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와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이 이달 나란히 인수 심사 기준을 낮췄다. 그동안 거절해온 질환을 보험금 삭감을 조건으로 받거나, 치매와 장기요양처럼 손해율 관리가 까다로운 담보까지 문턱을 내렸다. 가입 가능한 질환의 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인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넘어갔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이달부터 고혈압과 당뇨, 내당능장애, B형간염, 뇌동맥류, 뇌전증, 류마티스관절염, 경동맥협착증, 상심실성빈맥, 천식 등 10개 질환에 삭감 인수를 적용하고 있다. 종전에는 이들 질환의 이력이 있으면 서류심사와 진단평가, 할증평가를 거친 뒤 최종 거절되는 사례가 많았다. 앞으로는 보험금을 깎는 조건을 붙여 계약을 받아들인다. 3케어리워드종신보험을 뺀 종신보험 전 상품이 대상이다.
삭감 인수는 보험사가 표준 이하 위험을 인수할 때 활용하는 특별조건부 계약의 한 형태다. 보험가입금액을 제한하거나 특정 부위와 질병을 보장에서 제외하거나 보험료를 할증하는 방법과 함께 약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생보업계에서 그동안 주로 쓰인 것은 보험료 할증과 부담보였다. 신한라이프는 판매 현장에 삭감 전용 설계로 고객별 맞춤 보장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영업 포인트로 안내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오는 7일부터 치매와 장기요양 담보의 경미질환 인수를 시행한다. 치매나 장기요양과 관계없는 경미질환으로 3개월 이내에 진단이나 수술, 입원 이력이 있으면 가입이 막혔으나 앞으로는 3·5·5로 인수한다. 이틀 전 유방양성종양 수술로 3일 입원한 고객이나 1개월 전 대장용종을 제거한 고객, 3주 전 A형 간염으로 통원한 고객이 모두 인수 대상에 포함된다. H치매간병보험과 실속가득 H치매간병보험, 치매담은간병플러스보험에 적용되며 간병인 급부를 제외한 치매·장기요양 보장 급부에 한정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자동인수 대상 질환을 대폭 늘렸다. 간단한 약물처방으로 관리하는 만성질환과 급성 경증질환을 묶어 기존 12개였던 자동인수 대상을 지난해 7월 5491개로, 지난해 10월에는 1만 3934개로 확대했다. 예외질환도 건강급부 기준 7147개를 운영한다. 여기에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두 달 동안 암 유병자에게 뇌·심 담보를, 뇌·심 유병자에게 암 담보를 인수하는 조건을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6개월 전 뇌혈관협착 진단을 받은 고객도 암 담보에 가입할 수 있다.
라이나생명은 예외질환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기준 9551개로 운영하면서 3·2·5와 3·5·5, 3·10·5에 모두 적용한다. 재발이나 합병증, 후유장해가 없으면 암·뇌·심 특약도 즉시 인수하고 담관염과 요관결석, 백내장 등은 입원과 수술 이력이 있어도 치료가 끝나면 바로 받는다.
예외질환 확대 경쟁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신한라이프의 간편심사 예외질환은 1만개를 넘겼고 KB라이프도 7420개를 운영한다. 삼성생명은 질환을 하나씩 열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났다. KCD 4단 분류 전체 1만 2506개 가운데 암 관련 질환을 제외한 1만 1364개를 인수 대상으로 제시하는 암패스플랜을 내놓았다. 암과 관련이 없으면 입원일수나 수술 횟수와 무관하게 인수한다는 조건이다.
이번 조치들의 공통점은 상시 기준 변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한라이프는 완화안에 시행 기간 중 추가 위험이 발생하면 정책을 종료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고, 미래에셋생명은 교차 담보 인수를 두 달짜리 이벤트로 명시했다. 심사 기준이 위험 선별 장치가 아니라 월별 영업 수단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에게는 가입 여부보다 가입 이후가 관건이 된다. 삭감 인수 계약은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약정된 보험금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삭감률과 삭감 기간, 적용 담보가 판매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지급 시점에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시 인수 조건으로 체결된 계약도 마찬가지다. 정책이 종료되면 같은 조건의 신규 가입은 막히지만 기존 계약의 위험은 회사에 그대로 남는다.
보험사들도 이런 부담을 의식하고 있다. KDB생명은 판매 현장에 배포한 자료에서 특정 인수기준과 인수플랜은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인수 문턱을 낮추는 쪽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흥국생명은 오는 7일 간편심사형 전 상품의 요율을 개정해 보험료를 인상한다. 3·10·5·5와 3·10·5, 3·N·5가 모두 대상이고 기존 요율로는 5일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흥국생명은 판매 현장에 개정 전 영업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손해보험 상위 5개사와의 보험료 비교표를 함께 안내하고 있다. 인수 기준을 푸는 회사들 옆에서 사흘짜리 절판 영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 보험사의 언더라이팅 관계자는 "삭감 조건부 인수는 기존 특별조건부 인수 체계를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군에 맞게 현실화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거절로 처리되던 계약군을 대상으로 실제 손해 경험을 축적해 보니 삭감률을 적용하면 감당 가능한 위험 수준이라는 판단이 섰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험통계로 검증된 기준이라면 한시로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보험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경험통계가 부족한 유병자보험의 언더라이팅 문턱을 낮추면 당장 신계약 증가라는 실적 효과는 있다"라며 "인수 기준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결정에 계리 판단이 제대로 개입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