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 달만 일한 외국인이 119개월치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하고 평생 연금을 수령한다는 이야기가 지난달부터 퍼졌으나, 보건복지부가 출입국 기록을 대조해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사례는 재외동포를 포함해 모두 3명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로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국내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한 명이며, 그는 추납 대상 기간 119개월 전체를 국내에서 실거주했다. 나머지 두 명은 한국인의 배우자와 한국 국적을 보유했다가 해외 국적을 취득한 재외동포로, 이들 역시 해당 기간 전부를 국내에서 보냈고 현재는 연금을 받지 않은 채 가입 자격만 유지하고 있다.
이들 3명과 별도로 단기 가입 후 119개월 이상을 추납한 사례를 정밀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개월 납부 후 반환일시금을 반납하고 119개월을 추납해 연금을 받는 재외동포는 그 기간 중 116개월을 국내에서 실거주했고, 상한선이 도입되기 전 128개월을 추납해 현재 중국에서 조기노령연금을 수령 중인 영주권자도 128개월 가운데 126개월은 한국에 체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한 달만 일하고 평생 연금을 탄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며 1개월치 보험료에 119개월치를 더해 120개월을 정상 납부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동포에 대한 혐오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논란 전체가 근거를 잃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외국인 추납 신청은 2023년 530건에서 2025년 1517건으로 2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994건이 접수됐다. 추납 전 보험료 납부 기간이 12개월 미만인 외국인 수급자는 2021년 15명에서 올해 상반기 60명으로, 반환일시금을 반납한 뒤 추납해 연금을 받는 외국인은 같은 기간 104건에서 520건으로 늘었다. 극단적 사례는 소수에 그쳤지만 짧은 가입 뒤 추납이라는 유형 자체는 분명히 확산하고 있다.
증가의 출발점은 2016년이다. 추납은 1999년 도입 당시 신청 기간에 상한이 없었는데, 2016년 11월 30일부터 무소득 배우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적용제외 기간까지 대상에 포함됐고 2018년 1월에는 시행령 개정으로 반환일시금 반납 이전의 적용제외 기간까지 열렸다. 두 차례 확대를 거치며 거액을 한 번에 납부해 가입기간을 대폭 늘리는 사례가 나타나자 국회는 2020년 12월 국민연금법 제92조를 개정해 추납 가능 기간을 10년 미만으로 제한했고 같은 달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본회의 표결은 재석 267명 중 찬성 254명, 반대 2명, 기권 11명이었으며 법안에는 '연금 재테크 방지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당시 지적된 사항은 고소득자의 재테크 활용과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이었고 국적에 관한 논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외국인 추납 통계가 2016년부터 상승 곡선을 그린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결혼이민(F-6) 비자 보유자를 비롯해 소득이 없는 배우자로 적용제외돼 있던 기간이 그해부터 추납 대상이 되면서, 전업주부와 경력단절여성의 노령연금 수급 기회를 넓히려던 조치가 국적과 무관하게 작동한 결과다. 현행법상 추납 사유는 무소득 배우자 등 적용제외 기간, 실직·사업중단 등 납부예외 기간, 군 복무 기간인데 어느 항목도 외국인을 겨냥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더 근본적인 대목은 최소가입기간이다. 국민연금은 120개월을 채워야 평생 연금이 지급되고 119개월에 그치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독일은 5년만 채우면 수급 자격이 생기고, 프랑스는 최소가입기간 요건 자체가 없어 취득한 분기 수에 비례해 연금을 지급하되 만액을 받으려면 1965년생 이후 기준으로 43년을 채워야 한다. 문턱이 낮은 만큼 후납을 넓게 허용할 이유도 없어, 프랑스는 고등교육 기간과 4분기를 채우지 못한 연도에 한해 평생 12분기까지만 후납을 인정한다.
일본은 한국처럼 최소가입기간 10년을 두면서도 후납은 사전에 면제나 납부유예를 승인받은 기간만 대상으로 삼으며, 대만은 이미 고지된 미납 보험료를 10년 이내에 납부하도록 하고 기한이 지나면 후납을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가입기간까지 소멸시킨다. 사후에 소급해 119개월을 한꺼번에 채우는 경로를 열어둔 나라는 한국뿐이다. 높은 문턱과 넓은 후납이 하나로 묶여 있는 구조여서, 추납만 제한하자는 주장에는 문턱은 왜 그대로 두느냐는 반문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국적별 구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추납 신청 994건 가운데 792건, 79.7%가 중국동포였다. 사회보장협정은 보험료 이중납부를 막는 면제 협정과 양국 가입기간을 합산해주는 합산 협정으로 구분되는데, 국민연금공단이 밝힌 합산 대상국에는 미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호주 인도 필리핀 등이 포함돼 있으나 중국은 빠져 있다. 한중 협정이 2003년 시행된 연금가입 상호면제 잠정조치협정에서 출발해 이중부담 해소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독일 국적자는 양국 기간을 합산해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국동포에게는 그 경로가 없어 추납이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남았다.
외국인이 연금을 넉넉히 수령한다는 인상도 실제와 차이가 있다. 2024년 6월 말 기준 외국인 노령연금 수급자는 1만 410명이고 상반기 지급액은 267억 8800만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중국인은 5571명으로 53.5%를 차지했으나 지급액은 101억 700만원, 1인당 181만원으로 월 30만원 수준이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일 외국인 추납 요건을 강화한 지침을 8월 31일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등록이나 체류자격 유지 기간이 아니라 국내 실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삼고,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 제출을 의무화하며, 입국일이 속한 달부터 출국일이 속한 달까지 국내 거주가 15일 이상인 달만 실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외수급자의 생존 여부 확인조사도 연 1회에서 연 2회로 늘린다. 실무 현장에서는 국가마다 다른 가족관계 증빙서류의 진위를 일선 창구에서 가려내기 어렵고 수급자가 출국한 뒤 현지에서 사망해도 이를 제때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같은 날 발표된 내용 가운데 더 주목할 것은 상호주의다. 정부는 가입과 반환일시금 지급에만 적용하던 상호주의를 추납에도 넓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추납을 인정하는 국가의 국민에게만 추납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며, 관건은 중국이다. 중국 양로보험이 한국인에게 소급 납부를 인정하는지에 따라 신청자의 8할을 차지하는 중국동포의 추납 가능 여부가 갈리는데 판단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도 악용이 확인됐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짧은 가입기간에도 추납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지속 지적됐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지적이 있었다는 것과 악용이 있었다는 것은 다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이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밝혔다. 거주를 제도의 본질로 규정한 설명이라면 물어야 할 것도 분명해진다. 국내에 살면서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120개월을 채우지 못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논란에서 정작 손대지 않은 곳은 그 문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