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낙관적 계리가정에 제동을 거는 손해율·사업비 산출 기준을 이달 말 결산부터 적용한다. 보험부채를 적게 잡아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리는 이른바 '고무줄 CSM' 관행을 겨눈 것으로 다가오는 상반기 결산 실적부터 여파가 나타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9일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 후속조치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발표한 방안의 세부 기준을 확정한 것으로 핵심인 손해율·사업비 가이드라인은 2026년 6월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손해율 가정은 담보별 경과기간에 따른 손해율 예상 추이를 뜻한다. 보험사가 이를 낮게 잡으면 장래 지급할 보험금이 작게 추정돼 보험부채가 줄고 CSM은 커진다. 경험통계가 5년 이내인 신규담보에 낙관적 손해율을 적용해 신계약 CSM 경쟁을 벌여 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개정 세칙은 이런 신규담보에 보수적 손해율과 상위담보 실적손해율 중 높은 값을 쓰도록 했다. 보수적 손해율은 참조순보험요율에 약 10% 안전할증을 얹어 산출하는데 지난 1월 선진화 방안에서는 이를 90% 수준으로 제시했다. 비실손 갱신형 상품도 목표손해율을 보수적 손해율과 실적손해율 중 큰 값으로 잡아야 한다.
사업비 가정에는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를 감안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했다. 비용 발생기간을 자의적으로 조정하거나 줄여 부채를 낮추던 관행에도 빗장을 걸었다.
두 가이드라인 모두 보험부채를 키우는 방향이어서 상반기 실적부터 곧바로 반영된다. 업계에서는 계리가정 변경으로 전체 최선추정부채(BEL)가 2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건강보험과 유병자 대상 간편보험처럼 최근 신계약 CSM을 끌어올린 상품군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SM 잔액이 두텁고 상품군이 넓은 대형사보다 중소형사가 받는 충격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CSM이 K-ICS 가용자본에 포함되는 만큼 이게 줄면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번진다.
당국은 같은 개정에서 보험사가 자본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치도 함께 열었다. K-ICS 요구자본을 표준모형이 아닌 자체 내부모형으로 산출할 수 있도록 승인절차와 요건을 구체화했다. 은행(IRB)과 증권사(IMA)가 이미 쓰고 있는 내부모형을 보험권도 활용하게 되는 것으로 표준모형이 담지 못하는 회사별 리스크 특성을 요구자본에 반영해 비율을 끌어올릴 여지가 생긴다.
내부모형을 적용하려면 사업계획·상품개발 같은 핵심 의사결정에 모형을 실제로 쓰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회사 고유의 리스크 특성에 맞게 설계됐는지, 산출 과정을 정기적·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를 갖췄는지도 따진다. 전 과정을 문서화하는 것도 요건이다. 내부모형 적용 직전 영업연도부터는 표준모형과 내부모형 요구자본을 함께 산출해 분기마다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스스로 위험과 지급여력을 평가하는 ORSA 제도도 국내 영업 보험사에 의무화했다. 수입보험료 5000억원 이하 소형사와 외국계 국내지점은 시행을 유예받을 수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운영·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제3자와 감독당국이 검증할 근거도 마련했다.
개정 세칙은 6월말 결산부터 적용하되 준비기간이 필요한 일부 사항은 12월말 결산부터 반영한다. 당국은 계리가정 현황을 정기 보고받는 '계리가정 보고서' 도입을 위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