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여행자보험 가입이 늘고, 장마와 태풍을 앞두고 집과 재산 걱정이 커지는 시기다. 막상 사고가 나면 보험이 생각과 다르게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행기 지연 보상의 시간 기준, 재난 지원금과 보험금의 관계,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화재 책임이 모두 그런 사례다. 손해보험협회 '소비자 상담 주요 사례집'으로 보험 상식을 짚는 마지막 순서는 여행과 화재·재난을 둘러싼 생활 속 일반보험이다.
◆ 6시간 지연은 보상, 경유지 2시간 반은 안 된다
여행자보험에 항공기 지연 담보를 넣고 출국한 한 여행객은 인천공항에서 6시간, 경유지에서 대체편이 다시 2시간 30분 늦어지는 일을 겪고 두 건 모두 보상되는지 물었다.
약관은 통상 항공편이 4시간 이상 지연·취소되고 4시간 안에 대체 수단이 제공되지 않을 때를 지급 사유로 정한다. 인천에서의 6시간 지연 동안 쓴 식사·간식비 등은 보상되지만, 경유지의 2시간 30분은 기준에 못 미쳐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두 지연을 합쳐 계산해주지 않느냐는 기대와 달리 약관은 대부분 각각의 지연을 별개 사건으로 본다.
보상 항목도 정해져 있다. 합리적 범위의 식사·간식·전화 비용이 기본이고, 숙박이 불가피했다면 숙박비와 그 교통비, 짐이 다른 비행기로 떠났다면 비상 의복·필수품 구입비까지다. 요즘은 기준을 2시간으로 낮추거나 영수증 없이 정액을 주는 상품도 나와 있는 만큼, 가입 전 보장 범위와 지연 기준을 약관에서 한 번 살펴두는 편이 좋다.
◆ 재난 피해, 지자체 지원과 보험금 둘 다는 못 받는다
태풍이나 수해, 산불로 집이 망가졌을 때 지방자치단체 지원과 본인이 든 보험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쉽지만, 어느 쪽으로 받든 이중 수령은 막혀 있다. 산불로 집이 탄 한 피해자가 지자체 지원으로 수리를 마친 뒤 화재보험금도 청구할 수 있는지 물은 사례가 그렇다.
손해보험에는 보험으로 사고 전보다 유리해져서는 안 된다는 이득금지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화재보험은 실제 입은 손해만 보상하므로, 지자체 지원으로 이미 복구된 부분만큼은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원도 같은 결론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8월 피보험자가 실제 손해를 넘어 이중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손해보험의 기본 원칙상 금지된다며 보험금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2024나2056246). 거꾸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 그만큼의 지원금을 주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풍수해·지진재해보험에 든 시설의 복구에 국고·지방비를 지원하지 않되, 받은 보험금이 지원 기준에 못 미치면 그 차액만 지원하는 식이다.
◆ 세입자 실수로 난 불, 세입자가 든 보험부터 쓴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각자 화재보험에 들어 있는 건물에서 세입자 과실로 불이 나면 어느 보험으로 처리할까.
202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답이 갈린다. 그전 가입 계약은 두 보험이 가입금액 비율대로 나눠 보상하지만, 이후 가입 계약은 불씨를 제공한 세입자가 든 보험으로 우선 처리한다. 세입자가 드는 화재보험은 대개 집주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타인을 위한 보험'인데, 예전에는 집주인 보험에서 보험금이 나간 뒤 보험사가 그 돈을 세입자에게 도로 청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험까지 들어놓고 구상을 당하는 억울함이 있었던 셈이다.
이런 모순을 풀기 위해 표준약관이 바뀌었고, 지금은 세입자 보험이 먼저 보상하고 보험사는 계약자인 세입자에게 구상하지 않는다. 모자라는 손해가 있을 때만 집주인이 든 보험에서 메운다.
◆ 관리비로 화재보험료 내는 세입자, 남의 보험이지만 보호는 받는다
아파트 전세를 사는 한 세입자는 매달 관리비에 화재보험료가 섞여 나가는데 정작 보험계약자는 입주자대표회의, 피보험자는 소유자로 돼 있는 걸 발견하고 본인 과실로 불이 나도 처리가 되는지 물었다.
16층 이상 아파트는 화재보험법상 특수건물이라 소유자가 의무적으로 특약부화재보험에 들어야 한다. 이 보험은 소유자 과실이 없어도 화재로 인한 타인의 피해를 사망 1인당 1억 5000만원, 재물 사고당 10억원 한도로 배상한다. 세입자는 이 보험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세입자 과실로 난 불에 대해서도 이 한도 안에서는 보험금이 나간다. 남는 문제는 보험사가 나중에 세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느냐였다.
보험료를 실제로 부담하는 세입자에게까지 구상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2020년 7월 말 표준약관이 개정돼 보험료를 내는 임차인과 그 가족에게는 구상하지 않게 됐다. 고의로 낸 불은 예외이고, 법정 한도를 넘는 손해는 이 보험 밖에 있어 세입자가 따로 배상책임보험을 챙겨둘 필요가 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실손의료보험부터 자동차보험의 가입과 보상,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여행·화재·재난까지 소비자가 가장 자주 오해하는 대목들을 다뤘다. 여기 담지 못한 사례를 포함해 129건 전체가 실린 상담사례집은 협회 홈페이지와 구글북스·교보문고·예스24 등 온라인 서점에서 전자책으로 무료로 볼 수 있다. 보험은 결국 약관을 읽어둔 사람이 손해를 덜 보는 상품이다. 사고가 나기 전에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