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을 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이 늘면서 60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이 청년층과 같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고령화 영향으로 일하는 노인은 대폭 늘어났지만 청년층은 '쉬었음' 등으로 구직시장 이탈 비중이 커지면서 노령층이 점차 노동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달 60세 이상 경활률(전체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49.4%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이라는 뜻이다.
60세 이상 경활률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p) 상승했다. 1999년 6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뒤로 가장 높다.
고령화 영향으로 2011년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점차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상승 폭은 4.6%p로 같은 기간 15세 이상 인구 경활률 상승폭(2.6%p)의 두배에 육박한다.
노령층 경활률은 최근 하락세인 15∼29세 청년층 경활률을 사실상 따라잡았다. 지난달 청년층 경활률은 49.5%로 60세 이상과 차이는 0.1%p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이미 추월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올해 1분기 기준으로 60세 이상 경활률이 청년층보다 높은 곳은 10개로 절반이 넘는다. 지방 소도시에서 뚜렷했던 이런 흐름은 최근 대구·광주 등 대도시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청년층 경활률은 작년 5월 이후 13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등 구직시장을 이탈한 청년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청년층 '쉬었음'(39만6천명)은 1년 전보다 3천명 줄며 13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올해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증가세다. 제조업·건설업 등 양질 일자리 부족, 대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선호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모습은 노령층이 주류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노령층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무조건 좋게 볼 일은 아니다. 높은 노인 빈곤율, 연금 수령 시기 연장에 따른 소득 공백 등 현실에 비춰보면 상당수가 생계형 노동에 시달리는 은퇴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65세 이상 연금 소득자의 월평균 연금 소득은 80만원 수준으로 1인 가구 월 최저 생계비 134만원(2024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노인 일자리 상당수가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점도 높은 경활률의 그늘을 보여준다. 작년 8월 기준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281만2천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구직을 단념하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은 노동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