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3일 전장보다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에 마감하며 두 달여 만에 7,000선을 내줬다. 장중 8% 넘는 급락에 오후 1시 28분 올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20분간 중단됐다.
서킷브레이커는 2000년 도입된 뒤 26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3차례 발동됐는데 그 절반이 넘는 7차례가 올해 몰렸다.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간 이어지면 발동되는 이 제도는 투자자에게 냉정을 되찾을 시간을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올해 7건이 발동된 뒤 지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수로 따져보니 이 '냉각 장치'가 실제로 먹힌 날은 절반에 못 미쳤다.
종가 기준으로 낙폭을 줄인 날은 3월 9일과 6월 26일, 7월 7일 세 차례였다. 반대로 3월 4일과 6월 23일, 13일 세 차례는 거래를 다시 연 뒤 낙폭이 더 커졌다. 6월 8일은 개장 직후 발동된 뒤 낙폭을 -3%대까지 만회했다가 오후에 다시 밀려 발동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멈춰 세우고도 투매가 이어진 날에는 하락 재료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3월 4일 코스피는 오전 11시 19분 발동돼 30분간 매매가 멎었지만 재개되자마자 더 가파르게 밀렸다. 낮 12시 36분께 5,059.45까지 내려앉았고 결국 698.37포인트(12.06%) 빠진 5,093.54로 장을 마쳤다. 종가 하락률로는 코스피 출범 이래 가장 컸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진행되던 국면이라 20분의 중단은 매도 대기 물량을 잠깐 붙잡아둔 데 그쳤다. 13일도 다르지 않았다.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에 반도체 고평가 논란이 다시 불거졌고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재개로 유가 상승 우려까지 얹히면서 재개 뒤에도 매도가 잦아들지 않았다.
낙폭을 줄인 날에도 재개 직후는 위태로웠다. 3월 9일 코스피는 오전 10시 31분께 발동된 뒤 11시 1분께 거래가 다시 열리자 4분여 만에 발동 시점보다 깊은 5,076.16(-8.75%)까지 밀렸다. 회복은 그 뒤에야 시작돼 5.96% 내린 5,251.87로 마감했다. 멈췄다 열리는 순간 대기하던 매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뒤에야 진정된 것이다.
발동이 늦은 날일수록 되돌릴 여지도 적었다. 6월 23일은 오후 2시 33분에 발동됐고 매매 정지와 단일가 매매를 거쳐 다시 열린 때가 마감을 30분도 안 남긴 오후 3시 3분께였다. 식힐 시간이 없었던 이날 코스피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인 910.71포인트(9.99%) 급락한 8,203.84로 주저앉았다.
서킷브레이커는 마감 40분 전인 오후 2시 50분 이후에는 발동되지 않는다. 마지막 안전장치가 켜진 뒤 시장이 식을 틈 없이 하루가 끝나버린 것이다.
급락일마다 외국인이 지수를 끌어내렸다는 통념도 실제와 어긋났다. 7건 중 세 차례는 오히려 기관이 더 많이 팔았다.
올해 최대 낙폭이 나온 3월 4일에는 기관 홀로 5794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729억원)과 외국인(2355억원)은 되레 순매수였다. 6월 23일에도 기관 순매도(4조 5129억원)가 외국인(4조 1391억원)을 앞질렀고 13일 역시 기관이 2조 2193억원을 팔아 외국인(1조 7047억원)보다 많았다. 개인은 6월 23일 하루에만 역대 최대인 8조 5223억원을 사들이는 등 발동일마다 저가 매수로 맞섰지만 하단을 지켜내지는 못했다.
발동이 잦아진 데는 반도체 대형주 쏠림과 레버리지 상품의 증폭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월 26일 기준 56.48%다. 두 종목이 무너지면 곧바로 지수 전체가 발동 요건에 닿는 구조다. 13일에도 삼성전자가 10.70% 내린 25만 4500원,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낙폭인 15.37% 빠진 184만 5000원에 마감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5월 말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 나온 뒤로는 변동성이 한 단계 더 커졌다. 운용사가 기초자산 등락의 2배 물량을 기계적으로 사고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도체 급락은 국내 투자 심리와 수급, 레버리지 ETF 간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며 글로벌 증시 대비 차별적인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반도체 펀더멘털 훼손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이드카가 일상화될 정도의 비정상적인 변동성 환경에 장기간 노출된 시장 참여자들의 피로도 증가가 주식 매도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올해 서킷브레이커 7건 가운데 4건이 이 상품 출시 이후인 6월과 7월에 집중됐다.
사이드카까지 넓혀 보면 안전장치는 더 자주 켜졌다. 올해 발동된 사이드카는 6월 26일까지 29회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연간 26회를 이미 넘어섰다. 이달 코스피 상장주식 일평균 회전율이 0.80%로 올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간 것도 한몫했다. 거래가 얇아진 만큼 같은 매물에도 낙폭이 크게 벌어진다.
지금 제도는 1단계(8%)가 발동된 뒤 낙폭이 15%에 이를 때까지 추가 제동 장치가 없다. 3월 4일 코스피가 재개 후 12% 넘게 밀리는 동안 시장을 멈춰 세울 수단이 없었던 이유다.
8·15·20%의 3단계 기준과 단계별 1일 1회 발동 원칙은 코스피가 2,000선이던 2015년에 짜였다. 지수가 지난달 19일 장중 9,385까지 올랐다가 한 달도 안 돼 27% 넘게 빠지는 지금의 시장에 이 틀이 맞는지를 두고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