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카드사, 금융 유관기관이 데이터를 쥐고도 사내에서 풀지 못한 과제 24개를 외부에 내놨다. 여러 기관이 나란히 지목한 것은 신용평가 모형 재설계와 금융권에 들어올 AI 에이전트의 검증 방법이었다.
금융위원회는 12일부터 9월 8일까지 4주간 '2026년 D-테스트베드' 하반기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D-테스트베드는 핀테크 기업이나 예비 창업자가 은행·카드사가 쌓아둔 실제 금융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되지 않는 분석 공간에서 들여다보며 자기 아이디어가 실제로 통하는지 미리 시험해보는 자리다. 창업자로서는 혼자 힘으로 구할 수 없는 데이터와 분석 장비를 정부가 마련한 환경에서 12주간 써볼 수 있다. 데이터를 내주는 금융회사 쪽에서 보면 사내 인력만으로 손대지 못한 과제를 외부에 던져놓고 결과를 받아보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번 공고에는 참여자가 풀어야 할 제안과제 24개가 함께 담겼다. 농협은행과 신한카드, 비씨카드, NICE평가정보, NICE지니데이타가 협업과제형으로 12개를 냈고 금융결제원과 금융보안원, 신용정보원, 코스콤,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공익과제형으로 12개를 제시했다.
24개 가운데 7개는 과제명에 인공지능(AI)을 직접 달고 있다. 코스콤은 AI 기반 투자·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내걸었고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GPU를 활용한 AI 기반 수요 예측·분석 모델 개발을 제안했다. 신용정보원은 AI 러닝 플랫폼을 활용한 인슈어테크 서비스 개발을 과제로 올리면서 AI 기반 상품개발과 심사 자동화, 사기탐지 모델을 예시로 붙였다. 모두의 금융 지원을 위한 AI 교육 서비스 개발도 신용정보원이 낸 과제에 들어 있다.
신용평가 영역에 걸린 과제는 네 개로 24개 중 가장 두꺼운 묶음을 이룬다. NICE평가정보가 대안신용정보를 활용한 신용성장모형 개발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 개발을 각각 별도 과제로 냈고 NICE지니데이타는 소상공인 상권 기반 신용평가모형을 제시했다. 신용정보원도 AI 러닝 플랫폼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모델링을 올렸다. 네 과제 중 셋은 금융거래 이력 밖의 정보를 끌어와 차주를 평가하는 대안신용평가에 해당하고 나머지 하나는 생성형 AI를 기존 평가모형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거래 이력만으로는 걸러지지 않는 차주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놓고 평가사와 유관기관이 동시에 외부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셈이다.
성격이 조금 다른 것은 금융보안원이 내놓은 과제다. 금융 AI 에이전트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한 벤치마크 모델과 검증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권의 AI 에이전트 도입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검증할 잣대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융보안원은 거래 패턴 기반 합성데이터 생성과 재식별 위험 평가 방안도 별도 과제로 올렸는데 핀테크지원센터 역시 핀테크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합성데이터 생성 방안을 제안해 데이터 부족을 합성데이터로 메우려는 시도가 두 기관에서 나란히 나왔다.
카드사가 낸 과제에서는 소비 데이터를 인구·지역 문제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신한카드는 청년층 거주지 변경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및 삶의 질 변화 분석과 지역 불균형 해소 및 청년 지방 정주 유도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을 나란히 올렸고 하이엔드 고객 특성 분석 기반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모델과 주택 구매 고객의 소비·행태 분석을 통한 수요 예측 모델도 함께 냈다. 비씨카드는 결합데이터로 가구 유형을 추정하는 군집 분석 모델과 가맹점 업종·기간별 생애주기 모델을 제시했고 내국인 심야시간 활성화 상권과 그 특성을 분석하는 과제도 올렸다. 농협은행이 낸 두 과제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 개발과 지역 소상공인 맞춤형 생산적 금융지원 모델 발굴이다.
제시된 과제는 24개지만 이번에 선정하는 팀은 15개에 그친다. 참여 부문이 협업과제형과 공익과제형, 자유제안형 세 갈래로 나뉘고 이 가운데 자유제안형은 참여자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는 방식이어서 제안기관이 내놓은 과제 상당수는 이번 회차에 검증되지 않고 남게 된다.
전형은 일반 전형과 AI 전형으로 나뉜다. 일반 전형에서 10개팀 내외, AI 전형에서 5개팀 내외를 뽑으며 AI 전형에 선정된 팀에는 원격분석환경 안에서 대규모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GPU)이 추가로 지원된다. AI 전형에 지원했다가 선정되지 않더라도 일반 전형으로 참가할 수 있다. 올해부터 데이터 제공기간은 기존 3년에서 최대 5년으로 늘었고 참여자가 가명·익명처리를 마친 외부 데이터를 반입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D-테스트베드는 2021년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지난해까지 170개 팀이 참여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5개 팀이 선정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 참여자는 9월 21일부터 12월 11일까지 12주간 데이터와 원격 분석 시스템을 제공받아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결과 보고서를 낸다. 신청은 D-테스트베드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금융위는 연말에 상·하반기 참여자 전체를 대상으로 성과평가를 거쳐 우수팀 6곳을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