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요건에 미달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처지에 놓인 기업 40여 곳이 정리매매를 거치지 않고 코넥스시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게 됐다. 상장폐지 충격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코넥스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억 6000만원에 머물러 이전상장 기업 주주들의 환금성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4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회의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했고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이 참석했다.
이번 조정으로 시가총액 미달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가운데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곳은 코넥스로 이전상장할 수 있게 됐다.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냈거나, 1개 연도 흑자에 자기자본이 200억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며 자본잠식 기업은 제외한다. 이전 과정에서는 정리매매를 생략하고 기존 주가를 유지하며, 코넥스 상장요건인 지정자문인 선임 의무도 일정 기간 미룬다. 거래소 규정변경 예고일 이후 규정 개정 전에 상장폐지 기일이 도래한 법인도 요건만 갖추면 소급해 신청할 수 있다.
정부와 거래소는 지난달 26일 기준 시총 200억원을 밑도는 코스닥기업 97개사 중 44.3%인 43개사가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머지 54개사는 영업이익 흑자 이력이나 자기자본 규모에서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다만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퇴출되지는 않는다. 시총 기준에 30거래일 연속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90거래일의 유예기간 안에 45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을 웃돌지 못한 경우에 상장폐지된다.
이전상장 기업을 받게 될 코넥스시장은 거래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8월 말 기준 상장기업은 108개사, 시가총액은 3조 4793억원이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9억 6000만원으로 7월 12억 8000만원에서 한 달 만에 25% 줄었고, 2024년 19억 4000만원과 지난해 16억 5000만원에서도 계속 감소했다. 하루 한 번이라도 거래가 이뤄진 종목의 비율은 지난달 74.4%로 2021년 83.9%에서 낮아졌다. 상장사 수도 2019년 151개사에서 줄곧 감소했으며, 올해 들어 8월까지 신규상장은 3개사에 그친 반면 상장폐지는 10개사에 달했다.
코넥스는 중소·벤처기업이 코스닥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역할을 하도록 2013년 문을 열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개장 이후 7월 말까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102개사다. 2021년 13개사이던 연간 이전상장 기업은 2022년 6개사, 2023년 7개사, 2024년과 지난해 각 4개사로 줄었고 올해는 8월까지 한 곳도 없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도 없다. 상장사들이 올해 1~7월 조달한 자금은 1366억원으로 2021년 5348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던 시총 기준 추가 상향은 6개월 미뤄진다. 코스닥 300억원, 코스피 500억원으로 올리는 일정을 각각 내년 7월로 넘긴다. 지난달 26일 기준 시총 2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코스닥기업이 200여 곳에 달해 유예 기간이 끝나면 이들이 새로 요건 적용을 받게 된다. 코넥스 이전상장은 코스피 상장기업에도 같은 요건으로 허용한다.
정부는 지난 7월 1일 이미 시행에 들어간 200억원 기준 자체는 당초 계획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부실기업을 정리해 코스닥시장의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총 요건은 40억원에서 올해 1월 150억원으로 올랐고, 이후 상향 일정을 앞당겨 7월 200억원으로 강화됐다. 코스피도 같은 시점에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높아졌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을 대상으로 한 동전주 퇴출 요건도 7월 1일 함께 신설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와 상호금융권 영향도 점검됐다. 참석자들은 각국의 국채 발행 증가와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의 회사채 발행 등 수급 요인에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기대, 중동 긴장 재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6월 30일 배럴당 69.5달러에서 이달 3일 91.3달러로 두 달여 만에 31% 넘게 올랐다.
취약차주와 상호금융권 건전성은 현재까지 대체로 양호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다만 참석자들은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내 채권시장 동향을 살피면서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