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앞으로는 '3~4일 안에' 부실 금융회사 정리한다

금융위, 대통령 업무보고서 밝혀…12월 금융안정제도 개선안 마련
SVB식 '디지털 뱅크런' 대비…유동성 위기 정상 금융사엔 선제 지원

 

정부가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사흘에서 나흘 안에 정리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지금은 영업정지부터 매각까지 짧아도 수개월이 걸리는 절차를 사실상 주말 안팎 수준으로 압축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몇 번의 터치로 예금이 빠져나가는 '디지털 뱅크런' 시대에 기존 절차로는 위기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안정제도 개선 방향을 보고했다. 오는 12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으로, 보고서에는 금융회사 정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3~4일 안에 정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 금융회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신설도 함께 추진한다.

 

현행 절차로는 부실 금융회사 하나를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금융당국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뒤 영업정지와 실사를 거쳐 매각이나 계약이전으로 마무리하는 구조인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예금을 온전히 돌려받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사이 불안이 번지면서 멀쩡한 저축은행에서도 예금이 빠져나갔다.

 

정리 속도가 화두로 떠오른 계기는 지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다. 당시 SVB에서는 모바일뱅킹을 타고 하루 만에 420억달러(약 55조원)의 예금 인출 요청이 몰렸고, 은행은 이틀을 버티지 못한 채 다음날 문을 닫았다.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은행을 넘겨받았고, 미 금융당국은 그 주 일요일 예금 전액 보호 방침을 내놓아 사태를 진화했다. 뱅크런이 시간 단위로 진행되는 환경에서는 정리도 그만큼 빨라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로, 이번 '3~4일' 목표도 여기서 출발한다.

 

신속정리제도는 예금보험공사가 수년 전부터 도입을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김성식 예보 사장은 지난달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위기 발생 이전 효과적 자금지원을 통해 부실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금융안정계정, 뱅크런 등 상황에서 계약이전 등 행정처분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신속정리제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리 절차를 며칠 단위로 줄이려면 이해관계자 동의 없이도 계약이전과 매각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해 예금자보호법 등 관련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함께 추진되는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위가 2022년부터 도입을 추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해온 제도다. 예금보험기금은 현재 부실이 이미 현실화된 금융회사에만 쓸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린 정상 금융회사의 채무보증과 자본확충 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부실이 터진 뒤에야 움직이던 안전망을 부실이 번지기 전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셈이다.

 

이번 방안은 2금융권 건전성 관리와도 맞닿아 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금융회사 부실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이던 예보 저축은행 특별계정은 올해 말, 예보채상환기금은 내년 말 존속기한이 끝난다. 위기 대응 수단이 잇달아 소멸하는 시기에 새 안전판을 짜야 하는 사정도 12월로 시한을 못 박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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