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식, 국채보다 나을 게 없다…기대수익 차이 20여년 만에 최저

하나證 "S&P500 일드갭 2.3bp…채권 대비 주식 매력 소멸 직전"
IBK證 "금리 상승, 경기 호조보다 할인율 부담으로 인식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대에서 내려오지 않으면서 미국 주식과 국채의 기대수익률 격차가 20여년 만에 가장 좁아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이 산출한 지난달 29일 기준 S&P500 일드갭(Yield Gap)은 2.3bp(1bp=0.01%포인트)로 2004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일드갭은 주식 기대수익률에서 10년물 국채금리를 뺀 값으로 0에 가까울수록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에 투자해 얻는 추가 보상이 작다. 지난달 29일 S&P500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로 이를 역산한 기대수익률은 5.26%였다. 같은 날 10년물 금리 5.24%와 사실상 같은 수준이다.

 

IBK투자증권이 이날 12개월 선행 PER 19.17배로 계산한 S&P500 이익수익률 역시 5.22%로 10년물 금리와 비슷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채권 대비 주식 투자 매력이 소멸되기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10년물 금리는 9월 14일 장중 5%를 넘은 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8월 말 대비 9월 상승분 41bp 가운데 39bp가 실질금리 몫이었고 기대인플레이션 상승분은 2bp였다. IBK투자증권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대가 강해진 데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이 기간 프리미엄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이 S&P500과 10년물 금리 변화의 5년 이동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두 지표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수요 확대와 경기 개선이 금리를 밀어 올리는 경우가 많았고 기업이익 증가가 금리 부담을 상쇄해 주가도 함께 올랐다. 금리 상승을 증시 악재로 보는 통념과 다른 양상이 20년 동안 이어진 것이다.

 

2020년대 들어 상관관계는 음(-)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 관세 등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커졌고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 부담도 늘었다. 김예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장기금리 상승이 경기 개선의 신호라기보다 할인율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졌다"라며 "현재와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상승에 대한 증시의 부담이 과거 저금리-저물가 국면보다 커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미국 경제가 기술 산업 중심의 투자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국제유가가 내려가더라도 실질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S&P500 기업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은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36%로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달 3일 미 국채의 편의수익률이 소멸했다고 언급했다. 편의수익률은 투자자가 국채의 안전성과 유동성을 이유로 감수하는 낮은 수익률로 그동안 국채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월러 이사가 인용한 해노 러스티그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에서 편의수익률은 수년간 줄어들다 지난 7월부터 거의 사라졌다.

 

국채 발행잔액이 40조달러를 넘어 희소성이 떨어진 데다 연준과 딜러 대신 가격에 민감한 헤지펀드가 주요 매수자로 자리 잡은 영향이다. 헤지펀드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21년 말 900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2조 7000억달러로 늘었다. 국제금융센터는 재정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0%로 시장 예상치 3.3%를 밑돌았지만 10년물 금리는 장중 5.3%를 넘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현재 금리 상승은 견조한 성장, 높은 유가, 회사채 공급, 장기채 수급 부담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분기 말 채권 매수 수요에도 장기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서 주식 시장의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2023년 10월에도 10년물 금리가 5%에 근접하면서 일드갭이 0%포인트 수준까지 줄었다. 당시 S&P500은 7월 고점 대비 약 10% 하락했다.

 

 

S&P500은 8월 이후 7,700선 전후에서 횡보하다 지난달 30일 7,651.5에 마감했다. 2023년과 달리 지수가 큰 조정 없이 유지되는 것은 기업이익 덕분이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가파르게 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 IBK투자증권의 설명이다.

 

업종별 주가는 이익 개선 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7월 말부터 9월 29일까지 IT 업종이 약 10% 오르는 동안 금융과 산업재, 경기소비재는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은 6~8월 매출이 1년 전의 5배에 육박하는 542억 3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510억 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9월 고점인 배럴당 105.8달러에서 내려온 것도 지수 조정 압력을 줄였다. 지난달 30일에는 WTI가 90.42달러, 브렌트유가 103.53달러로 다시 올라 유가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나증권은 과거 시장 데이터를 적용해 WTI가 90달러에서 80달러로 내리고 10년물 금리가 하락할 경우 S&P500의 기대수익률을 13%로 추정했다. WTI가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고 금리도 상승하면 -13%로 계산했다.

 

하나증권은 1999년 하반기를 지금과 비슷한 국면으로 제시했다. 당시 미국은 기술 산업 투자로 성장하는 가운데 연준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렸고 10년물 금리는 4.6%에서 6.4%로 상승했다. 같은 소프트웨어 업종에서도 오라클 주가는 하반기에 202% 오른 반면 IBM은 17% 내렸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폭이 주가를 가른 변수였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ROE가 오르고 잉여현금흐름(FCF)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AI 관련 투자로 S&P500의 설비투자 대비 FCF 비율이 2021년 200%에서 120%까지 떨어져 2010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연구원도 실적 개선이 뚜렷한 업종과 기업 중심의 주가 차별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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