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보장 상품인 종신보험이 저축이나 연금으로 설명돼 취약계층에까지 팔리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판매 관행을 손보기 시작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GA 채널 등을 통해 판매되는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 민원에 대한 수용 기준을 확대했다. 회사는 사회초년생과 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판매 행위가 늘어난 데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수용을 넓히는 유형은 세 가지다. 사망 보장이라는 고유 기능 대신 저축이나 연금 기능만 강조해 판매한 목적 왜곡, 적립부분과 부리이율, 환급률만 강조하거나 은행의 예·적금 상품과 부적절하게 비교한 비교 오류, 수입이 불분명하거나 소득 대비 과도한 보험료를 권유해 가입시킨 적합성 위반이다.
민원 수용 기준을 넓히면 회사 부담이 커진다. 계약이 무효로 처리되면 기납입보험료를 돌려줘야 하고 이미 지급한 수당도 환수해야 한다. 판매 채널에는 그만큼 압박이 된다.
청약 이후 확인 절차도 강화했다. 하나생명은 지난달 21일부터 해피콜 대상 가운데 종신보험 계약 전건에 강화된 음성 해피콜을 실시하고 있다. 종신보험 계약의 불완전판매와 민원이 늘면서 소비자보호 강화 조치가 필요해졌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상품설명서에는 종신보험이 저축이나 연금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했을 때와 일반 연금보험에 가입했을 때의 연금 수령액 차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하는 안내표도 도입했다. 판매 현장에는 보험안내자료에 높은 수익률 강조 등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이 있는지 점검하고, 연금 전환 기능을 강조할 경우 사망보장이 소멸되며 일반 연금보험보다 수령액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하라고 안내했다.
소비자 유의사항도 함께 실었다. 설계사가 안내한 대로 답변을 강요받더라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가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 신계약 체결 시 기존 계약의 약관대출이나 중도인출로 보험료를 납입하면 대출 이자 부담이 발생하며 기존 계약의 보장금액과 해약환급금이 줄어든다는 문구다.
신한라이프는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설명하는 행위를 상품 오안내로 분류해 건당 15일 모집정지를 적용한다. 통신판매는 10일이다. 준법감시필을 받지 않은 안내장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없으며,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설명한 미승인 안내장을 고객이 소지한 상태에서 민원을 제기하면 계약을 무효로 처리한다. 기납입보험료 반환과 수당 환수가 뒤따른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완전판매 모니터링을 바꿨다. 이달 1일 이후 체결한 법인계약은 전건 전화 모니터링으로 전환하고 실제 청약 업무를 처리한 당사자에게 확인한다. 법인 대표가 업무를 처리했으면 대표에게, 대리인이 위임장을 제출하고 처리했으면 위임장에 기재된 대리인에게 실시한다. 이달 1일 이후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변액보험 계약에는 불완전판매 예방 질문을 추가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민원 내용을 반영해 문항을 넣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최근 민원사례를 공개하며 종신보험 가입 시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생명보험 불완전판매 민원 가운데 종신보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케이크와 두쫀쿠 만들기 등 원데이클래스 행사, 베이비페어와 웨딩박람회, 회사 사내교육 연계 과정, 농축협 창구에서 저축이나 목돈 마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종신보험을 권유해 계약을 맺은 사례가 제시됐다.
취약계층이 대상이 된 사례도 포함됐다. 군 경제교육담당관이라고 소개한 설계사가 25세 미혼 직업군인에게 은행 적금과 유사한 상품이라고 설명해 계약을 맺었고, 장애인 교육기관 작업장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에게 종신보험을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카드를 발급받으러 농축협을 찾은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은행 적금보다 유리한 상품이라고 권유한 경우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소득수준이 낮거나 부양가족이 없거나 보험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미성년자와 지적장애인, 외국인은 특히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지적은 반복돼 왔다. 금감원은 2016년 10월 종신보험 판매과정의 불합리한 관행을 시정하겠다고 밝혔고, 2021년 6월에는 종신보험이 사회초년생의 목돈 마련에 적합하지 않다는 소비자경보를 냈다. 하나생명이 이번에 조치 배경으로 든 대상도 사회초년생이다.
금감원은 종신보험의 연금전환 기능을 활용해 연금을 받으면 처음부터 연금상품에 가입한 경우보다 수령액이 적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나생명이 도입한 연금 수령액 비교 안내표는 이 지적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