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저점 논쟁…"1300원까지 더" vs "연말 1400원대 복귀"

  • 등록 2026.09.11 11:57:07
크게보기

유가 100달러·미 생산자물가 5.4%에 논쟁 앞당겨져
경상흑자 2331억달러에도 1649억달러 재유출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남짓 만에 200원 넘게 떨어진 뒤 저점을 두고 시장의 판단이 갈리고 있다. 1300원까지 하단이 더 열려 있다는 전망과 연말에는 1400원대로 되올라간다는 전망이 맞선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물가 지표가 논쟁을 앞당겼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8시 53분 1349.9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 1339.2원보다 10.7원 오른 수준이다. 전날 환율은 1340.0원에 출발해 장중 1336.2원까지 밀렸다가 야간 거래에서 1349.9원으로 9.6원 오른 채 마감했다. 하루 고가와 저가의 차이가 13.7원에 달했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은 1350.3원에 최종 호가됐다.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1년 전보다 5.4% 올라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근원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4.6%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항공료와 운송료처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 반영되는 항목이 크게 오른 점에 주목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2.1bp 오른 4.964%로 5% 문턱에 다가섰고 2년물도 15.4bp 뛴 4.588%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전제로 성인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재정 악화와 국채 발행 확대 우려가 더해진 영향도 겹쳤다.

 

국제유가는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후티 반군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 브렌트유는 6.34% 상승한 107.63달러에 마감했다. 원유 수입 결제 수요가 달러 매수로 이어지는 만큼 유가 상승은 곧바로 국내 수급에 부담을 준다. 뉴욕증시는 나흘 연속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66% 급락했다. 변동성지수(VIX)는 8.38% 오른 17.84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중간선거 이후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10일 자료에서 이를 적어도 중간선거 전까지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매입 규모가 6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 80억~100억달러를 밑돈 것도 장기금리를 밀어 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들이 제시한 이날 예상 범위는 하단이 11원, 상단이 13원 벌어졌다. 우리은행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보며 1346~1362원을 제시했다. 민경원·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역외 투기적 수요가 이틀에 걸쳐 1330원 중반에서 지지를 확인한 만큼 달러 매도 포지션을 대거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나은행은 1335~1349원을 제시하며 장중 하락을 예상했다. 반도체 업종을 비롯한 수출기업의 지속적인 달러 매도 물량이 상단을 제한하고,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 의지와 미국의 엔화 약세 경계감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신한은행은 1343~1354원을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보다 40원 낮춘 1380원으로 제시했다. 연말까지 적정 범위는 1280~1420원으로 잡았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이번 주 들어 수출 업체 중심으로 공격적인 달러 매도와 엔화 급강세에 따른 약달러가 동반하며 뚜렷하게 1340원 하단이 깨졌다"라며 전망치를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아직 달러 매도 물량이 충분하게 소화되지 않고 남아 있어 매수 우위 전환 시그널이 미약하다"라며 "대외적으로는 약달러 압력이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하단은 더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1300원 부근에서 하방 경직성이 높아지겠지만 한 번 뚫리면 하단이 순식간에 낮아지는 만큼 12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저점이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환율이 일시적으로 더 언더슈팅한 이후 다시 1300원대 중반으로 안착할 가능성을 크게 본다"라며 외국환평형기금의 달러 매입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중단 및 달러 매수 재개를 근거로 들었다. 급격하게 낮아진 하단과 앞으로의 예상 궤적을 감안하면 4분기 평균선은 1300원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일 낸 보고서에서 환율이 단기적으로 1300원대 초반까지 더 내려간 뒤 연말에는 1400원대 초반으로 반등해 균형 수준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는 6월 말과 비교해 9일까지 15.6% 절상돼 주요국 통화 가운데 절상 폭이 가장 컸다. 상반기에 6.7% 약세를 보였던 것과 정반대다. 다만 이 전망은 연준이 물가를 경계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어 어제 시장이 인상 쪽으로 기운 것과는 어긋난다.

 

7월 경상수지는 420억 8000만달러 흑자로 연간 누적 흑자가 2330억 9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598억 2000만달러의 약 4배이고 지난해 연간 흑자도 이미 넘어섰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직접·증권투자 순유출이 1649억달러에 달해 경상거래로 들어온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상당 부분 다시 빠져나갔다. 국민연금과 보험·증권사의 해외 자산배분,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는 환율 수준과 무관하게 이어지는 달러 매수 수요다. 거주자 외화예금에서도 기업 보유분이 7월 말 957억달러로 지난해 말 819억달러보다 늘었다.

 

8~11월에 집중된 삼성전자 15조원, SK하이닉스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법인세·성과보상 관련 원화자금 수요는 상당 부분 집행됐다. 김 연구원은 원화 매수 요인이 그만큼 약해진다고 봤다. 11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일정이 마무리되면 외국인 채권자금의 선제적 유입도 소진된다. 연말로 갈수록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과 해외 장비 결제 등 달러 수요가 부각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같은 자사주 매입을 반대로 읽었다. 11일 자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원화 환전 효과가 9월까지 확정돼 있고 이후에도 추가 주주환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와 미·일 양국의 엔저 안정 의지가 맞물려 엔화 강세 압력이 이어지는 점도 원화가 단기간에 급격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들었다.

 

달러·엔 환율은 9월 초 160엔에서 10일 154.38엔까지 내려왔고 시장은 17~18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의 금리 인상 확률을 97%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일본은행의 인상 배경이 성장이나 물가보다 장기금리 안정과 엔화 저평가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9월 한 차례 인상으로 그치면 효과가 이어지기 어렵고 엔화 초강세는 오히려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을 높이는 만큼 엔화 강세가 원화 강세로 직결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일 기준 100엔당 870.79원이다.

 

유안타증권이 2009년 이후 120거래일 안에 고점 대비 8% 이상 떨어진 열 차례 사례를 정리한 결과 반전 요인으로 가장 자주 등장한 것은 미국 물가·고용의 재강화와 금리 반등이었다. 2022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5.3% 하락한 국면은 미국 고용과 물가가 다시 강해지며 연준 긴축이 재가격되면서 끝났고, 2017년 7월부터 2018년 1월까지 8.3% 떨어진 국면도 미국 금리 반등과 함께 마무리됐다. 이번 하락은 7월 2일 고점 1555.8원에서 시작된 국면으로 아직 저점과 종료가 확정되지 않은 사례로 분류돼 있다.

 

열 차례 가운데 여덟 차례는 외국인 순매수가 동반됐고, 외국인이 이탈했던 2017년과 2020년에도 기관이나 개인이 대체 매수 주체 역할을 했다. 반면 7월 이후 10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7조 2000억원, 기관과 개인은 합쳐 7조 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5% 넘게 내렸다.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월 상승률이 0.1%였던 점을 감안하면 오름폭이 네 배로 커진다. 다음주에는 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18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이어진다.

이성태 stlee@raonnews.com
Copyright @2018 라온신문. All rights reserved.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