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인디] ‘퀴어 아이콘’ 킹 프린세스

 

[라온신문 서유주 기자]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잃은 성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멋진 뮤지션이 있다. 바로 ‘킹 프린세스’ (King princess)다. 그녀는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녹음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영향 아래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악기를 접할 기회를 얻었다. 킹 프린세스의 아버지 올리버 스트라우스의 홈 스튜디오에는 악틱몽키스, 멈포드 앤 선즈와 같은 밴드들이 종종 들렀다고 한다.

 

ABC뉴스와의 인터뷰 내용 중에는 아버지의 홈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킹 프린세스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그녀는 “스튜디오는 미학적으로 나에게 무한한 장소였다”며 “TV에서만 보던 밴드 멤버들이 일주일동안 공을 들여 레코드 녹음을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유년시절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을 했던 킹 프린세스는 10대에 들어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연습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업로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 데뷔 싱글 ‘1950’

 

 

킹 프린세스는 영국의 세계적인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 마크 론슨이 설립한 'Zelig Records'의 첫 전속 아티스트로 데뷔한다. 킹 프린세스의 데뷔 싱글 ‘1950’은 1952년에 발표된 법적으로 금지된 두 여성의 사랑을 다룬 소설 ‘소금의 값’에서 영감을 받았다.

 

1950년대는 성소수자들이 핍박받던 시대로 ‘1950’ 속 가사에서는 ‘나는 남자들이 나를 쫒는 게 싫어/ 하지만 니가 나를 구원해주는 것은 좋지 / 왜냐면 난 그저 여자니까’라며 마치 성소수자들의 대변자처럼 킹 프린세스는 자신이 퀴어임을 숨기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곡을 만들었다.

 

킹 프린세스는 한 인터뷰에서 “세상은 이성애 중심으로 흘러가는 관계들이 너무 많고 동성애자 팝스타가 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하며 자신이 음악 시장을 대표하는 동성애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컨셉 말고도 나지막한 보이스와 더불어 곡의 그루비한 비트, 중독적인 후렴구는 스포티파이에서 3억 2500만 번 스트리밍될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50’이 해리스 스타일스의 샤라웃을 받으며 킹 프린세스는 더욱 인기를 얻게 된다. 2018년 발표한 데뷔 EP ‘Make My Bed’의 수록곡 ‘Talia’가 큰 사랑을 받게 된다. ‘Talia’는 죽음의 신을 뜻하는 말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감정을 담았다.

 

■ 데뷔 앨범 ‘Cheap Queen’

 

BBC의 Sound of 2019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며 글래스톤베리, 코첼라 등 전세계의 주요 페스티벌 무대에서 인지도를 상승시킨 킹 프린세스는 정규 데뷔앨범 ‘Cheap Queen’을 선보였다.

 

 

앨범 자켓에는 진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울 정도의 화장을 한 그녀가 슬픈 눈빛을 취하고 있다. 앨범의 13곡은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지만 일관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그녀의 이전 EP들과 달리 ‘Cheap Queen’에서는 킹 프린세스의 본질적인 슬픈 발라드의 다양한 스타일과 변형을 탐색할 수 있다.

 

타이틀곡 ‘Cheap Queen’에서는 잔잔하면서도 중독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를 들려줬고 ‘Isabel's Moment’는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가 피처링하고 업라이트 피아노가 전개되며 ‘Watching My Phone’의 멜로디와 쿵쾅거리는 드럼 비트는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경쾌한 비트의 ‘Home girl’과 애절한 이별 이야기를 담은 ‘Ain't Together’와 ‘‘Prophet’은 마치 곡 하나에 3개의 구간이 있는 것처럼, 일렉 기타 라인과 신스가 대조적으로 미묘하게 흘러가는 매력이 있다.

 

정규 앨범의 곡들은 강렬한 비트보다는 잔잔한 알앤비에 락, 소울를 살짝 가미해 변주를 주는 사운드들이 대부분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월에는 정규앨범의 디럭스 버전을 발매했는데 여기에 수록된 ‘Ohio’가 또다시 큰 사랑을 받는다. 그동안 페스티벌과 공연 등 라이브 무대에서 종종 들려주던 ‘Ohio’를 팬들의 요청으로 음원 공개를 한 것이다. 잔잔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전반부와는 달리 사운드가 풍부해지면서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로 강렬하게 내달리는 후반부까지 완벽한 곡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렇듯 킹 프린세스는 매번 98년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성숙 하고 세련된 곡 구성을 만들어 내며 성 소수자들의 대변인뿐만 아닌 팝 음악계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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