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4%대 고착에 카드사 조달난…만기 분산·해외로 활로

 

카드사들이 고금리 장기화로 커진 자금조달 부담에 대응해 조달 채널을 넓히고 있다. 연 4%를 넘어선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성 조달과 해외 외화 조달을 함께 확대하고, 발행 만기를 늘려 차환 부담을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여전채 4%대 고착에 조달 부담 누적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적금을 받지 못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여전채로 조달하며, 전업 카드사의 여전채 의존도는 70% 안팎에 이른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이 곧바로 불어나는 구조여서 최근의 금리 상승은 그대로 이자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지표금리인 금융채Ⅱ(무보증·AA+·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4.315%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말 7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던 여전채 금리는 중동 사태 등을 거치며 다시 올라 3월 4%를 넘어선 뒤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갚아야 할 빚도 한꺼번에 몰려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가 올해 상환해야 할 카드채는 16조 3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들 카드사의 이자비용은 4조 5872억원으로, 저금리였던 2021년의 1조원대와 비교하면 크게 불어난 규모다.

 

부담을 키우는 건 새로 빌리는 돈이 갚는 돈보다 비싸졌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카드채 가중평균 신규 발행금리는 1분기 3.47%로 만기도래분(3.39%)을 7.7bp(베이시스 포인트) 웃돌았고, 2분기에는 각각 4.04%와 3.51%로 격차가 53bp까지 벌어졌다. 차환할 때마다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단기로 피했지만 단기금리마저 급등

조달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 카드사들은 카드채 대신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같은 단기성 조달로 무게를 옮겼다. 그 결과 5월 말 전단채 잔액은 105조 1000억원으로 카드채 잔액(98조 3000억원)을 앞질렀다. 전단채가 카드채를 넘어선 것은 2022년 고금리 시기 이후 처음이다. 6월 들어서는 전단채가 121조 5000억원, 카드채가 98조 4000억원으로 격차가 23조 1000억원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단기 조달로 버티는 전략도 한계에 부딪혔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경계가 커지면서 단기물 금리가 가장 가파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AA+ 카드채 1년물 금리는 4월 말 3.39%에서 6월 3.75%로 36bp 올랐다. 같은 기간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25bp, 17bp 오르는 데 그친 것과 견주면 단기물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CP 3개월물 금리도 3.06%에서 3.15%로 9bp 반등했다.

 

단기 조달의 비용 이점이 옅어지자 카드사들은 발행 만기를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7개 전업 카드사의 2분기 카드채 발행액은 7조 5000억원으로 1분기(4조 1000억원)보다 늘었다. 2~3년물 발행이 1분기 2조 4000억원에서 2분기 6조 4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전체 발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8.1%에서 85.8%로 높아졌다.

 

조달전략도 엇갈려… 현대는 장기, 하나·KB는 단기

금리 향방을 보는 시각이 갈리면서 카드사별 조달전략도 엇갈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는 1분기 단기 조달 비중을 늘렸다. 하나카드의 CP 평균잔액은 1년 새 1560억원에서 7087억원으로 네 배 넘게 불었고, 조달 내 CP 비중도 1.25%에서 5.40%로 올라갔다. KB국민카드도 CP 잔액을 지난해 말 1조 5655억원에서 1분기 1조 9084억원으로 늘리면서 평균 발행만기를 3.23년에서 1.90년으로 줄였다.

 

반면 현대카드는 단기 조달을 줄이고 장기물을 늘리는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말 7100억원이던 단기사채 잔액을 1분기 330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는 대신, 장기사채 잔액을 11조 8759억원에서 12조 1884억원으로 늘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3년물과 5년물 금리 차가 크지 않아 자산·부채 만기구조 관리(ALM) 차원에서 장기물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조달비용 절감보다 만기구조 안정화와 차환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뒀다"라고 설명했다.
 

1분기 성적표에서는 장기물 비중을 지킨 현대카드의 비용 방어력이 돋보였다. 현대카드의 1분기 이자비용은 17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38% 줄어, KB국민카드(-4.79%)와 하나카드(-1.51%)보다 감소폭이 컸다. 다만 이는 과거 저금리 시기에 확보한 장기물 효과가 컸던 결과로, 신규 조달 여건 악화가 본격 반영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면 장기채를 늘릴 유인이 있고,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보면 단기성 조달이 유리하다"라며 "기준금리 전망이 급변하면서 카드사별 대응이 갈렸다"라고 분석했다.

 

해외로 눈 돌리는 카드사…김치본드·포모사본드·ABS

국내 채권시장의 부담이 커지면서 해외에서 외화로 자금을 끌어오는 카드사도 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10일 비은행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4억달러 규모 변동금리부채권(FRN) 형태의 포모사본드를 공모로 발행했다. 포모사본드는 외국 기관이 대만 자본시장에서 현지 통화가 아닌 외화로 찍는 채권을 말한다.

 

국내에서 외화로 발행하는 김치본드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카드가 1월 2000만달러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삼성카드는 지난달 말 3년 만기 4억위안 규모의 위안화 김치본드를 연 2.08%에 찍었다. 여전채 금리가 4%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 비용으로 자금을 끌어온 것이다. KB국민카드도 2월 1억 3000만달러 규모 달러화 채권과 3월 4억위안 규모 위안화 채권을 발행했다.

 

자산을 기초로 한 해외 유동화도 활발하다. KB국민카드는 4월 말 해외에서 5억달러 규모의 소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고, 우리카드(3월·2억달러)와 신한카드(2월 말·2억 5000만달러), 롯데카드(1월·3억달러 ESG)도 잇따라 해외 ABS를 찍었다.

 

"저금리 장기물 효과 올해 소진"…내년 부담 본격화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조달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금리 환경에서 발행 유인이 약해져 올해 여전채 발행 규모가 90조~95조원으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부담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김상인 연구원은 "2021년 발행한 5년물의 차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비용을 눌러온 저금리 조달 효과가 올해를 끝으로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여전사의 조달비용 부담이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때는 내년부터"라고 내다봤다. 이동현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사는 높은 회사채 의존도와 이자비용 누증이 핵심 문제"라며 "해외 조달과 우량자산 유동화를 일회성 보조수단이 아니라 상시 포트폴리오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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