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칼럼] 추다혜차지스가 빌어주는 행복,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2021.05.24 18:36:55

 

[라온신문 김혜련 기자] 추다혜차지스는 과거 씽씽밴드의 보컬리스트, 추다혜를 주축으로 구성된 밴드다. 추다혜차지스로는 활동 기간이 짧을지 몰라도 윈디시티, MFBTY의 레코딩 및 라이브 세션 등,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을 해온 기타리스트 이시문, 김반장과 윈디시티, 까데호의 베이시스트 김재호, 까데호의 드러머 김다빈 등 인디씬에서 실력파로 알려진 잔뼈 굵은 구성원으로 만으로 이뤄진 어벤저스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사이키델릭적인 사운드에 그 바탕에는 전통 굿이 탄탄히 받혀주면서 또 대중성을 위한 펑크적인 요소도 합쳐진 일명 ‘펑쿳(Funk와 굿이 합쳐진 추다혜차지스만의 장르)’을 선보인다. 이들이 내놓은 정규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는 과연 얼마나 독특하고 생경한 음악으로 가득할까.

 

그러고 보니 앨범 이름에 ‘당산나무’가 등장한다. 당산나무는 잎이 피는 상황과 방향 시기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알아보기도 하는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곳이다. 이에 마을의 굿은 당산나무 아래서 치러졌는데 마치 이 앨범이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일어날 굿판을 예고하는 듯하다.

 

첫 곡 ‘undo’가 주는 강렬함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여봐라’로 시작되는 곡은 1분이 채 되지 않지만 추다혜의 목소리와 함께 추임새를 기타 소리로 대신하는 독특함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다음 트랙인 ‘비나수+’는 평안도의 다리굿을 바탕으로 한 곡이다. 무당의 방울 소리가 들리더니 블루지한 분위기로 이내 옮겨가고 찰진 추다혜의 보컬은 다 같이 굿판을 벌이는 느낌이다. 이윽고 굿판에 갑자기 나오는 독특한 가사가 귀에 꽂힌다. ‘서울하고도 특별시라 서대문구 연희동 로그스튜디오로’.  귀를 기울이면 추다혜차지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똑똑한 연결 요소들이 보인다. 

 

이어 나오는 ‘오늘날에야’는 피안도의 서낭굿, 제주도의 영등굿, 황해도 재수굿 모두 모아 굿 패키지로 복을 빈다는 내용으로 마지막 부분, ‘부정을 씻기 위해 새도림으로 넘어가자’며 다음 트랙을 직접 소개하는 재치까지 더했다. 다음 트랙인 ‘사는새’는 제주 굿인 ‘새도림’가 모티프가 됐다. 곡은 신명나는 굿판과는 다르게 재즈를 연상시키는 기타 사운드가 흐르는데 그 나름의 조화로움을 가지고 진행된다. 곡이 진행되면서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는데 마지막에 깔리는 색소폰 소리는 그루브감을 더하면서 마무리된다.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리츄얼댄스’는 힙합과 알앤비 음악을 연상케 하는 대중적인 멜로디에 펑크의 그루브가 리듬을 타게끔 한다. 여기에 추다혜의 독특한 창법은 그야말로 잘 섞인 퓨전 음악을 선보이는 듯하다. ‘리츄얼댄스’는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음악이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상을 수상했다.

 

다음 트랙은 레게다. 황해도굿 쑹거타령에 무녀가 복과 풍어를 주는 소리를 메기면 배꾼들이 뒷소리를 받던 ‘어허리 쑹거야’에서 모티프를 얻은 ‘에허리쑹거야’는 레게 풍의 리듬과 함께 멜로디와 가사가 중독적이다.

 

굿 받아가요 복 받아가요 여러분의 차지로 받아가요

아에헤에헤에 여러분의 차지로 받아가요

다 지나가요 다 지나가요 힘듦 설움 아픔도 다 지나가요

아에헤에헤에 힘듦 설움 아픔도 다 지나가요

차지로다 차지로다 이제 우리 복 받을 차지로다

아에헤에헤에 이제 우리 복 받을 차지로다

 

타이틀 곡이기도 한 다음 트랙 ‘차지S차지’는 블루지하게 시작된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음악은 중간 부분 레게풍으로 변주된다. ‘몫’이라는 뜻의 ‘차지’를 계속해서 반복하며 ‘모두의 차지’를 강조하는 이번 곡은 힘든 시기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았으며 이는 누군가의 복을 빌던 굿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마지막 트랙은 ‘복Dub’이다. ‘에허리쑹거야’의 리믹스 버전으로 미래적인 사운드가 돋보인다.

 

 

추다혜차지스의 앨범을 들었을 뿐인데 재즈, 펑크, 락, 힙합, 레게 등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 장르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동안 전통음악과 현대 음악의 크로스오버를 꾀한 작품은 많았지만 국악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낮은 무가와의 접목을 시도한 적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왜 하필 무가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추다혜는 한 인터뷰를 통해 “무가에는 누군가를 위한 ‘치유’의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음악이 개개인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고 그것이 즐거움과 안정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이 예술로서 무가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통해 무가가 대중화됐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추다혜차지스의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로 누군가의 치유와 행복을 비는 무가의 뜻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다. 

김혜련 kimhy@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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