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소비자보호 KPI 실효성 미흡…금감원, 한투·삼성 등 5곳에 개선 요구

메리츠·토스·NH투자증권도 지적…NH는 해외주식 부서 KPI에 수익 지표만

 

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증권사 다섯 곳의 성과평가지표(KPI)가 투자자보호 유인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개선을 요구했다. 소비자보호 항목을 KPI에 넣어두고도 임원이나 부서 간 점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고 민원 건수 하나로만 평가하거나 해외주식 중개 부서에 수익성 지표만 둔 곳도 있었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5일 한국투자증권에 경영유의사항 3건과 개선사항 1건을, 삼성증권에 경영유의사항 2건과 개선사항 2건을 통보했다. 이달 9일에는 메리츠증권에 경영유의사항 4건과 개선사항 3건을, 토스증권에 경영유의사항 5건을 내렸고 지난달 31일에는 NH투자증권에 경영유의사항 3건을 통보했다.

 

다섯 회사의 조치에는 모두 KPI 운영에 관한 지적이 포함됐다. 9일 경영유의사항 2건을 함께 받은 미래에셋증권은 KPI 관련 지적 없이 현지 브로커 관리와 외화예탁금 이용료율 문제로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KPI가 수익성 위주로 짜이거나 소비자보호 지표를 두더라도 평가의 실효성이 없으면 증권사 업무 전반에서 투자자보호가 약해질 소지가 있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본사 KPI에서 소비자보호 지표를 감점 항목으로 운영했으나 부서별 실제 평가점수에 차이가 거의 없어 변별력을 갖추지 못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지표를 강화하고 평가 결과를 점검해 KPI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삼성증권은 임원 KPI에서 소비자보호 지표가 차지하는 비중이 영업점 KPI보다 낮았다. 임원별 점수 차이도 미미해 소비자보호 성과가 임원 평가를 가르는 요소로 쓰이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표를 보강하고 세부 평가 기준을 다시 점검해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메리츠증권은 민원 건수 등을 소비자보호 지표로 삼아 건전성 부문에 반영했지만 실제 평가점수에서 변별력이 떨어졌다. 토스증권은 투자자보호와 관련한 KPI가 '10만 계좌당 금감원 민원 발생 건수' 한 가지뿐이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방식이 피해를 미리 막는 노력보다 민원 회피에 치우친 업무 행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온라인 중개사 특성에 맞는 사전예방형 지표를 발굴하라고 주문했다.

 

NH투자증권은 해외주식 중개를 맡은 Global주식솔루션부 KPI에 수익성 지표만 두고 전산장애 방지에 관한 항목은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8일 현지 중개사의 전산장애로 미국 주식 주문 체결이 지연됐지만 이 사고는 부서 평가와 무관하게 넘어갔다. 금감원은 해당 부서 KPI에 '해외주식 전산장애 방지 노력' 항목을 추가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라고 요구했다.

 

토스증권은 매수수수료만 면제하고 매도수수료와 환전수수료는 부과하는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앱 화면에 '수수료 무료'로 안내해 투자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과 토스증권은 합리적인 사유 없이 외화예탁금 이용료율을 운용수익에서 예탁금 관련 직·간접비용을 뺀 수준보다 낮게 책정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산정 기준을 재검토하도록 했다.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브랜드사용료처럼 예탁금 업무와 무관한 비용을 관련 비용에 포함해 이용료율을 산정했다.

 

삼성증권은 2023년 1월 해외선물 사업을 시작한 뒤 투자자 손실 규모가 크게 불어났는데도 과다손실 계좌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았고 별도의 위험고지도 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도 과손실 계좌에 대한 모니터링과 위험고지를 시행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2021년 7월 해외주식 미수거래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대상 종목을 한 번도 조정하지 않아 시가총액이 크게 떨어진 비우량 종목이 여전히 대상에 남아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주식 담보대출 종목 선정 기준에 하한이 없고 종목별 한도도 두지 않아 특정 종목에 쏠림이 생기면 미수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메리츠증권은 국내주식 계좌와 달리 해외주식 계좌에는 과당매매 점검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4개 부서의 평가점수를 합산해 해외 브로커를 선정하면서 평가 부서에 요약 자료만 제공했다. 최근 1년 안에 감독기관 제재를 받지 않은 브로커에는 B등급 이상을 줘야 하는데도 제재 이력이 없는 브로커를 C등급으로 평가한 사례가 있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중개사 선정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중개사 장애가 발생한 뒤에도 재평가를 하지 않았다. 토스증권은 전산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 등 평가기준과 평가기록의 이력 관리가 미흡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복수의 회사와 중개 회선을 구축해 두고도 주문 대부분을 미국 현지법인에 배분하고 있어 회선 한 곳에 장애가 나면 영향이 커질 수 있었다. 브로커를 선정·관리할 때 장애 대응이나 고객 보상 같은 투자자보호 기준도 고려하지 않았다.

 

NH투자증권과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의결권 행사 의사를 수기로 취합하고 있었다. NH투자증권 고객은 서면 양식을 출력해 서명한 뒤 스캔해 회사 공용 이메일로 보내야 했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에 MTS 등 디지털 매체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결과를 전산으로 집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기관에 대한 경영유의사항과 개선사항으로 여섯 회사 모두 임원이나 직원에 대한 제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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