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보험은 종류가 많고 약관은 복잡해 정작 필요한 순간이 와도 어디부터 살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보는 [보험 궁금증] 코너를 새로 마련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사례와 생명·손해보험협회 자료를 토대로 생보와 손보를 아우르는 실생활 이슈를 15회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1년 남짓 병원에 다녔던 A씨가 4년이 흐른 뒤 보험사에 뒤늦게 합의금 얘기를 꺼냈다. 사고 당시엔 치료가 급해 합의를 미뤘는데, 지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받을 여지가 남아 있다.
보험금 청구권과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걸려 있다.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 청구권을 3년으로 정하고 있고, 민법 제766조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41조도 사고 피해자가 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규정한다. 세월이 오래 지나면 사고 관련 증거나 진료 기록이 흩어져 사실관계를 다시 밝히기 어렵기 때문에 만들어진 장치다.
시효가 언제부터 흐르기 시작하는지도 살펴야 하는데,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때부터라고 봤다. 다만 피해자가 사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없었던 사정이 있다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된다는 판단을 함께 내놨다(2013다34693).
핵심은 시효가 그대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민법 제168조는 청구·압류·승인 같은 사유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되고, 그 시점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정한다. 이 가운데 '승인'은 채무자인 보험사가 상대방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뜻을 드러낸 경우인데, 판례는 보험사가 피해자의 치료비를 병원에 지급한 행위도 손해배상 채무 전체를 인정한 것으로 본다. 치료비만 인정한 게 아니라 위자료와 휴업손해 같은 나머지 배상채무까지 통째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한다는 의미다(대법원 2010다103147, 2009다99105).
A씨 사례로 돌아가면 계산이 달라진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병원 치료가 1년가량 이어졌다면 보험사가 치료비를 병원에 마지막으로 지급한 시점은 사고 뒤 1년쯤이다. 그 때부터 시효가 다시 흐른다고 봐야 하므로, 청구하는 지금 시점이 그로부터 3년을 넘지 않았다면 합의금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치료가 짧게 끝나 지급 시점이 오래됐다면 시효가 이미 완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면 자동차 사고 합의금이나 보험금은 사고가 난 지 3년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성급히 포기할 일이 아니다. 치료비 지급 내역과 보험사와 주고받은 서류, 최근 통원 기록을 먼저 챙겨보는 게 순서다. 서랍 속에 잊고 지낸 보험이 있다면 계약사항 조회로 미청구 보험금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