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부터 판매직원까지…금융권, 소비자보호 교육 직급별 개편

5일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 양성 및 역량 강화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금융지주 소속 임직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교육이 임원부터 영업점 판매직원까지 직급·직무별 맞춤형 과정으로 새로 짜인다. 기존 자격증인 '금융소비자보호 상담역'도 '금융소비자보호 전문역'으로 이름과 취득 요건을 함께 손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금융연수원은 5일 은행연합회, 8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NH·iM·BNK·JB)와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런 내용의 교육 개편안을 함께 내놨다.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금융상품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소비자가 떠안는 위험이 커지자, 임직원 교육부터 직무 단위로 촘촘하게 다시 설계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소비자보호 교육 강화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이어져 온 제도 정비의 연장선에 있다. 금소법으로 최고소비자보호책임자(CCO) 선임과 내부통제 장치가 의무화됐지만,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를 거치며 제도는 갖췄어도 영업 현장의 실천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감원이 해마다 실태평가로 회사별 소비자보호 수준을 점검해 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새 교육 체계는 대상을 크게 네 갈래로 나눴다. 임원을 대상으로 한 기존 '금융 내부통제 임원 과정'에는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전략 등이 더해져 '금융 내부통제·소비자보호 임원 과정'으로 확대 개편됐다. 소비자보호를 따로 떼어 다루던 방식에서 벗어나 경영 판단의 한 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예비 CCO와 부서장에게는 '금융소비자보호 리더' 과정이 새로 생겼다. 소비자보호 거버넌스와 조직문화는 물론 소비자보호를 중심에 둔 핵심성과지표(KPI)와 성과관리 방안이 교육 주제로 담긴다.

 

소비자보호부서 실무자를 겨냥한 '금융소비자보호 실무자 과정'도 신설됐다. 실태평가 모범사례와 민원·분쟁 대응 요령, 최신 현안별 대응 전략을 다룬다.

 

영업점 판매직원을 위해서는 '투자상품 판매직원이 알아야 할 소비자보호 실무'와 '금융인을 위한 보이스피싱 예방·대응·사후관리' 두 과정을 마련했다. 불완전판매나 보이스피싱처럼 창구에서 곧바로 부딪히는 위험에 영업점 단계에서 미리 대응하도록 했다.

 

이번 개편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리더' 과정에 담긴 소비자보호 중심 KPI다. 은행 영업점의 성과 평가가 판매 실적에 쏠려 불완전판매를 부추긴다는 비판은 그동안 꾸준했다. 관리자 후보 교육에 소비자보호를 반영한 성과관리 방안을 넣은 것은, 평가 잣대를 손대지 않고서는 교육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실제 KPI 개편으로 이어질지는 각 금융지주가 교육 내용을 인사·평가 제도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운영해 오던 '금융소비자보호 상담역' 자격은 '금융소비자보호 전문역'으로 개편하고 취득 요건도 높여, 전문인력 양성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했다.

 

기관별 역할을 보면 금감원은 감독 방향과 가이드라인이 교육 내용에 반영되도록 자문과 강의를 지원하고, 금융연수원은 과정 개발과 운영을 맡는다. 은행연합회는 협약 기관 사이의 교육 수요를 파악하며 소통을 돕고, 8대 금융지주는 소속 임직원이 교육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다만 이번 협약은 구속력이 강한 약속은 아니다. 협약서상 효력은 올해 말까지이며, 따로 해지를 통보하지 않으면 해마다 자동 연장돼 최대 5년까지 이어진다. 비밀유지 조항을 뺀 나머지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성격이어서, 교육이 현장에 얼마나 자리잡을지는 각 금융지주의 실천 의지에 좌우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는 제도만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금융현장의 인식과 실천이 더해질 때 완성될 수 있다"라며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8대 지주 회장들은 소비자보호가 선택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가치이자 원칙이라는 데 뜻을 모으고, 전 임직원이 이를 실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각 기관은 앞으로 교육 운영 성과와 현장 의견을 정기적으로 살피고, 금융환경 변화와 주요 소비자보호 현안을 과정에 반영해 실효성을 높여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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