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퓨전국악밴드' 잠비나이'

 

[라온신문 김혜련 기자] “잠비나이를 처음 보았을 때 엄청난 사운드에 큰 감동을 받았다. 동양의 음악이지만 서양인들에게 익숙할 만한 어법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음악박람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의 디렉터 Todd Puckhaber가 잠비나이를 보고난 소감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잠비나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잠비나이는 국악기를 사용해 서구의 록 사운드를 결합한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포스트 록(Post Rock)을 연주하는 국악퓨전밴드로 2009년 결성됐다. 

 

국악을 전공한 세 명의 연주자 이일우(전자기타, 피리, 태평소, 생황),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이 한국 전통음악을 듣지 않는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결성했으며 현재는 최재혁(드럼), 병구(베이스)가 유입됐다.

 

기존의 퓨전국악이 국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거나, 어쿠스틱 서양악기와 국악기 혼합편성으로 양악기의 비중이 컸다면 잠비나이는 기존 전통악곡이 아닌 직접 작곡한 곡을 국악기를 활용해 연주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가고 있는 밴드다.

 

잠비나이(Jambinai) 1집 Differance(차연, 差延)는 2013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선정됐고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하면서 대중음악계에 자리를 확고히 했다.

 

브라질의 국제현대축제(Cena Contemporanea)같은 모던아트페스티벌부터 세계 최대의 월드뮤직 박람회인 유럽의 워맥스(WOMEX),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같은 대형 뮤직마켓, 영국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덴마크 로스킬데(ROSKILDE), 세르비아 엑시트(Exit)같은 초대형 음악 국제 록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디 레이블 중 하나로 꼽히는 벨라 유니온(Bella Union)과 계약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잠비나이는 무대 상황에 적합하고 현대의 감성에 맞는 과감한 국악의 현대화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했다. 

 

국악계의 팀들은 공연 몇 회, 음반 한 두 장 활동 후 사라져간 팀들이 많고 대중성 면에서 국악이란 장르가 긴 호흡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잠비나이는 지속적인 무대 활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앨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차별화로 정체성을 확고히 했고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할 기회를 가지면서 대중성을 갖추었다. 또한, 직접 작곡 작사를 하고 즉흥연주를 하면서 음악적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잠비나이의 특징은 전통 국악기 음색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고 전자 음향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강렬하고 직선적이며 각각의 악기가 낼 수 있는 사운드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전통주법을 고수하지 않고 현대적 국악기 연주 기법을 개발하고 음악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리더 이일우는 한 인터뷰를 통해 "국악기를 사용하지만 잠비나이는 ‘국악의 대중화’가 아니라 ‘오늘의 음악, 당대의 정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잠비나이의 음악의 근간이 전통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 전통음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악기를 중심으로 전통국악과 프리 재즈, 포스트 록, 아방가르드, 하드코어 펑크, 메탈이 뒤섞인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고 있다. 피리, 태평소, 생황의 관악기와 해금과 거문고로 구성돼 한국 전통악기의 어쿠스틱한 본연의 소리를 극대화해 서양의 록 음악을 접목했다. 국악기의 음색적 특징을 강조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연주기법을 개발해 음악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잠비나이는 포스트록을 연주하는 그룹이지만 한국 전통음악의 고유성과 철학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음악의 큰 틀에서 보면 시나위를 비롯한 민속악이나 정악 중 조선 시대 문인들의 음악인 영산회상에 나타난 전통음악의 미(美)인 ‘열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잠비나이는 연주자끼리 연주 전 곡의 약속된 중요한 흐름만 정해놓고, 세부적인 음악은 연주자의 느낌이나 공연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실력 있는 앙상블이다.

 

두 번째 특징은 조선 시대 문인들의 줄풍류 음악에서와 같이 거문고가 앙상블의 리더 역할을 하며 곡을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커낵션’ ‘소멸의 시간’ 등 잠비나이의 대표곡들에서도 거문고의 반복적인 오스티나토 베이스(ostinato bass)인 인트로 리프(intro riff)가 나타나는데 줄풍류 연주에서 거문고가 전체적인 곡의 빠르기와 호흡을 결정하는 것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술대를 이용해 현을 치거나 뜯어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가 담당한 리듬과 베이스 기타가 담당하는 근음을 깔아 전체적인 사운드의 축을 형성하는 역할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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