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자 팔고 나간 개인…레버리지 ETF 재매수 문턱 높아졌다

예탁금 3000만원·매도대금 이틀 뒤 인정에 회전매매 차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기본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오른 첫날인 지난달 31일 개인투자자들이 16종 전부를 팔아치웠다. 이날 코스피가 사상 최대인 17.91% 급등하며 해당 상품 수익률도 60%에 육박했는데 개인은 반등을 기다렸다는 듯 물량을 정리했다.

 

강화된 규정 탓에 이날 판 자금으로 곧바로 되사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한 번 빠져나간 개인 자금이 곧바로 되돌아오기는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3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개인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2X) ETF 16종 순매도 규모는 1조 961억원이었다. 종목별로는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587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2156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1537억원,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596억원이 뒤를 이었고 인버스인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에서도 152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날부터 적용된 규정에서는 매도대금이 결제일인 이틀 뒤 실제 입금돼야 예탁금으로 인정받는다. 오전에 팔고 오후에 다시 사는 식의 회전매매가 원천 차단된 것이다.

 

기본예탁금 기준도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세졌다. 종전에는 1000만원 가운데 최대 70%를 주식·채권 등 대용증권으로 채울 수 있어 실제 필요한 현금은 300만원이었지만 이제는 대용증권을 뺀 현금 3000만원을 유지해야 한다. 현금 부담만 놓고 보면 열 배로 뛴 셈이다.

 

거래는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16종의 거래대금은 3조 720억원으로 전날 12조 4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15일 기록한 최고치 13조 488억원과 견주면 76.5% 줄어든 규모다.

순자산이 가장 큰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거래량은 하루 사이 4억 8889만 8366주에서 1억 1692만 3503주로 줄었고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1억 6197만 5691주에서 4331만 1691주로 감소했다. 직전까지 전체 ETF 거래대금 1, 2위를 다투던 종목들은 5위 밖으로 밀려났다.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극적으로 낮아졌다. 이날 16종 거래대금은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49조 5677억원의 6%대에 머물렀다. 7월 1일부터 30일까지 평균 33.8%였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개인의 매수 여력은 규제 시행 전부터 이미 말라 있었다. 지난달 30일 개인 순매수액은 레버리지 14종을 다 합쳐 524억원, 인버스 2종은 261억원에 머물렀다. 7월 내내 이어진 폭락으로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에 나설 힘을 잃은 상태에서 예탁금 규제까지 겹쳤다.

 

기초자산이 폭등하면서 상품 수익률은 극단으로 갈렸다. 삼성전자가 26.81% 오르고 SK하이닉스가 상한가인 29.95%까지 치솟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는 SOL이 59.93%, TIGER가 59.81%, KODEX가 58.04% 뛰었다. 삼성전자 레버리지도 ACE 53.15%, 1Q 52.79% 등 50%를 웃돌았다. 반대편에 선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는 하한가인 59.95% 하락했고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도 52.61% 내렸다.

 

개인이 빠져나간 자리는 외국인이 본주로 채웠다. 이날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3조 6060억원, 삼성전자를 2조 1168억원 순매수했고 기관도 삼성전자 9318억원, SK하이닉스 5446억원을 사들였다.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전날 46%에서 51%로 늘었다.

 

규제 효과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증권가에서는 거래대금 상위를 도맡던 레버리지 종목이 밀려나고 다른 종목들이 그 자리를 채운 만큼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SK하이닉스가 상한가로 직행하고 두 종목 모두 장 초반부터 고가를 형성한 탓에 거래가 줄어든 측면이 있어 판단을 미뤄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몸집이 커지면서 이른바 '왝더독' 현상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DB증권은 이들 상품의 적정 합산 순자산을 약 5조 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기초자산의 일평균 거래대금인 SK하이닉스 14조 3000억원과 삼성전자 10조 3000억원을 기준으로 장 마감 동시호가 거래 비중과 수급 안전 한계선, 일일 변동성을 적용해 뽑아낸 수치다. 지금과 같은 변동성이 이어지고 신규 자금 유입이 제한되면 50영업일가량이면 적정 규모까지 저절로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시장의 레버리지 ETF 청산이 완료됐고 헤지펀드도 90% 수준의 디레버리징을 마쳤다고 평가했다. 낮은 밸류에이션과 이익 모멘텀을 근거로 한국 증시가 매력적인 수준에 들어섰다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7월 코스피가 22.19% 내리는 동안 시가총액은 약 1484조원 증발했다. 급등한 마지막 거래일을 빼고 1일부터 30일까지만 따지면 하락률이 34.01%에 이른다. 거래를 20분간 멈추는 서킷브레이커는 네 차례 발동돼 제도 도입 이후 누적 15번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한 달에 몰렸고 사이드카는 15회 걸렸다.

 

평균 일중 변동폭도 468.2포인트로 6월 422.0포인트와 5월 306.6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달 30일 86.18로 6월의 역대 최고치 96.94보다 낮아졌지만 평시의 네 배가 넘는다.

 

규제가 개인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는 그대로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를 보면 지난 5월 27일 상장 이후 지난달 21일까지 개인 누적 순매수는 14조 1000억원으로 개인·외국인·기타 순매수 합산액 16조 3000억원의 87%를 차지했고 같은 기간 기관은 16조 3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개인이 거의 그대로 받아 안은 구도인데 예탁금과 총량 한도, 모의거래는 모두 개인 몫이다. 

 

당국은 첫 조치의 효과를 지켜본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방침이다. 개인이 보유한 금융투자상품 총투자금액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비중을 20% 이내로 묶는 총량 관리가 대기 중이고 선물시장의 과다호가부담금을 참고한 거래비용 인상, 사전교육에 더한 모의거래 도입도 추진된다.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를 참고해 긴급 상황에서 배율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배율 조정이 변동성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안 개정 과정에서 함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전문투자자에게만 허용하거나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등 추가 조치도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에 그 책임 역시 저희는 당연히 무겁다"라며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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