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영업 절벽…보험사들, 한시적 인수 완화로 설계사 영업 독려

신한라이프 8월 말·미래에셋생명 9월 말까지 심사 기준 한시 완화
지난해 8월 생보 신계약, 1~7월 월평균보다 13.6% 적어

 

보험사들이 인수 심사 기준을 풀거나 보험료를 내리면서 적용 기한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폭염과 휴가가 겹쳐 설계사 활동량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신계약이 빠지는 것을 막아보려는 조치다. 언제까지만 적용되는 조건인지 알려주면 설계사들이 그 기간 안에 계약을 서두르게 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간편심사 상품의 예외질환 대기기간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줄였다. 이 기간에는 3개월이던 대기기간이 1개월로 줄고 1개월이던 대기기간은 즉시 가입으로 바뀐다. 가입 가능 질환이 574가지로 기존보다 267가지 늘었고 즉시 인수 대상도 537가지가 됐다. 장염과 치주염, 요로결석 등이 여기 들어간다. 다만 시행 기간에 추가 위험이 생기면 조기에 끝낼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50세 이상 가입자에게 건강진단을 받게 하는 절차는 9월부터 시작된다. 8월까지는 고지평가만으로 가입할 수 있으니 병원에 갈 일도 채혈할 일도 없다는 점을 이 회사는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에 강조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간편건강보험에서 암과 뇌·심장을 나눠 심사하는 방식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두 달간 운영하기로 했다. 8월 개정으로 예외질환에 대장용종을 넣어 수술을 받았어도 즉시 인수하도록 했고, 질병수술군에 적용하던 최저보험료 5만원 이상 기준을 없애면서 총보험료 내 비중도 40%에서 50%로 넓혔다.

 

가격을 건드린 곳도 있다. KB손해보험은 8월부터 연만기 무해지형 간편보험 보험료를 내렸다. 3대 진단비 1000만원 기준으로 60세 남성이 내는 돈이 5만 4290원에서 5만 2830원으로 줄었고, 3대 주요치료비는 5만 9810원에서 5만 8230원이 됐다. 50세 남성이 드는 5.10.10플러스건강은 3대 진단비 기준 2만 490원에서 1만 9940원으로 조정됐다.

 

8월은 보험 영업의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폭염이 이어지고 휴가가 몰리면서 설계사 대면 활동이 크게 줄어든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생명보험협회 월간통계를 보면 지난해 8월 생보업계 신계약은 225만 2900건, 33조 7612억원이었다. 1~7월 월평균인 260만 7536건, 38조 597억원과 견주면 건수로 13.6%, 금액으로 11.3% 적다. 9월에도 233만 1370건에 그쳐 평균을 10.6% 밑돌았다. 미래에셋생명이 완화 조치를 9월 말까지 끌고 가는 것도 부진이 한 달로 끝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달에도 회사별 성적은 크게 갈렸다. 업계 전체가 13.6% 뒷걸음질한 지난해 8월에 신한라이프는 오히려 신계약 건수를 1~7월 월평균보다 24.1% 늘렸고 미래에셋생명도 2.3% 증가해 평균선을 지켰다. ABL생명이 41.4%로 증가폭이 가장 컸으며 메트라이프생명 18.2%, BNP파리바카디프생명 17.7%가 뒤를 이었다.

 

반대편에는 대형사가 몰려 있다. NH농협생명이 45.7%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하나생명 39.0%, 교보생명 28.3%, 삼성생명 20.2% 순이었다.

 

이런 완화 조치가 나오는 바탕에는 유병자보험 시장의 성장이 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이 17조 7878억원으로 2년 새 50% 넘게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13조원이 몰렸다. 보험연구원이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성장률을 1.0%, 손해보험 원수보험료 성장률을 3.5%로 내다볼 만큼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보험사들이 유병자 쪽으로 수요를 넓혀온 결과다. 여름철 실적을 방어할 카드로 인수 기준을 꺼내 든 것도 이런 바탕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인수 기준을 푸는 일은 가격이나 보장을 조정하는 것과 성격이 다르다. 위험을 선별하는 절차 자체를 느슨하게 하기 때문이다. 50세 이상 고혈압 보유자를 건강진단 없이 받거나 대장용종 수술 이력자를 즉시 인수하면 그만큼 위험률 가정이 달라진다.

 

금융당국도 이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 손해 통계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새 담보를 설계할 때 미래에 나갈 보험금을 보수적으로 잡도록 예정손해율 90%를 적용하게 했는데, 간편보험은 기존 상품에서 오래 팔린 담보라도 고지 항목을 새로 짜면 새 담보로 분류돼 이 기준을 그대로 받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한시적으로나마 인수조건을 이렇게 완화하면 나중에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라며 "당장의 실적을 방어하는 대신 나중에 부담을 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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