 만든 러시아어 번안판이며, 그 후에 한국어·영어·일본어 번안판도 나왔다.(연합뉴스)

권혜진 rosyriver@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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