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부터 자동차사고로 염좌나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은 경상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전문의료인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치료를 마칠 때 합의금 명목으로 받아 왔던 향후치료비는 중상환자에게만 지급된다.
금융감독원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주요 내용과 소비자 안내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제4차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으로 위원회가 제시한 자문의견을 반영했다.
심사 대상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상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 가운데 염좌와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은 환자다. 지금까지는 4주를 넘겨 치료받을 때 진단서만 제출하면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는 8주를 초과해 치료받으려면 사고일로부터 7주 이내에 진단서와 진료기록부 사본,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고 영상검사를 받았다면 영상CD도 내야 한다. 서류를 받은 보험회사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검토를 요청하면 진흥원 소속 전문의료인이 요청일로부터 7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한다.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영유아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골절이나 장기손상 등을 입은 1~11급 중상환자도 해당하지 않는다.
심사 수수료는 보험회사가 부담한다. 진단서와 진료기록부 사본 등 필수 제출 자료의 발급 비용은 환자가 병원에 먼저 납부한 뒤 보험회사에 청구해 보험금으로 돌려받는다.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 추가로 제출한 자료의 비용은 본인이 낸다. 기한 내에 신청했는데도 심사가 늦어져 치료기간이 8주를 넘기면 검토가 끝날 때까지 발생한 치료비는 보험회사가 부담한다. 장기치료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결과에 이의가 있는 환자는 통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심의·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위원회는 신청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결과를 알린다.
향후치료비 지급기준도 바뀐다. 향후치료비는 보험회사가 치료 종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치료비를 미리 산정해 지급하는 돈으로 사실상 합의금 역할을 해 왔다. 약관에 근거 규정이 없는데도 조기 합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되면서 2023년 규모가 1조 4000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해 경상환자에게 지급된 치료비 1조 3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감사원은 2024년 4~5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향후치료비 지급 실태가 불명확하다며 근거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 약관은 향후치료비를 상해등급 1~11급 중상환자에게 장래 치료를 위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비용에 한해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의학적으로 인정되고 관련 서류로 입증할 수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경상환자는 향후치료비를 받는 대신 치료가 끝날 때까지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보장받는다.
두 제도의 적용 기준은 서로 다르다. 경상환자 장기치료 필요성 검토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어서 9월 10일 이후 발생한 사고부터 적용된다. 9월 10일 이전에 발생한 사고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이번 개선 사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향후치료비 지급기준은 표준약관 사항이어서 9월 10일 개정 약관으로 체결돼 10월 25일부터 보험기간이 시작되는 계약에 적용된다. 자동차보험은 만기 45일 전부터 갱신할 수 있어 개정 약관이 실제 계약에 반영되기까지 한 달 반가량 시차가 발생한다. 개정 전 약관으로 체결된 계약이 만기까지 유지되는 동안에는 종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는 만큼 당분간 두 기준이 함께 적용된다.
금감원은 소비자가 검토 신청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안내 절차도 정비했다. 신규 가입과 갱신 시 치료비 보상 절차와 향후치료비 지급기준을 안내하고 기존 가입자에게도 변경 사항을 일괄 통지한다. 사고가 접수되면 즉시 피해자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사고 발생 이후 3~4주차와 6~7주차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안내한다. 안내에는 사고일로부터 7주와 8주가 되는 날짜, 검토 신청과 이의제기 절차를 안내하는 인터넷 주소가 담긴다.
당국이 제도를 손질한 것은 자동차보험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부문 보험손익은 2024년 97억원 적자에서 2025년 7080억원 적자로 늘었고 올해 1~5월에도 163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경상환자 수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0.9% 줄었지만 이들에게 지급된 치료비는 1조원에서 1조 4100억원으로 연평균 7.0% 증가했다.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부정수급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극소수의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환자의 치료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국토부는 종합병원 10년 이상 경력의 의과·한의과 전문의 200명가량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시행 이후 분기별로 검토 결과를 분석해 심사 대상과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