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에서 판매된 생명보험 계약의 청약철회비율이 보험사에 따라 1%대에서 23%대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방카슈랑스 채널인데 2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9일 22개 생명보험사의 2026년 2분기 경영공시를 집계한 결과 2025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금융기관보험대리점 채널의 청약철회비율은 NH농협생명이 1.01%로 가장 낮았고 라이나생명 23.18%, 동양생명 22.46%, AIA생명 19.00%가 가장 높았다. 청약철회는 계약자가 보험증권을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아무 조건 없이 계약을 무를 수 있는 제도로, 철회하면 납입 보험료를 전액 돌려받는다. 다만 청약한 날부터 30일이 지나면 철회할 수 없다.
판매 물량 차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농협생명은 이 채널에서만 신계약 121만 5905건을 올렸지만 철회는 1만 2228건에 그쳤다. 라이나생명의 방카슈랑스 신계약은 7만 6492건으로 농협생명의 16분의 1 수준인데 철회 건수는 1만 7733건으로 오히려 많았다. 교보생명 8.67%, 신한라이프 8.46%, 한화생명 8.32%, KB라이프생명 8.02%가 8%대에 몰려 있고 삼성생명은 10.28%, 미래에셋생명은 4.20%였다.
방카슈랑스 채널의 철회율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올랐다. 생명보험협회 공시 기준으로 생보업계 방카슈랑스 청약철회비율은 2023년 2.12%에서 2024년 하반기 5.04%, 지난해 하반기 5.64%로 높아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월 방카슈랑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특정 보험사 상품의 판매 비중 한도를 생명보험 33%, 손해보험 최대 75%로 풀어준 뒤 은행 영업이 공격적으로 바뀐 영향으로 풀이된다. 2003년 도입된 25%룰이 20여 년 만에 완화된 조치였다.
◆ 신계약 16건 중 1건 철회
같은 기간 체결된 신계약 1037만 6489건 가운데 64만 4957건이 청약철회됐다. 신계약 대비 6.22%다. 회사별로는 AIA생명이 16.22%로 가장 높았고 푸본현대생명 13.98%, 라이나생명 13.56%, 동양생명 10.05%가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1.49%와 NH농협생명 1.60%였다.
삼성생명 4.84%, 교보생명 4.52%, 한화생명 5.13%, 신한라이프 7.42% 등 대형사는 신한라이프를 빼면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신계약이 100만건을 넘는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 한화생명 세 곳은 모두 평균 아래였다.
불완전판매비율은 업계 평균 0.04%로 청약철회비율의 160분의 1에 그친다. 22개사 전체 불완전판매건수는 4047건이다. 품질보증해지와 민원해지, 무효 건수만 세기 때문에 가입 직후 계약자가 스스로 철회한 사례는 반영되지 않는다.
◆ 홈쇼핑과 전화 판매는 다섯 건 중 한 건
회사별 순위보다 채널별 격차가 크다. 홈쇼핑 채널은 신한라이프 22.81%, 라이나생명 20.52%, AIA생명 19.22%로 다섯 건에 한 건이 철회됐다. 텔레마케팅(TM) 채널도 AIA생명 18.08%, 라이나생명 16.66%, DB생명 15.09%, 동양생명 14.93%, 신한라이프 13.95%로 높다. 다이렉트 채널은 메트라이프생명 0.60%부터 BNP파리바카디프생명 35.50%까지 벌어졌고 한화생명은 21.32%였다.
회사 전체 수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편차다. 한화생명은 전체 5.13%로 업계 평균을 밑돌지만 다이렉트 채널만 떼어놓으면 21.32%로 네 배 넘게 뛴다.
신계약이 가장 많은 채널은 법인대리점(GA)이다. 22개사 GA 신계약은 445만 4921건으로 전체의 42.9%를 차지한다. 방카슈랑스 172만 9103건의 2.6배다. GA 채널 합산 철회율은 5.36%로 회사별 편차가 크지 않다. 삼성생명 3.97%, 라이나생명 4.54%, 한화생명 4.85%, 신한라이프 5.45%, 메트라이프생명 8.02%로 푸본현대생명 17.41%를 빼면 4~8%대에 들어 있다. 전속 설계사 채널도 ABL생명 2.74%부터 라이나생명 9.93%까지다. 물량이 가장 큰 채널에서 회사별 차이가 좁은 반면 방카슈랑스에서만 23배 가까이 벌어진다.
◆ 철회율 높다고 부실 판매인가
청약철회는 계약자의 충동적 가입 가능성을 고려해 철회 이유를 묻지 않고 일정 기간 안에 계약을 무를 수 있게 한 제도다. 철회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부실 판매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통신판매는 대면 채널보다 가입 문턱이 낮아 일단 가입한 뒤 다시 생각하는 계약자가 많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방카슈랑스 판매 자체는 빠르게 줄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2089억원으로 1년 전 2552억원보다 18.1% 줄었다.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저축성 보험을 찾던 은행 고객이 다른 상품으로 옮겨간 결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청약철회는 계약자에게 보장된 권리여서 철회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판매가 부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같은 채널에서 회사별 격차가 반복해서 벌어진다면 모집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