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백과] 노동요에서 시작된 '리듬 앤 블루스'

 

[라온신문 김소민 기자] R&B는 대중적인 멜로디에 소울풀한 창법으로 완성되는데 오늘날 리듬 앤 블루스, 즉 R&B로 잘 알려진 장르는 한국대중음악계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 중 하나다.

 

■ 노동요로부터 시작한, R&B

 

 

지금의 R&B의 뿌리에는 블루스가 있다. 블루스는 흑인 노예들의 탄식이나 신세 한탄이 차차 노래의 틀을 갖추게 되면서 발전하게 된 음악이다. 정형적인 박자를 맞추는 것보다 힘든 삶을 잠시 잊기위한 일회성의 즉흥적인 감정 표현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블루스라는 단어는 1910년대에 출판된 흑인 윌리엄 크리스토퍼 핸디의 노래 제목에서 나타났다.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부르는 노동요나 복음 성가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1920년대에는 블루스가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한 쇼 비즈니스 오락 음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특히 시카고 등을 비롯한 큰 도시에서는 흑인 여성들의 웅장한 보컬을 특징으로 하는 블루스가 전성기를 맞으며 역사적으로 ‘클래식 여성 블루스’라는 명칭을 얻기도 한다.

 

전축과 라디오가 등장했던 1930년대에서는 백인들의 재즈, 스윙 등이 유행하면서 일시적인 침체기를 맞게된다. 하지만 블루스에 흥겨운 분위기를 더한 컨트리 블루스가 새롭게 탄생하는 시초가 됐다.

 

1940년대에 재즈(Jazz)와 블루스음악의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두 음악을 구분하는 경계는 모호해지기 시작하는데 당시 미국 음반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RCA-victor, 콜롬비아 레코드, 데카 레코드, 캐피탈 레코드 등의 회사에서는 여전히 흑인들의 재즈음악만을 지향하는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음악 장르를 원하는 대중을 덕분에 두 음악은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융합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융합된 음악들은 1940년대 말에 들어 미국 대중음악 잡지 빌보드의 기자이자 애틀랜틱 음반사의 프로듀서였던 ‘제리 웩슬러에 의해 빌보드 차트에서 ‘R&B Chart‘라는 명칭 아래 정리됐고 당시 애틀랜틱 음반사는 R&B 음악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과거 블루스가 미국 흑인들의 삶과 어려움을 반영한 음악이었다면, R&B는 인생의 즐거움을 표현한 또 다른 흑인 음악이었다. 이후 연주자들에 따라 상대적으로 열정적이거나 부드럽고 거칠거나 세련된 스타일 등을 특징으로 하는 다양성을 포괄하게 된다.

 

R&B 음악은 전반적으로 템포가 느리고 슬픈 느낌의 블루스 음악과는 달리 박자감이 강한 리드미컬한 성향을 보였으며, 첫 박과 세 번째 박의 악센트(Accent)를 중요시 여기는 다른 음악장르들에 반해 두 번째 박과 네 번째 박에 악센트를 주는 오프비트(Off-Beat) 형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50년대에 들어서면서 흑인 인종차별 정책의 완화 과정에 들어섰고 이는 TV에 흑인들을 출연시켜 R&B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R&B가 흑인들의 음악으로, 당시 유행하던 로큰롤은 10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면서 기성세대에게는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60년대에는 영국으로도 전파된 R&B가 백인 취향의 영국 R&B로 바뀌게 되고 로큰롤의 전파는 블루스 록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권운동의 절정기인 1960년 후반 백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흑인 청중을 겨냥한 소울이 등장하면서 R&B 소울이 등장한다.

 

 

1964년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등장한 커티스 메이필드의  'Keep on Pushing',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 등 모두 사회적 이슈인 인권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80년대 이후부터는 R&B라는 장르라기보다 뉴 잭 스윙, 컨템포러리 R&B 등 퓨전 장르가 우후죽순 늘어나게 되면서 하나의 장르가 아닌 여러 장르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가 발전하게 된다. 

 

■ 정통 R&B 부터 어반 컨템포러리 R&B까지 

 

국내의 경우 트로트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1955년 이후 미 8군 클럽이 생기면서 흑인음악을 접하게 된다. 이 시점에 미국 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로큰롤, R&B, 소울, 재즈 등의 최신 유행하는 장르 음악들이 곳곳에서 연주됐고 특히 흑인들이 많은 클럽에서 R&B가 독보적으로 많이 선보였다.

 

생계를 걱정하던 국내 뮤지션들은 AFKN(American Forces Korea Network) 방송을 통해 미국에서 최신 유행하는 음악을 접하게 됐고 카피와 연습을 통해 연주력을 키워 나갔다. 당시 미국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가 탄생하는데 흑인 음악이 자양분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국내 뮤지션들도 자연스럽게 미국 흑인음악에 녹아들게 됐다.

 

1950년부터 1960년대에는 신중현 사단을 통해 한국형 소울가요가 탄생했지만 1970년대에 대마초 파동으로 인해 급격하게 국내 뮤지션들이 사라지게 되는 사건이 발생해 대중음악계의 발전 속도에 제동이 걸린다.

 

 

하지만 당시 캠퍼스 밴드들이 프로 못지않은 실력으로 그 자리를 메우게 되는데 그 대표적으로는 ‘사랑과 평화’가 있다. 이 밴드는 미 8군 클럽에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아 널리 알려지게 됐다. 또한 전통적인 소울 스타일을 나타냈던 박인수에 의해 한국형 흑인 음악은 지속적으로 계승됐다.

 

 

1980년대에는 신촌블루스, 봄여름가을겨울, 빛과 소금 등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을 통해 퓨전 재즈(Fusion Jazz)나 블루스 장르의 흑인 음악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는데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등장으로 색다른 R&B음악이 탄생했고 런디엠시를 통해 힙합이라는 랩이 가미된 새로운 스타일의 흑인 음악 장르가 대중화 됐다.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국내에 뿌리내린 한국 R&B음악은 정통 R&B Ballad 음악의 유영진, 정연준, 김조한, 뉴 잭 스윙 장르 음악의 현진영, 듀스, 펑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박진영에 의해 정통 R&B음악에 이어 어반 컨템포러리 계열의 음악으로 발전됐다.

 

또한 R&B 외의 음악 스타일의 장르가 탄생됐고 활성화된 스타 시스템이 도입됐던 1990년대의 영향으로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국내 가요계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가수들이 나왔다. 2000년대로 넘어서면서 발달된 음반 제작 환경과 새로운 가수들의 탄생으로 국내 R&B음악은 다양하게 변모하며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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