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AI 상담' 전방위 확산…편의 높였지만 오답·정보유출 우려

 

보험사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상담 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상담사 화면에 고객 질문에 맞는 답변과 약관 문서를 띄워 주고, 통화가 끝나면 대화 내용을 알아서 요약하는 식이다. 그동안 고객을 직접 상대하던 챗봇 수준을 넘어 이번엔 상담사 뒤에서 응대를 거드는 '보조 두뇌'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AIA생명이 8일 정식 오픈한 상담 지원 플랫폼 'AICSR'가 대표적이다. 상담사에게 답변과 약관 문서를 실시간으로 추천하는 데 더해 최근 6개월치 상담 이력과 고객 만족도 평가까지 분석해 고객 성향을 짚어 준다. 상담이 끝나면 통화·채팅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해 유형별로 분류하고, 고객 보험 관리 앱 'AIA+'의 실시간 채팅 상담 '라이브 챗'에 연동해 쓴다.

 

다른 생보사들도 앞다퉈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영업 지원에서 먼저 성과를 공개했다. 'AI STS(Sales Training Solution)'를 쓰는 설계사의 인당 건강보험 월평균 판매실적이 이를 쓰지 않는 설계사보다 40%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고객 안내 문구를 만들어 주는 'AI CX 글쓰기 시스템'을 들였고, 신한라이프는 상담 내용을 AI가 요약해 알림톡으로 보내 주는 서비스를 시니어 고객 대상으로 운영한다. ABL생명은 보장 분석과 상품 추천까지 AI로 넓혔다.

 

손해보험사들은 상담을 넘어 심사·보상으로 발을 들였다. 메리츠화재가 손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보험 추천·분석형 AI 상담 어시스턴트를 도입했고, DB손보는 챗봇 '프로미'로 단순 응대를 자동화하는 한편 보상 단계에선 'AI Agent'가 청구 서류를 안내한다. KB손보는 'AI 민원 해결 도우미'를 앞세워 민원 처리에 속도를 붙였다.

 

삼성화재는 아예 심사 영역까지 밀고 들어갔다. 암 진단·수술급여 심사엔 'AI 의료심사'를 적용해 진단서와 검사결과지를 자동으로 읽어 내고, 장기보험 청약 심사에선 머신러닝 기반 '장기U'가 할증·부담보 같은 조건부 인수안까지 내놓는다. 

 

보험사들이 상담에 AI를 붙이는 데 공을 들이는 건 이 업무가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한 데다 약관과 보장 범위, 청구 절차마다 따져 볼 게 많아 누가 받느냐에 따라 응대 품질이 들쭉날쭉하다. AI가 표준 답안을 깔아 주면 이런 편차를 줄일 수 있고, 상담사는 반복 설명에서 손을 떼고 까다로운 문의에 매달릴 여유를 얻는다.

 

문제는 AI가 내놓는 답이 늘 맞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보험 상담은 표현 하나에 고객의 이해가 갈리고 민원 결과까지 뒤바뀌는 일이 잦아 잘못된 안내가 곧장 분쟁으로 번진다. 생성형 AI가 매뉴얼을 근거로 답을 짜내더라도 최신 약관이나 예외 조항을 놓치면 오답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실제로 한 매체가 손보사 챗봇에 과거 암 병력을 들어 가입 가능한 상품을 물었더니 엉뚱하게 상담사 신청 화면만 띄웠고,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묻자 관계없는 메뉴로 안내한 사례가 드러났다.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을 둘러싼 부담도 만만치 않다. 상담 이력에 만족도 평가, 채팅 내용까지 들여다보는 만큼 어디까지 활용하고 얼마나 보관할지가 과제로 떠오른다. 병력이나 재무 사정 같은 민감정보가 오가기 쉬운 보험 상담에서 정보가 새거나 접근 권한 관리가 허술해지면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상담이 오히려 천편일률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따라붙는다. AI가 띄워 준 답에 상담사가 기대다 보면 고객마다 다른 사정을 세세히 살피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상담의 마지막 책임은 결국 사람 몫인 만큼, AI를 거들어 주는 도구 이상으로 여겨선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규제 환경 정비 역시 보험사들이 떠안은 숙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이 올 1월부터 시행됐고, 금융위원회는 '금융분야 통합 AI 가이드라인'을 짜고 있다. AIA생명이 이번 서비스를 내놓으며 응답 품질점검(QC) 체계와 운영 리스크 관리를 함께 내세운 것도 이런 사정과 맞물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담 지원이든 민원 처리든 도입 자체는 이제 기본이 됐다"라며 "답이 얼마나 정확한지, 사후에 얼마나 촘촘히 들여다보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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