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에 사는 A씨는 서울에 있는 보험설계사와 전화로만 상담한 뒤 보험에 가입했다. 상품 설명을 통화로 들었고 청약은 휴대전화 전자서명으로 마쳤다. 계약이 끝나고 한참 지나서야 A씨는 설계사가 금융소비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설명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담당 설계사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 계약을 무효로 하고 보험료를 돌려달라는 요구가 회사에 접수됐고, 설계사 모집경위서를 확인한 결과 대면설명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품질보증환불로 처리됐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자서명이 보편화되면서 대면 절차가 생략되는 사례가 판매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는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 설계사 교육에서 A씨 사례를 소개하며 고객을 만나지 않고 전화로만 설명해 계약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전자청약에서 본인 서명만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한 번 이상 고객을 직접 만나 설명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계약이 끝난 뒤에 설명한 사례를 든 회사도 있다. 다른 손보사 자료를 보면 당월에 코드를 부여받은 설계사가 계약자가 멀리 산다는 이유로 전화로 상품 내용을 설명한 뒤 전자서명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체결이 완료된 이후에야 고객을 찾아가 상품을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제22조는 텔레마케팅이나 다이렉트 같은 통신판매 채널이 아닌 이상, 보장성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가 일반금융소비자와 만나지 않고 금소법 19조에 따른 설명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것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면설명의무는 계약 체결을 권유할 때부터 계약 체결이 완료될 때까지 지켜야 하고, 계약이 끝난 뒤에 만나 설명하는 것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위반하면 1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판매대리·중개업자 가운데 법인은 3000만원 이하다.
이런 사례가 나오는 배경에는 계약 체결 방식의 변화가 있다. 청약서 작성부터 서명까지 모바일로 처리되면서 설계사가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계약이 성립하고, 원거리 고객일수록 방문 부담이 커 전화 설명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위탁한 GA 설계사가 고객을 실제로 만났는지는 상품설명서에 적힌 설명장소로 사후에 확인할 수밖에 없다"라며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 회사가 대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모집 자체가 막혀 있지는 않다. 2023년 7월부터 동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주고받는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한 모집이 허용됐다. 다만 보험회사가 구축한 화상장치를 써야 하고, 청약 내용과 보험료 납입, 보험기간, 고지의무, 약관 주요 내용을 설명한 뒤 계약자의 답변과 확인 내용을 녹음하거나 전자문서로 저장해 증거자료를 남겨야 한다. 설계사가 개인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걸어 설명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음성 통화만 이뤄진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보험사들이 택한 대응은 상품설명서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다. 한 대형 손보사는 모집자 확인란에 상품 설명일자와 설명장소를 적은 뒤 모집인이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5월 소비자보호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대면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그 가운데 73%는 원거리 계약으로 전화로 상품을 설명한 뒤 계약을 체결한 경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