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주가 대출을 갚지 못하는 가구에서는 다른 가구원의 연체율(금액 기준)도 11.1%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연체율 1.1%의 10배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신용정보 자료로 206만 가구를 월별로 추적하는 패널 데이터베이스(DB)를 새로 구축해 산출한 결과다.
한은 경제연구원 장훈 과장 등 연구진은 7일 'BOK 이슈노트 제2026-23호—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연구진은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신용정보DB에서 주소지가 명확한 개인 214만명을 무작위로 추출한 뒤 거주지를 기준으로 가구를 식별해 부채·자산·소득·지출을 묶었다. 표본 206만 가구는 KCB 가구모집단의 9.2%에 해당한다. 그동안 가구 단위 부채 자료로는 연 1회 면접조사인 가계금융복지조사가 활용돼 왔다.
가구주 연체 전후의 신용점수 변화를 사건연구(event study)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가구원 간 연계성이 확인됐다. 연체가구 가구주의 신용점수 지수는 연체 12개월 전을 100으로 놓았을 때 6개월 전부터 급격히 낮아져 연체 시점에 32, 12개월 뒤에는 40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다른 가구원의 지수도 93.0으로 내려갔다. 연체 이력이 확인되지 않은 정상가구의 지수는 101 안팎을 유지했다.
가구원들이 대출을 나눠 보유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2인 가구의 49.8%, 3인 가구의 66.2%에서 두 명 이상의 가구원이 동시에 대출을 갖고 있었다. 2인 가구 가운데 최초 대출이 발생한 뒤 1개월 이내에 다른 가구원의 추가 대출이 일어난 비중은 46.5%에 달했다. 같은 목적의 자금을 여러 명이 나눠 조달했다는 의미다.
가구 단위로 재구성하자 소득계층별 부채 부담의 순서도 달라졌다. 2019~2025년 평균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개인과 가구 모두 1.1배로 같았지만, 소득분위로 나누면 방향이 갈렸다. 개인 기준으로는 소득이 높을수록 LTI가 올라 1분위 0.3배에서 5분위 1.7배까지 상승했다. 가구 기준으로는 1분위 0.6배, 5분위 1.2배로 격차가 훨씬 작았다. 부채를 보유한 대상만 추리면 차이가 더 벌어져 개인 LTI는 2.1배, 가구는 1.5배였고, 소득 1·2분위에서는 반대로 가구의 LTI가 개인보다 높았다.
주택자산 대비 부채비율(LTV)도 마찬가지였다. 부채보유 기준 LTV는 개인 0.32배, 가구 0.21배였다. 소득 5분위에서는 개인이 0.39배인 반면 가구는 0.18배로 절반에 못 미쳤고, 1·2분위에서는 가구 쪽이 더 높았다. 고소득층은 개인 명의로 부채가 몰려 있어도 배우자 등 다른 가구원의 소득과 자산이 이를 상쇄하지만, 저소득 가구에는 그런 완충 여력이 없다.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은 세대를 단위로 설계돼 왔다. 2018년 9월 대책의 2주택 이상 보유 세대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금지, 세대별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양도소득세율 차등이 대표적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경우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 연소득을 차주 본인 기준으로 산정하되 배우자 소득을 합산할 수 있도록 하고, 합산할 때는 배우자 명의 금융부채도 함께 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DB로 금리 상승 스트레스 테스트도 실시했다. 여기서 쓰인 연체비율은 부채보유가구 가운데 가구원 중 한 명이라도 30일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가구의 비중으로, 앞의 금액 기준 연체율과는 산출 방식이 다르다.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오르는 통상적인 시나리오에서 평균 연체비율은 3.35%에서 0.2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만 소득 1분위는 연체비율이 5.45%로 이미 평균을 웃도는 상태에서 0.48%포인트, 2분위는 4.38%에서 0.40%포인트 추가로 높아졌다. 자영업자·법인대표 가구도 연체비율이 4.47%에 상승폭 0.32%포인트로 다른 직업군보다 컸다.
100bp 상승을 가정한 고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는 이른바 '영끌' 가구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2023~2025년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아 주택을 취득한 가구 가운데 취득 시점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증가폭이 상위 10%인 곳을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로 분류했다. 이들의 12개월 뒤 연체비율 상승폭은 0.81%포인트로 이미 주택을 보유하던 가구(0.52%포인트)나 과도한 차입을 동반하지 않고 주택을 취득한 가구(0.64%포인트)를 웃돌았다. 지난해 말 실제 연체비율은 기존 주택보유가구가 2.01%, 고차입 주택취득가구가 4.50%였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71%는 소득 3분위 이상 중·고소득층이지만 금리 충격에 대한 취약성은 저소득 2분위 가구(0.83%포인트)와 비슷했다. 2021~2023년 주택을 취득한 가구를 대상으로 별도 분석한 결과에서는 고차입 가구에서 한 명이 연체한 뒤 12개월 안에 다른 가구원까지 연체할 확률이 8.8%로 나타났다. 기존 주택보유가구(4.6%)의 1.9배, 일반 주택취득가구(5.4%)의 1.6배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기 시작하는 임계점은 DSR 46%로 추정됐다. 카드사용액을 소비 대리변수로 삼아 소비함수를 추정한 결과 DSR이 1%포인트 오를 때 카드사용액은 [0.48-1.04×DSR]%만큼 변화해, DSR이 46%를 넘어서면 한계효과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4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추정한 47%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부채보유가구의 11.1%가 이 임계치를 넘어섰다. 전체 비중은 2024년 12.3%에서 소폭 낮아졌지만 소득 1분위만 14.5%로 올라 2021년(11.4%)보다 3.1%포인트 높아졌다. 나머지 소득분위는 모두 2024년보다 낮아졌다.
연구진은 기존 차주 단위 분석과 함께 가구 단위 정보를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가계부채 취약성 평가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가구 전체의 재무여건과 가구원 간 위험 연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부실위험이 다른 부문으로 증폭되지 않도록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취약가구의 상환부담을 덜어주는 선별적 정책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