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보이스피싱 43% 감소"…피해액은 리딩방·로맨스스캠이 더 많았다

2025년 10월~올해 5월 신종 스캠 7969억원, 보이스피싱 5436억원
지급정지·환급 대상서 빠져 피해 구제도 어려워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시행 1년 성과로 피해액 43.2% 감소를 내세웠으나 같은 기간 국민이 입은 사기 피해는 정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투자리딩방과 연애빙자사기(로맨스스캠) 쪽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간 신종 스캠 피해액은 7969억원으로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피해액 5436억원을 46.6% 웃돌았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일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지난 1년간의 대책 추진 성과를 점검했다. 2025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개월간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만 900건에서 1만 2554건으로 39.9% 줄었고 피해액은 1조 1137억원에서 6324억원으로 43.2% 감소했다. 정부는 사후 수습에 무게를 두던 대응 체계를 예방과 차단 중심으로 전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성과로 제시한 수치는 통신망을 매개로 한 보이스피싱에 국한된다. 대책이 시행되는 동안에도 투자를 명목으로 접근하는 사기 사건은 잇따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6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호텔을 거점 삼아 2024년 2월부터 약 2년간 피해자 59명에게서 99억여원을 가로챈 리딩방 사기 조직원 10명을 검거해 이 중 9명을 구속 송치했다. 대전유성경찰서는 지난달 해외 증권회사를 사칭해 고수익을 미끼로 현금과 골드바 15억여원을 챙긴 투자리딩 사기 조직원들을 붙잡았으나 현금수거책 검거 과정에서 회수한 피해금은 2억 5800만원에 그쳤다. 계좌 이체가 아닌 현금이나 실물 자산으로 자금이 오가면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제도가 작동할 여지가 없다.

 

경찰청이 따로 집계하는 신종 스캠 범죄는 정부 발표에 들어가지 않는다. 투자리딩방과 연애빙자사기, 팀미션 부업사기, 노쇼사기를 묶은 신종 스캠 피해액은 2025년 4분기 3326억원, 올해 1분기 2938억원, 4월 1018억원, 5월 687억원으로 집계됐다. 8개월 합계는 7969억원이며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피해액보다 2533억원 많다.

 

발생 건수에서도 순위가 뒤집힌다. 올해 4월 신종 스캠 발생 건수는 1741건, 5월은 1472건으로 같은 달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인 1317건과 1064건을 각각 넘어섰다. 두 통계를 합하면 8개월간 전기통신을 매개로 한 사기 피해는 1조 3405억원에 이른다.

 

신종 스캠이 보이스피싱 성과 지표에서 빠지는 이유는 법률상 정의에 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는 전기통신을 이용해 자금을 송금·이체하게 하거나 교부받는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로 규정하면서도, 재화의 공급이나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고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만 포함하도록 단서를 두고 있다. 대출빙자형 사기는 구제 대상에 들어가는 반면 투자나 거래로 위장한 사기는 계좌 지급정지와 피해금 환급 절차를 밟기 어려웠던 이유다.

 

범행 수법 역시 통신망 대책이 닿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투자리딩방 사기와 연애빙자사기는 처음 접근할 때만 전화나 문자를 쓰고 이후 대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시행한 긴급차단 제도로 범행에 이용된 회선 11만 5088건을 정지시켰고 올해 1월부터 범죄 목적으로 개통된 전화번호 4만 5500여 회선을 선제적으로 탐지해 차단했으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신종 스캠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급정지 대상에서 빠져 있던 신종 스캠 의심계좌에 대해 특정금융정보법상 강화된 고객확인 제도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지난 6월 30일부터 거래정지를 시행했다.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8월 21일까지 금융회사가 임시조치한 건수는 6914건이며 이 가운데 5018건이 거래정지로 처리됐다.

 

경찰청은 네이버·카카오·라인 등 주요 플랫폼 사업자와 협업해 올해 들어 범죄에 악용된 SNS 계정 5만 3000여 개를 차단했고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이용자에게 위험 알림 5만 1000여 건을 발송했다. 스캠 범죄에 쓰이는 악성 앱을 미리 탐지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는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제도적 기반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FIU의 신종 스캠 계좌 거래정지는 법률 개정이 아닌 업무 가이드라인에 근거하고 있어 FIU는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거래정지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이의신청 제도를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도 신종·변종 수법을 포괄해 대응하기 위한 '전기통신 이용 다중피해사기 방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에 대한 대응 근거는 오는 10월 1일 마련된다.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회사와 같은 수준의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구제 의무를 지게 되고 피해자산 환급 범위도 금전에서 가상자산까지 확대된다.

 

임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가 부처 간 협업과 적극행정의 모범사례라며 "이러한 성과가 보이스피싱에만 국한되지 않고 타 분야까지도 확산될 수 있도록 협업과 소통에 힘써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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