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200% 아래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적용 후)은 197.9%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206.7%) 대비 8.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킥스 도입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과조치 효과를 제거한 순수 킥스 비율은 184.2%로, 이 또한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전분기 대비 12.7%포인트 하락한 190.7%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9월(20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손해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도 2022년 12월(206.4%) 이후 최저치인 207.6%로 나타났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는 생보사 172.2%, 손보사 200.9%로 하락 폭이 더 커진다.
특히 요구자본이 급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3월 말 기준 보험사의 가용자본은 249조 3천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 3천억원 늘었으나, 요구자본은 126조원으로 5조 9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장기보장성보험 판매에 따른 장애·질병위험액 증가(+3조원)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미스매칭 확대에 따른 금리위험액 증가(+1조 7천억원)가 주된 원인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특히 롯데손해보험, 푸본현대생명, 캐롯손해보험 등은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크게 밑돌았다.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이면 당국은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등 적기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119.9%로 전분기(154.6%) 대비 34.7%포인트 급락했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는 101.6%로, 법정 최소 기준(100%)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롯데손보는 경영실태평가에서 자본 부문 4등급을 받아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위해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푸본현대생명 역시 145.5%로 권고치에 미달했다. 동양생명도 127.2%로 권고치 이하로 떨어졌고, 캐롯손보는 68.6%로 법정 기준(100%)에도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캐롯손보는 전분기(156.2%) 대비 87.7%포인트라는 큰 하락을 기록했다.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은 전분기(184.9%) 대비 7.7%포인트 하락한 177.2%로, 처음으로 170%대를 기록했다. 한화생명도 154.1%로 9.7%포인트 하락했다. 경과조치 적용을 받은 교보생명은 186.8%를 기록했으나, 경과조치 미적용 시 145.8%로 150%를 밑돈다. 손보사 중에서는 현대해상이 159.4%로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고, 삼성화재(266.6%), DB손보(204.7%) 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킥스 권고 비율을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해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6월부터 보험업권 건전성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할인율 규제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동시에 보완자본을 제외한 핵심자본 위주의 기본자본비율 도입을 예고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 급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금융당국의 할인율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 금리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회계상 이익(CSM)을 늘리기 위해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금리 하락에 대비한 ALM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자산 듀레이션 확대와 부채 듀레이션 축소 노력을 병행해야 하며, ALM 관리가 미흡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롯데손보, 푸본현대생명, 캐롯손보 등 권고치 미달 보험사들은 자본확충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지급능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감독당국의 추가 대책과 보험사들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