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연체채권 돌리기' 손본다…팔아도 원채권사에 고객보호 책임

금융당국,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안 사전 예고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금융회사가 연체된 대출채권을 다른 곳에 팔아넘긴 뒤 채무자 보호 책임에서 손을 떼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채권을 여러 추심업체로 거듭 넘기는 사이 채무자가 갈수록 거센 추심에 내몰리자 최초로 대출을 내준 원채권 금융회사가 채권을 매각한 이후에도 보호 책임을 지도록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1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의견을 받아 7월 중 개정을 마치고 곧바로 시행한다.

 

올해 들어 은행권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상각·매각으로 연체채권을 정리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매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국면에서 매각 이후의 책임을 무겁게 했다.

 

현행 제도에서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직접 보유한 채 추심할 때는 지난해 10월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라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추심을 7일에 7회로 묶는 추심총량제, 직장 방문이나 특정 시간대 연락을 거부할 수 있는 연락제한요청권, 수술·입원 같은 사정이 생겼을 때 추심을 미루는 추심유예 등이 적용된다. 추심을 외부 업체에 맡겨도 그 업체가 채무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함께 배상 책임을 진다.

 

반면 채권을 팔아버리면 이런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채무조정 중인 채권이나 세 번 넘게 양도된 채권의 매각을 제한하긴 했지만, 허용된 매각이라면 원채권 금융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다. 매각하면 자금을 곧바로 회수하면서 고객 보호 부담까지 덜 수 있어, 채권을 들고 관리하기보다 기계적으로 내다 파는 편이 유리했다. 그 결과 채권이 은행에서 저축은행·카드·캐피털사를 거쳐 매입채권추심업체로 거듭 넘어갔고, 추심 주체가 바뀔 때마다 채무자는 대출 당시 예상하지 못한 강도 높은 추심에 시달리거나 신용평점이 깎이는 불이익을 받았다.

 

개정안은 원채권 금융회사가 채권을 판 뒤에도 양수인의 불법행위를 점검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금융당국에 보고하게 했다. 점검에 필요하면 양도한 채권의 추심 현황이나 소멸시효 관리 상황 같은 정보를 양수인에게 요구할 수 있고,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채권을 되팔 때 적용할 조건도 계약 단계에서 미리 정하도록 했다. 원채권 금융회사는 매각계약서에 재매각 가능 여부와 범위, 재매각 때 이어받아야 할 채무자 보호 조건, 재매각 대상 추심업체의 적정성 판단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양수인이 이 조건을 어기면 다음 채권 매각에서 제외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채권 금융회사가 매각 이후에도 고객 보호 책임을 지도록 해 연체채권을 반복적·기계적으로 파는 관행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후속 조치도 잇따라 추진한다.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과 채권매각 주요 내용, 소멸시효 완성 실적을 보고·공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올 상반기 실적부터 공개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감독규정 개정안도 다음 달 시행한다. 연체채권의 소멸시효가 끝나면 이를 손실(대손)로 인정해 금융사가 시효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도록 하는 세칙 개정안은 9월 시행한다.

 

다만 매각한 뒤에도 책임이 남으면 금융사가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털어내기를 주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체채권을 빠르게 정리하라는 건전성 관리 주문과 매각에 꼬리표를 다는 소비자 보호 조치가 맞물리면서 금융사의 매각 부담이 커지고 부실채권 유통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조치는 금융위가 지난 2월 '포용적 금융 대전환' 2차 회의에서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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