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높아지는 외신의 한국 증시 진단…우려에서 조롱, 이제는 '투자불가'

 

한국 증시를 향한 주요 외신의 표현이 지난달 하순 이후 열흘 남짓한 사이에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처음에는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매매를 나무라는 정도였다가 정부의 증시 부양책을 겨냥하는 쪽으로 옮겨갔고, 이제는 한국 증시를 아예 투자 대상에서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데까지 이르렀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은 3일(현지시간) '한국도 투자 불가능한 시장이 되고 있다(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는 제목의 칼럼을 내보냈다. 아시아 시장을 담당하는 슐리 렌 칼럼니스트는 코스피가 27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주저앉은 것을 2015년 중국 증시 붕괴에 견주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5배로 1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내려와 유혹적으로 싸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지수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직접 수혜주라는 강세론도 함께 소개했다.

 

'투자 불가능(uninvestable)'은 2021년 말부터 중국 증시를 두고 글로벌 운용업계에 번진 말이다. 중국 당국이 빅테크와 부동산을 잇달아 규제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장부에서 수조달러가 사라지자 중국에 돈을 넣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냐는 논쟁이 벌어졌고, 이 칼럼니스트도 2022년 3월 '시진핑은 중국이 투자 불가능해져도 개의치 않는다'는 제목으로 그 논쟁을 다뤘다. 이번 칼럼 제목 끝에 붙은 'Too'가 가리키는 것이 바로 그때다.

 

같은 날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에서도 데이비드 머드가 '코스피의 롤러코스터, 한국은 투자 불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그는 밸류에이션이 싸든 아니든 상당수 외국인 기관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은 이미 투자 불가능한 곳이 됐다고 적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앞서 지난달 29일자에서 한국을 두고 "국가자본주의와 시장 투기의 극단을 결합한 거대한 실험장"이라고 표현했다. 인쇄판 최신호에는 '한국의 주식시장 호황이 극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다. 이 매체는 AI가 약속한 부를 가장 먼저 맛본 나라가 그 부를 가장 먼저 빼앗길 수 있다며, 코스피 폭락이 앞으로 세계에서 벌어질 사태의 전조일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주한 위험 요인으로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과 장기 공급계약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중국 기업의 점유율 확대와 공급 증가가 이어지면 두 회사의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고, 고객사의 장기 구매계약도 업황이 바뀌면 재협상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선행 PER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것을 두고는 투자자들이 현재 실적을 정점에 가깝다고 보는 증거로 해석했다.

 

레버리지 상품이 낙폭을 키웠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실제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급락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는 각각 34%대, 49%대 폭락했고 31일 반등장에서는 다시 37%와 43% 넘게 뛰었다.

 

블룸버그도 지난달 29일 '한국 증시, 개인투자자 매도 폭풍 속 이틀 만에 16% 폭락'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인용해 결혼 자금을 주식에 넣었다가 손실률이 40%에 이른 사례와 6억원이 넘던 평가이익이 며칠 만에 7억원 손실로 뒤집힌 사례를 전했다. 이달 2일에는 시장을 떠나겠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다시 보도하면서 코스피의 30일 변동성이 지난달 31일 97.13%까지 치솟아 199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고 했다.

 

시작은 지난달 23일자 이코노미스트였다. 이 매체는 '한국 증시가 카지노로 변했나'라는 제목을 달고 개인투자자를 '충동적 도박꾼'이라 지칭했다.

 

외신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수치는 적지 않다. 코스피는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올라 한때 세계 6위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가 7월 한 달 동안 22%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이다. 지난달 21거래일 가운데 종가 기준으로 3% 이상 오르내린 날이 13거래일이었고, 5% 이상 움직인 날도 아홉 거래일에 달했다.

 

시장안정장치는 쉴 틈이 없었다. 유가증권시장 서킷브레이커는 지난달에만 네 차례 발동돼 올해 아홉 번째, 역대 15번째를 기록했다.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누적 발동의 과반이 올해 한 해에 몰린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지난달 두 차례가 걸려 올해 네 차례 가운데 절반이 한 달에 집중됐다. 특히 지난달 28일과 29일에는 두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됐는데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고, 유가증권시장만 놓고 보면 이틀 연속 발동 자체가 전례가 없었다. 사이드카는 올해 코스피에서 44회, 코스닥에서 28회 걸렸다. 서킷브레이커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고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두 차례에 그쳤던 장치다.

 

외국인의 이탈도 뚜렷하다.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에 따르면 상반기 외국인 순매도는 148조 3000억원(967억달러)으로 사상 최대였다. 코스피 변동성지수 역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말 22%에서 지난달 55.5%까지 올랐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는 3일 한국 주식 투자의견을 비중유지에서 비중확대로 올리면서 코스피 목표치로 9000을 제시했다. 쏠림과 레버리지가 급격히 풀리면서 오히려 AI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관련주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9배 넘게 불었고, 회사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각각 21%, 35% 빠졌지만 2025년 6월과 견주면 여전히 5.6배, 10.1배 수준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시장 감독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중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신규 상장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다. 시가의 70%까지 인정하던 주식과 ETF, 채권 등 대용증권도 예탁금 산정에서 뺐다. 당초 이달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시장 불안이 커지자 앞당겼다. 이 상품은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처음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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