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궁금증 ⑰] 직장 옮겼는데 보험사에 알려야 하나요

 

보험에 가입할 때 병력을 알려야 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가입한 뒤 직업이 바뀌었을 때도 보험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점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현장직으로 옮기거나 퇴직 후 배달 일을 시작하고도 증권을 그대로 두었다가 사고가 난 뒤에야 보험금이 깎여 나오는 사례가 상담 창구로 이어진다.

 

상법 제652조 제1항은 보험기간 중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뚜렷하게 변경되거나 증가한 사실을 알았을 때 지체 없이 보험회사에 알리도록 정하고 있다.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은 이를 계약 후 알릴 의무로 규정하면서 통지 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한다. 증권에 기재된 직업이나 직무가 바뀐 경우, 직업이 없던 사람이 취직한 경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모두 해당한다. 이륜자동차 운행 목적이 달라지거나 자가용에서 영업용으로 운전 목적이 바뀐 경우 운전을 하지 않던 사람이 운전을 시작한 경우도 알려야 한다.

 

모든 변화를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통지 대상이 되는 직업이나 직무의 변경을 보험계약 체결 당시 그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면 보험회사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인수하지 않았을 정도의 것이라고 보고 있다(1997년 9월 5일 선고 95다25268). 같은 사무직 안에서 부서를 옮긴 정도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해 위험이 크게 달라지는 이동이라면 통지 대상에 들어간다.

 

통지하면 보험회사는 계약 내용을 조정한다. 위험이 낮아졌다면 보험료를 깎아주고 책임준비금 차이에서 생긴 정산금액을 돌려준다. 위험이 높아졌다면 보험료 증액과 정산금액 추가 납입을 요구할 수 있으며 계약자는 일시납이나 분납 가운데 선택해 낼 수 있다. 보험회사가 가입금액을 줄이거나 일부 담보를 바꾸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유지할 방법을 넓혀둔 조치에 해당한다.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보험금이 줄어든다. 약관은 변경 전 요율의 변경 후 요율에 대한 비율만큼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증가한 위험과 관계없이 발생한 사고라면 원래대로 지급하지만 그 점은 보험금을 받으려는 쪽에서 다퉈야 한다. 보험회사는 통지 누락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안에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삭감 폭은 작지 않다. 사무원으로 상해보험에 가입했다가 건설일용직 근로자로 옮긴 뒤 알리지 않은 채 지방 공사현장에서 서울로 돌아오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보험회사의 계약 해지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법 2014년 6월 11일 선고 2013나2010831). 사무직에 적용되던 요율이 0.000406, 일용직에 적용되는 요율이 0.001176이었던 탓에 상해사망 담보 보험금은 1억 5000만원에서 5178만원으로 줄었다. 다만 직업 급수에 따른 요율 차이가 없는 특정교통상해사망 담보에서는 가입금액 2000만원이 전액 지급됐다.

 

가입 당시 이 조항을 설명받지 못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법원은 직업 변경을 계약 후 알릴 의무로 규정한 약관 조항이 보험회사의 명시·설명의무 대상이라고 판단했다(2014년 7월 24일 선고 2013다217108).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보험회사는 그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삼아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청약서와 상품설명서에 직업 변경 관련 안내가 어떻게 담겨 있는지, 서명은 어디에 했는지를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통지의무가 아예 문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계약을 맺을 당시 이미 존재하던 위험을 알리지 않았고 그 위험이 계약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진 사안에서 통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2024년 6월 27일 선고 2024다219766). 가입 시점의 위험은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가 다루는 문제이고, 통지의무는 계약 체결 뒤 새로 생기거나 증가한 위험에 적용된다는 취지다. 처음부터 그 직업이었던 경우와 가입 후 직업이 바뀐 경우는 적용 조항 자체가 다르다.

 

알리는 상대는 보험회사다. 보험설계사는 보험료 수령권과 보험증권 교부권만 가질 뿐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이 없어 설계사에게 말한 것만으로는 통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6년 6월 30일 선고 2006다19672, 19689). 다만 대법원은 경찰관에서 화물차 운전기사로 직업을 바꾼 피보험자의 사례에서 보험회사가 설계사를 통해 그 사실을 전달받아 내부 자료에 입력해 문서화한 이상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더라도 통지의 효력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2024년 11월 28일 선고 2022다238633). 이 사건에서 보험회사는 같은 회사의 운전자보험 보험료를 이미 올려 받고도 상해보험은 통지받지 못했다며 1억 1000만여원을 깎았다가 소송에서 졌다. 그렇더라도 분쟁을 피하려면 콜센터나 지점을 통해 회사에 직접 알리고 계약별로 확인을 받아두는 편이 안전하다.

 

이륜차 운전자보험은 용도 변경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식당 직원으로 배달하다 배달대행업체를 차려 운영하게 됐다면 비유상운송 배달용에서 유상운송 배달용으로 바뀐 것이므로 통지 대상이다. 비유상운송 보험료가 3만원, 유상운송 보험료가 5만원인 계약에서 손해액이 500만원이면 300만원만 지급된다. 이런 비례보상은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가입 당시 알릴 의무를 어겼다면 보험금이 전액 지급되지 않는다. 이륜차 자동차보험에서는 통지의무를 위반해도 비례보상 없이 면책된다는 점 역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위험이 낮아지는 쪽으로 바뀌었을 때도 알리는 편이 유리하다. 현장직에서 사무직으로 옮기거나 은퇴해 직업이 없어졌다면 보험료가 내려가고 그동안의 차액을 정산받을 수 있다. 통지를 미루면 불이익을 피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돌려받을 수 있는 돈까지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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