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낸 적 없는데…AI 가짜신곡에 팬들 환호·가수들 당혹

  • 등록 2025.08.24 11: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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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가수 신곡 나오기도…"안 들키려고 덜 알려진 가수들 표적 삼는듯"

 

영국의 포크 가수 에밀리 포트먼은 팬에게서 새 음반을 칭찬하는 메시지를 받고 당황했다. 최근 내놓은 음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포트먼은 팬이 올려놓은 링크를 통해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음반 '오르카(Orca)'를 발견했다.

 

오르카에는 '백리향 가지', '조용한 벽난로' 등 그가 선택할 법한 제목을 단 노래 10편이 수록돼 있었고,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약간 어눌했지만, 포트먼과 유사한 포크 스타일이었다. 악기 연주도 기이할 정도로 비슷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음악 때문에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겪은 가수들의 사례를 2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포트먼은 가짜 음반을 들은 소감에 대해 "명백히 AI로 생성된 것이지만, 내 음악을 영리하게 학습한 것 같았다"면서 "정말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가 만들어낸 노래에 인간의 창의력이 결여돼 '공허하고 깨끗하기만 한 소리'로 들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는 결코 그렇게 완벽한 음색으로 노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난 인간이니까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며칠 뒤에도 포트먼의 이름으로 된 가짜 AI 음반이 스트리밍 페이지에 등재됐는데, 이번에는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음반이었다.

 

포트먼은 두 가짜 음반을 삭제하려고 저작권 신고를 제기했다. 일부 플랫폼은 가짜를 빠르게 삭제했지만,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서는 앨범 삭제에 3주가 걸렸다.

 

그는 이번 경험에 대해 "디스토피아의 시작처럼 느껴져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조시 코프먼도 최근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가짜 AI 신곡을 접했다. 엉터리 영어 가사에 키보드 전자음으로 된 노래였다.

 

코프먼은 "음악은 우리 영혼의 서명인데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며 "사람들도 컴퓨터로 만든 게 분명한 이상한 음악을 내놓으려고 누군가 내 프로필을 이용한 것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코프먼 외에도 포크록과 아메리카나(포크·컨트리·블루스 등이 혼합된 장르) 가수들 여럿이 자신들의 이름으로 등록된 가짜 신곡과 마주했다.

 

이들 AI 신곡은 음반 표지가 같은 스타일이고, 주로 인도네시아 이름의 음반 레이블에서 출시됐으며, 상당수가 작곡가를 지안 말리크 마하르디카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출처가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이미 사망한 가수의 신곡이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발생했다. 1989년 사망한 컨트리 가수 블레이즈 폴리의 페이지에 신곡이 등록된 것이다.

 

폴리의 음반사 소유주인 크레이그 맥도널드는 AI로 만든 가짜 노래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짜 신곡 때문에 피해를 본 가수들은 누가 왜 이런 가짜 음반을 만들어서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포트먼의 가짜 음반 크레딧에는 프레디 하우얼스라는 제작자 이름이 기록돼 있었지만 그런 이름의 제작자나 음악인은 없었다.

 

코프먼은 왜 자신과 같이 조용히 살아가는 음악가가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만약 수익금을 노리는 거라면 왜 거물급 스타를 노리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디어 기술 분석업체 '미디아 리서치'의 타티아나 시리사노는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으려고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를 노리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시리사노는 스트리밍 업체도 "점차 AI를 통해 가짜 음반을 발견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권혜진 rosyriver@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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