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생산적 금융을 조직과 평가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회사마다 내재화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전국 SOL 클러스터와 산업 전문인력을 묶어 현장에서 기업을 발굴하는 모델을 앞세웠고, 우리금융지주는 5년 공급 목표를 80조원에서 90조원으로 올린 뒤 올해 몫을 7월에 이미 채웠다. iM뱅크는 신용보증기금과 협업해 지역 혁신 중소기업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는 쪽을 택했다. 같은 정책 틀 안에서도 회사 규모와 사업 기반에 따라 선택이 갈렸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권대영 부위원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 회의를 주재하고 업권별 추진 실적과 내재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권이 7월 말까지 생산적 금융으로 공급한 자금은 272조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민간금융과 정책금융이 앞으로 5년간 공급하기로 한 금액은 1560조원으로 지난 7월 발표한 1250조원보다 310조원 늘었다. 기존 계획이 확대된 데다 수출입은행과 수협은행, 삼성증권이 새로 참여한 결과다. 각 사는 올 12월께 생산적 금융 백서를, 내년 5월께 연차보고서를 내놓는다.
신한금융지주는 7월 말 기준 기업대출 증가분 5조 9000억원 가운데 4조 7000억원을 생산적 금융 관련 대출로 공급해 전체 증가분의 79%를 채웠다.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 캐피탈, 자산운용이 참여하는 협업체계를 만들고 전국 단위 SOL 클러스터와 산업 전문인력을 연계해 기업 발굴부터 심사, 자금 지원까지 한 갈래로 묶었다. 그룹과 주요 자회사 KPI에도 생산적 금융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5년간 80조원 규모의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내놓은 데 이어 올 6월 목표를 90조원으로 올렸다. 7월까지 22조 9000억원을 공급해 올해 목표인 21조 8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융자는 K-Tech와 지역소재, 혁신벤처, 수출기업 등 4대 특화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에서는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모험자본과 그룹공동펀드, 생산적 금융 펀드를 활용해 규모를 늘려가고 있으며 지난 3월 CJ 4D플렉스 건 2200억원을 직접 발굴했다.
iM금융지주는 주력 계열사인 iM뱅크가 신용보증기금과 협업해 생산적 금융 타깃 상품을 출시해 공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혁신 중소기업 지원을 계속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지주와 주요 계열사의 추진 조직도 새로 만들거나 개편했고 유관 임원 평가와 영업점 KPI에 생산적 금융 실적을 반영해 실행력을 높였다.
증권사들은 모험자본을 다룰 심사·관리 체계부터 손봤다. 키움증권은 주요 대학기술지주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장사 메자닌 투자 패스트트랙 체계를 구축했다. 거버넌스와 투자심사, 한도관리, 사후 모니터링까지 업무 과정 전반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개편하면서 리스크 관리 부문에 모험자본투자심사팀을 신설하고 내부지침도 제정했다. 지난 9일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은 자금중개자에서 자금공급자로 역할을 바꾸겠다며 모험자본 운용·심사 인력을 늘려 자산 발굴부터 심사, 집행, 리스크 관리로 이어지는 인프라를 갖추기로 했다.
보험사는 장기 자금 운용 특성을 살려 인프라성 자산에 무게를 뒀다. 한화생명은 환경과 교통 등 지역 기반시설 투자로 실물경제에 장기 자금을 공급해왔고 앞으로 데이터센터 같은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인프라로 투자를 넓힐 계획이다. 메리츠화재는 올 상반기 생산적 금융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자금 집행의 효율성과 관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을 운용과 지원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KPI에 생산적 금융 항목을 신설한 데 더해 관련 이익에는 추가 성과를 얹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집행 규모가 가장 컸다. 한국산업은행은 KDB NEXT KOREA를 포함해 90조원 규모 여신상품을 운용 중이고 산은·기은·신보·수은·무보·기보 등 6개 기관 상시 협의체를 꾸려 7대 핵심 사업분야를 선정했다. 국민성장펀드는 8월 말까지 17조 9000억원을 승인해 올해 목표 30조원의 60%를 채웠으며 이 가운데 지역소재 기업 승인액이 7조 2200억원이다. 중소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300조원 이상을 공급하는 IBK 30-300 프로젝트로 7월 말까지 39조 4000억원을 집행해 연간 목표의 66.9%를 달성했다. 국민성장펀드 사업에 1조 2000억원을 지원했고 앞으로 총 10조원 규모로 미래 성장기업과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확대한다. 총괄 조직인 생산적포용금융부도 신설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AI·첨단산업 육성과 해외전략수주, 대외경제 리스크 대응, 지역균형 성장을 축으로 올해 78조 5000억원 규모 여신을 지원한다. 중동 주요 발주처를 상대로 에너지·인프라 재건에 30억달러 규모 운영자금을 공급하고, 원자재 수급과 물류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는 11조원 규모 긴급 유동성을 투입한다. 이달부터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에 벤처캐피털(VC) 투자 1500억원과 기술특례대출 1000억원, 신속특례대출 500억원을 연계 지원하는 수은형 생산적 포용금융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권 부위원장은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고 지대를 추구하는 기존 관행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며 "무늬만 생산적 금융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 역량이 내재화·체계화되도록 금융권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기관에 적용한 투·융자 면책에 이어 생산적 금융 면책방안도 추가로 마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