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보험이 간편하지 않다…보험사들, 질문 늘리며 보험료 할인

  • 등록 2026.09.04 08: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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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흥국·하나·삼성화재, 고당지·뇌허 고지 유형 신설
하나손보 "간편보험 가입자 86%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없어"

 

손해보험사들이 간편보험에 고지항목을 다시 붙이고 있다. 묻는 항목을 줄여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인데, 이제는 항목을 늘리는 대신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식이 퍼졌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손해보험은 이달 간편보험 신상품 2종을 출시했다. NH헤아림 3.10.5 고당지 건강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묻고, NH뉴헤아림 3.10.10 건강은 뇌혈관과 허혈성 질환 이력을 묻는다. 40세 여성이 암과 뇌혈관, 허혈성 진단비를 각각 2000만원 가입하는 조건으로 비교하면 기본형인 3·10·10이 5만 1407원, 뇌혈관과 허혈성을 추가로 묻는 유형이 5만 539원,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까지 묻는 3·10·5 유형이 4만 9496원이다. 묻는 항목이 늘어날수록 보험료가 내려간다. 여기에 5만원 초과분을 10% 깎아주는 할인이 별도로 적용된다.

 

흥국화재는 고당지 3·10·5 고지 유형을 신설하면서 할인을 단계별로 나눴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가운데 하나만 없으면 최대 2~6%, 둘이 없으면 5~9%, 셋 모두 없으면 10%를 깎아준다. 여기에 뇌혈관과 허혈성 질환까지 없으면 최대 13%까지 내려간다. 20년납 90세 만기에 허혈성심장질환진단비 1000만원을 가입한 60세 여성이 기준이다. 흥국화재는 간편보험 전 상품의 가입연령도 20~90세에서 15~90세로 넓혔다.

 

하나손해보험은 이달 중 고당지 간편보험을 출시한다. 3·10·5와 3·5·5 두 유형이고 추가 질문 네 가지에 어떻게 답하는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 하나손보는 유병자 간편보험 가입 고객의 약 86%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화재는 간편보험을 아홉 가지로 쪼개 운영한다. 6년 내 입원과 수술의 경증 상병에 예외를 둔 초경증형부터 5년 내 5대 질환을 묻는 유형, 1년 내 5대 질환만 보는 중증형까지 단계를 갖췄다. 여기에 만성질환과 뇌심을 추가로 묻는 365 당당한 새로고침 100세와 5년 내 당뇨병을 묻는 3655 고고 새로고침 100세를 더했다. 후자는 기존 365 간편보험보다 보험료가 약 5% 저렴하다.

 

라이나손해보험은 예외질환을 유병 유형별로 나눠 심사한다. 뇌심 유병자에게 6491개, 암과 간 유병자에게 7388개, 기본 간편에 2140개를 적용한다. DB손해보험도 고당지 간편을 주력 상품군으로 운영하고 있다.

 

간편보험은 유병자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간소화한 상품이다. 심사를 줄인 만큼 위험을 요율에 미리 반영하기 때문에 일반심사형보다 보험료가 비싸다. 하나손보가 파악한 86%는 이 상품의 가입자 대부분이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일반심사형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유병자용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건강한 가입자에게 따로 값을 매기려면 다시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고혈압이 있는지, 당뇨가 있는지, 뇌혈관 질환 이력이 있는지를 물어 위험을 가려낸 뒤 보험료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알릴 의무를 줄여 만든 상품에 항목을 하나씩 되돌리면서 일반심사에 가까워졌다.

 

회사가 고지항목을 되돌리는 데는 회계상 이유도 작용한다. 한 보험사 계리 담당 임원은 "간편보험은 보험료가 높아 신계약 CSM이 크게 잡힌다. 대신 위험조정을 정교하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손실부담계약으로 돌아온다"라며 "고지항목을 늘려 위험을 가려내면 CSM의 질이 올라간다. 회사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할인율의 근거는 따져볼 대목이다. 만성질환 하나가 없을 때 2~6%, 셋 모두 없을 때 10%라는 폭이 경험통계에서 나온 것인지, 경쟁사 보험료를 맞추기 위해 역산한 것인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고지항목을 세분화한 유형은 최근에 나온 만큼 요율을 나눌 만한 통계가 쌓였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할인이라는 표현 자체를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한 법인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없는 항목 수에 따라 2%에서 13%까지 나누는 방식은 사실상 위험등급을 매기는 것"이라며 "소비자에게는 할인으로 전달되다 보니 자기가 어느 등급에 속했는지, 왜 그 보험료를 내는지는 알기 어렵다"라고 했다.

 

보험사들은 간편심사형을 판매할 때 일반심사형과 보장내용, 보험료를 비교해 안내하고 계약자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비교 대상인 일반심사형은 간편심사형보다 보장이 축소되지 않도록 운영하게 돼 있다. 이 절차가 판매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가 86%라는 수치의 배경을 설명한다.

 

한 보험사 소비자보호 담당자는 "물어보는 항목이 늘면 답을 잘못한 계약자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걸릴 여지도 같이 늘어난다"라며 "간편보험은 고지가 간단해 분쟁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었는데,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다 묻고 뇌혈관과 허혈성까지 묻는 상품이 3·10·5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성태 stlee@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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