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1일부터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그다음 날부터 고인 명의의 금융거래가 전 금융권에서 일제히 정지된다. 고인 명의를 도용한 부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그동안 고인 계좌에서 빠져나가던 보험료와 공과금 자동이체도 함께 멈추기 때문에 유족이 미리 납부 방법을 바꿔두지 않으면 보험계약 실효나 연체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은 11일부터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신속차단 시스템'을 정식 가동한다고 6일 밝혔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1년여간 관계기관, 금융회사와 협의해 사망자 정보의 생성과 공유부터 금융거래 차단까지 전 과정을 잇는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새 시스템에서 행안부는 사망자 정보를 매일 1회 제공하고, 한국신용정보원은 이를 가공해 접수 당일 금융회사에 전달한다. 금융회사는 대면과 비대면 거래를 처리하기 전에 사망 여부를 실시간으로 조회한 뒤 확인되면 그 자리에서 거래를 막는다. 종전에는 사망자 정보가 월 1회 공유돼 사망신고 기한 30일까지 감안하면 금융회사가 사망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최대 2개월이 걸렸고, 정보를 받아 활용하는 곳도 은행 등 일부에 한정됐다.
그사이 벌어진 거래는 적지 않다. 금감원이 2024년 2월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5년간 국내 은행 17곳에서 사망자 명의 계좌 개설이 1065건, 대출 실행이 49건 발생했다. 계좌와 인증서 비밀번호 변경 같은 제신고 거래는 6698건이었고, 자료 확인이 가능한 8개 은행에서만 사망자 명의 예금 인출이 34만 6932건, 6881억원 이뤄졌다. 계좌 개설의 91%와 대출 실행 전부가 모바일뱅킹과 ATM 등 비대면 채널에서 일어났다. 사망자의 신분증 사본과 기존 계좌만 있으면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과할 수 있고, 휴대전화와 인증서 비밀번호를 확보하면 대출 실행이나 제신고 거래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 집계로 지난해 사망자는 36만 3400명이었다.
적발된 거래는 형사처벌로 이어졌다. 사망한 모친의 계좌에서 예금 705만원을 모바일뱅킹과 ATM으로 자신의 계좌에 옮기고 공동 상속된 금목걸이를 동생에게 주지 않은 사람에게 대구지법은 2024년 1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와 횡령죄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사망한 지 일주일 된 친형의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대출 3000만원을 받아 챙긴 사람은 2022년 12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은행도 손실을 봤다. 한 은행은 사망자 명의로 나간 대출 15건 가운데 9건이 연체돼 특수채권으로 편입했다.
유족이 먼저 확인해야 할 대목은 차단 범위다. 예금 인출과 계좌이체는 물론 대출 실행과 신용카드 결제, 보험금 수령, 주식 거래, 모바일뱅킹과 ATM 이용까지 고인 명의로 이뤄지는 거래 대부분이 대상이다. 고인 명의로 청구하고 받는 보험금도 여기에 포함돼 유족은 상속 절차를 밟아야 지급받을 수 있다. 사망자 계좌로 돈을 넣는 입금은 상속인이 별도로 채권 회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편을 고려해 그대로 허용된다.
정보를 활용하는 금융회사도 은행과 보험·카드·증권·저축은행·상호금융에 캐피털과 대부업,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우체국을 더해 4890곳으로 늘어난다. 그동안 사망자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던 제2금융권과 대부업권에서도 같은 날부터 차단이 이뤄진다. 은행에서 막히더라도 다른 업권에서 거래가 이어지던 부분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유족이 차단을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어 사망신고만 하면 금융거래 정지까지 자동으로 처리된다.
자동이체 중단은 유족이 직접 정리하지 않으면 그대로 미납으로 남는다. 통신비와 관리비, 보험료, 대출이자 납부가 모두 멈추므로 결제 계좌를 변경하거나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보험료 미납이 이어지면 계약이 실효돼 보장을 받지 못할 수 있고 대출이자 연체는 신용상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고인이 계약자로 돼 있으면서 배우자나 자녀가 피보험자인 계약도 같은 문제가 생기므로 사망신고 전에 납입 계좌를 옮겨두는 편이 낫다.
치료비와 장례비처럼 당장 필요한 자금은 '예외 인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금융회사에 제출하면 금융회사가 병원과 요양원, 장례식장에 직접 이체해 주는 방식이어서 유족이 현금을 인출해 사용하는 형태는 아니다. 상속예금을 찾으려면 상속인 전원의 동의와 상속재산 분할협의서, 상속인 전원의 신분증·인감증명서 등을 갖춰 금융회사에 지급을 청구해야 한다. 필요한 서류는 금융회사마다 달라 거래하던 곳에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인의 카드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임의로 금융거래를 하면 횡령죄나 사기죄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다른 상속인과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고인의 금융재산과 채무는 금감원의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서비스'와 행안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국은 사망자 정보 오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한국신용정보원의 신용정보관리규약을 개정해 사망자 정보를 금융거래 차단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금융회사는 사망자 정보 처리 내역과 금융거래 이력을 전자적으로 기록·관리해야 하며, 금감원은 관계기관과 협업해 금융회사의 사망자 정보 관리와 내부통제 실태를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행안부와 금융위, 금감원은 "이번 개선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부정 금융거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신용정보원 및 금융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유가족의 불편 사항을 최소화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