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후보자 시절 공개적으로 지목했던 '레포펀드' 위험이 금융통화위원회 안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 방향이 바뀌면 레포펀드에서 환매가 한꺼번에 몰리며 단기자금시장과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시장까지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통위 논의에서 거론됐다.
한은이 지난 16일 공개한 '2026년도 제10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상당수의 펀드가 지난해 4/4분기 이후 평가손익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동전쟁 이후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추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레포펀드의 손실규모가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통화정책 기조 전환 등으로 RP금리가 오르면 레포펀드 손실이 크게 늘면서 환매 압력이 커질 가능성은 없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 부서는 "지난해 4/4분기 이후 장기금리 상승으로 레포펀드 설정잔액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의미 있는 수준의 펀드환매 및 레버리지 축소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레포펀드의 평가손실 압력이 누증될 것으로 보이는데, 레포펀드의 조달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역마진 구간에 진입하는 펀드 규모가 상당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부서는 환매 충격이 자금시장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책기조 전환 과정에서 레포펀드의 환매압력이 빠르게 증가하면 자금시장은 물론, 여전채 등 신용채권 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레포펀드 자금흐름을 지속적으로 살펴보면서 레포펀드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 사안은 회의를 주재한 신 총재가 평소 강조해온 위험과 맞닿아 있다. 신 총재는 후보자 시절인 지난 4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될 때 레포펀드의 신용·유동성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금리 하락기에 수익률을 높이려는 레버리지 유인이 커지면서 레포펀드가 빚을 키워 왔고, RP매도로 끌어온 단기자금에 기대는 구조라 시장이 흔들리면 자금을 다시 빌려 막는 차환이 어려워진다는 진단이었다.
레포펀드는 이름이 낯설지만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AAA등급 공사채나 은행채를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맡겨 단기자금을 빌리고, 그 돈으로 여전채처럼 금리가 더 높은 채권을 추가로 사들인다. 담보를 맡기고 빌리고 다시 사는 과정을 반복해 적은 자기자본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는 레버리지 전략으로, 사모펀드는 그 배율을 최대 4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구조는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정반대로 돌아간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들고 있는 채권 값이 떨어져 평가손실이 나고, 빌린 돈의 조달금리까지 올라 이익이 줄거나 역마진에 빠진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돈을 빼겠다고 나서면 펀드는 채권을 팔아 빚을 갚아야 하고, 매도 물량이 쌓이면 채권 값이 더 내려가는 악순환에 들어선다.
이 구조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약한 고리가 여전채다. 레포펀드가 담보로 잡은 우량채 위에 여전채 같은 고금리 채권을 얹어 수익을 내는 만큼, 환매가 몰리면 여전채부터 팔려 나간다. 카드·캐피털사의 자금줄인 여전채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충격에 먼저 노출된다. 지난해 4월에는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레포펀드에서 결제 불이행 우려가 불거졌고, 우정사업본부가 계약을 해지하고 금융당국이 검사에 나서면서 시장이 한 차례 출렁였다.
위험의 크기를 두고 신 총재는 미국과 선을 그었다. RP매도로 50~100배까지 빚을 키워 미 국채에 투자하는 미국 헤지펀드와 달리 국내는 레버리지비율 규제와 헤어컷(최소증거금률) 덕에 위험이 불거질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한은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자산운용사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공개시장운영 대상에 새로 넣고 양방향 RP매매를 도입해 RP시장 불안에 대응할 수단을 넓혀 놨다.
시장이 이미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이번 금통위에서 시장참가자들의 기준금리 기대는 연내 1~2회 인상을 예상하는 수준으로 높아졌고, 장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110bp 넘게 벌어졌다. 기준금리 자체는 연 2.50%로 동결됐지만 7명 중 2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금통위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7%, 근원물가를 2.4%로 끌어올리며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예고한 터라 인상 시점이 다가올수록 레포펀드에 쌓인 레버리지가 통화정책의 부담으로 떠오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