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브리핑·박람회 영업 과정에서 설계사가 계약자를 대신해 청약하거나 특별이익 제공을 약속하는 불법·부당 영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추가 암행점검을 이어가며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4일 이찬진 원장 주재로 제4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열어 보험모집 영업행위를 비롯한 업권별 소비자 위험요인의 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는 위험요인 모니터링부터 위험 포착, 감독·검사, 시정·환류로 이어지는 감독체계를 갖추기 위해 금감원 내에 마련한 최고위급 협의 기구다.
협의회는 브리핑·박람회 영업에서 설명의무 미이행과 특별이익 제공 약속, 대리청약 같은 불법·부당 영업행태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종신보험을 저축 목적의 상품으로 설명한 뒤 해피콜 단계에서는 보장성 상품이라고 답하도록 계약자에게 요구하거나 중요사항 설명을 누락하는 사례가 대표적으로 지목됐다.
관련 민원도 줄지 않고 있다. 브리핑·박람회 영업과 관련해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2024년 681건에서 지난해 75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29건이 들어왔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속도가 이어지면 연간 접수 건수는 지난해를 웃돌게 된다.
7월 1일 시행된 법인보험대리점(GA) 판매절차 강화 조치를 두고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협의회는 새 제도가 영업 현장에 완전히 정착되지 못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응 방향으로는 판매 부실 회사를 상대로 한 내부통제 강화 지도가 제시됐다. 소비자가 이런 영업행태를 미리 알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실태점검 내용과 소비자 유의사항도 배포하기로 했다. 브리핑·박람회 영업에 대한 추가 암행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불건전 영업행위가 뿌리 뽑힐 때까지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손해사정 분야에서는 민원 증가 속도가 더 가팔랐다. 손해사정 관련 민원은 2024년 122건에서 지난해 441건으로 3.6배가 됐고 올 상반기 271건이 접수됐다. 2024년 2월 손해사정 제도 종합개선 방안이 마련된 뒤 독립손해사정을 활성화하려는 조치가 이어졌는데도 민원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협의회는 새 제도의 세부 운영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봤다. 소비자 사이에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이 경합할 때 적용할 우선순위가 없고 손해사정서 발급을 면제하는 대상도 명확하지 않다. 손해사정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형태로 손해사정서가 교부되는 사례 역시 민원을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금감원은 손해사정제도 정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독립손해사정 제도의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손해사정서 작성 실태를 점검·개선하기로 했다.
자본시장 쪽에서는 목표전환형 펀드의 판매 실태가 위험요인으로 다뤄졌다. 일정 기간 자금을 모아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다가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전환해 만기까지 운용하는 상품이다. 공모 목표전환형 펀드 설정액은 2023년 2000억원에서 2024년 1조 4000억원, 지난해 5조 2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 2000억원이 설정됐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투자자의 71.8%는 판매수수료를 미리 떼는 A클래스에 가입했다. A클래스는 총보수 비용이 C클래스와 비슷해지는 2년을 넘겨 보유해야 유리하다. 반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평균 목표 달성 기간은 2024년 249일에서 올 상반기 57일로 짧아졌다.
협의회는 판매사가 실적을 위해 수수료 체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과도한 환매와 신규 상품 재가입을 유도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펀드신고서에 클래스별 유불리를 투자 유의사항으로 적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은행권을 향해서는 금융상품 취급 중단이나 조건 변경에 대한 사전 안내를 강화하도록 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과정에서 충분한 안내 없이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줄이는 사례가 나오면서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다만 안내가 가수요를 촉발하거나 쏠림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안내 필요성이 큰 상품부터 우선 도입한다. 안내 기간과 방법은 은행권과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법원이 가족관계증명서 등에 대한 스크래핑을 금지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지난달 31일까지 한시적 유예를 신청하도록 조치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전 금융권에 해당 내용과 신청 방법을 전파했으며 공공 마이데이터 같은 대체 수단으로의 전환도 준비하도록 했다.
이찬진 원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업권별 주요 위험요인을 예의주시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라며 "금융회사도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투자성향과 거래 목적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고 수수료 수준과 숨은 비용을 충실히 설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와 금융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소비자보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추진 중인 금융상품 생애주기별 감독체계의 내재화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계·제조 책임 신설 등 규범화 작업에도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