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현송 총재 취임 후 처음 열린 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이며, 지난해 7월 이후 여덟 차례 연속 동결이다.
다만 표결 구도와 의결문 표현, 함께 공개된 점도표가 모두 인상 쪽으로 기울면서 시장은 이번 결정을 동결의 외피를 쓴 매파적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번 동결에는 장용성·유상대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위원 7명이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던 4월과는 달라진 부분이다. 의결문 마지막 문장에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명시됐다. 4월의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이라는 양방향 문구와 비교하면, 정책 방향이 인상 쪽으로 정리됐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10일 이후 다음 회의(7월 16일) 전까지 약 1년 동안 연 2.50%에 묶이게 됐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과 5월 잇따라 금리를 내리며 경기 부양에 무게를 뒀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건설경기 악화와 미국 상호관세의 영향이 겹치면서 통화 완화가 불가피했던 시기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7월부터 11월까지 잇달아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1·2월에는 반도체 수출에 힘입은 양호한 성장세와 목표 수준 부근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가 동결의 근거였고, 4월에는 중동전쟁에 따른 물가 상방·성장 하방 압력이 함께 커지면서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이번에도 동결 자체는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중동 상황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사태의 추이와 파급 영향을 조금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낮아지겠지만, 반대로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시장이 다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 사이 금통위의 경기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4월 의결문이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고 적으며 금년 성장률을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투자 확대, 양호한 소비가 이어지며 "성장세가 크게 확대"됐다는 진단으로 돌아섰다. 성장률 전망치도 2.6%로 0.6%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물가 인식의 변화는 더 결정적이다. 4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비용측 요인을 중심에 두고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한다는 표현으로 충격의 일회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 대책 언급이 빠지는 대신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측 압력도 점차 증대"된다는 진단이 새로 들어갔다. 비용측 일회성 충격에서 수요측 상시 압력으로 인식이 확장됐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대응의 명분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 근원물가는 2.4%로 모두 2월 전망치를 크게 웃돌게 됐다.
금융안정 쪽 진단도 바뀌었다. 4월에는 정부 대책의 영향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가 둔화되고 상승 기대도 약화됐다고 평가했으나, 이번에는 "오름세가 다시 확대된 가운데 추가 상승 기대도 높아졌다"고 적시됐다. 가계대출 역시 전체 증가세는 제한적이지만 주택관련대출 증가폭은 다소 확대된 것으로 진단됐다. 환율 변동성에 더해 부동산과 가계부채라는 전통적 금융안정 변수까지 다시 부각되면서 인상 명분이 한 겹 더 쌓였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6개월 후 조건부 금리전망(점도표)도 의결문의 매파적 톤을 뒷받침한다. 직전 2월 전망에서 위원 21명 중 16명이 2.50%에 점을 찍었고 인상 쪽 점은 2.75% 하나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3.00%에 10개, 2.75%에 7개, 3.25%에 2개가 몰리며 분포 전체가 위로 이동했다. 현 수준인 2.50% 유지를 보는 의견은 2개로 줄었다. 향후 6개월 시점에서 적어도 0.50%포인트 인상을 내다보는 위원이 다수라는 의미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앞서 일관되게 통화정책 방향 전환, 즉 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을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였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운을 띄웠고,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신성환 전 금통위원도 퇴임 직전인 11일 간담회에서 "물가 우려로 금리 인하를 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전 위원 후임인 김진일 금통위원 역시 15일 취임 직후 기자들에게 "보험 차원에서라도 반클릭 정도 이자율을 높이는 것이 좋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5월 회의는 형식상 동결을 결정했지만, 표결 구도와 의결문, 점도표, 회의 전 위원들의 발언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다음 결정의 무게중심을 인상 쪽으로 옮겨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통화정책 경로는 중동사태 전개와 반도체 경기,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 여부에 따라 구체적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