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부터 행정정보 스크래핑이 제한되면서 무주택 여부나 신혼부부 요건을 확인해 저금리 정책대출을 내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심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은행권 비대면 대출이 막힐 수 있다는 지적에 이어 서민·취약계층이 쓰는 주거 정책금융까지 영향권에 들어왔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금융협회, 금융회사, 유관기관을 불러 '스크래핑 차단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위 디지털금융정책관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여신금융·금융투자·핀테크 협회와 저축은행·농협·수협 중앙회를 비롯해 토스와 카카오뱅크, 국민은행, 교보생명, 삼성증권, 신한카드가 개별 회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 HF, HUG도 자리를 함께했다.
스크래핑은 인터넷 화면에 뜬 증명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 쓰는 자동조회 방식을 말한다. 금융회사들은 고객 동의를 받아 대법원 시스템에서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증빙서류 제출을 대신해 왔고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미성년 자녀 통장 개설, 상속인 조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규제 변경이 금융서비스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잡기 위해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본인전송요구권이 20일 공공기관으로 확대 적용되면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스크래핑은 같은 날부터 쓸 수 없게 된다. 민간 부문은 내년 2월부터 같은 규제를 받는다. 대법원은 이와 별도로 지난달 16일 자동화된 수단의 데이터 수집이 시스템 과부하를 일으켜 접속 지연과 오류 피해를 낳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등기·가족관계등록시스템의 스크래핑을 20일부터 막겠다고 공지했다. 본인전송요구권 적용 대상이 아닌 사법부가 먼저 차단 방침을 내놓으면서 금융권 혼선이 커졌다.
HUG와 HF는 신청인이 무주택자인지, 신혼부부 요건을 갖췄는지를 스크래핑으로 걸러내고 있다. 두 기관은 이 통로가 막히면 주택 구입 자금과 전세자금 지원이 밀려 서민·취약계층이 정책금융을 이용하는 데 애로가 생길 것이라고 이날 회의에서 밝혔다. 금융위가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가 공동 담당 부서로 이름을 올린 것도 사안이 금융 규제를 넘어 주거 지원 정책까지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창구 영업을 하지 않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받는 타격은 시중은행보다 클 것으로 예상됐다. 고객에게 증명서를 직접 떼어 오라고 안내할 오프라인 접점 자체가 없어 비대면 업무 전반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회의에서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전송하자는 차단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국민 불편을 줄이려면 스크래핑을 대신할 공공 마이데이터 연계를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준 뒤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공공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가 요청하면 행정정보를 보유한 행정기관이 금융회사 등에 직접 정보를 넘겨주는 제도로 전자정부법 제43조의2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금융위, 행정안전부와 함께 대법원에 차단 유예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20일 이후라도 사전협의를 신청한 기업은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기존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고 3차 접수는 이달 31일까지 받는다. 유예가 이뤄지고 사전협의가 진행되더라도 금융권이 공공 마이데이터 체계로 갈아탈 시간을 버는 수준에 그친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회사들이 스크래핑을 운영하면서 적용해 온 보안체계와 내부통제도 함께 들여다봤다. 참석 회사들은 정보를 모으고 보내고 보관하는 전 과정에 걸어둔 보안조치와 접근통제,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공유하면서 보안위험을 줄일 관리·통제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스크래핑 제한으로 국민의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금융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