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회사채로 빌리기보다 갚았다…올해 들어 10조 순상환

  • 등록 2026.08.26 08: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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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월 발행 28조·상환 39조, 지난해 5조 순발행에서 역전
7월 발행액 69%가 차환용… AAA 쏠림에 장기채는 400억 그쳐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새로 조달하는 자금보다 만기 도래 물량을 되갚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월별 발행액만 보면 시장 규모에 큰 변화가 없으나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이 기존 차입금 상환에 투입되면서 기업에 실제로 남는 신규 자금은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6일 발표한 '2026년 7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2조 7770억원으로 전월보다 2370억원(9.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만기가 돌아온 물량이 3조 7270억원에 달하면서 9500억원이 순상환됐다. 6월 5760억원 순상환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상환액이 발행액을 웃돌았다.

 

누적 기준으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올해 1~7월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28조 6822억원, 상환액은 39조 2314억원으로 순상환 규모가 10조 549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조 8600억원 순발행이었다.

 

조달 자금의 용도에서도 차입금 상환 수요가 두드러진다. 7월 일반회사채 발행액 가운데 차환 목적이 1조 9120억원으로 68.9%를 차지했다. 6월 비중 31.5%에서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운영 목적 발행은 4800억원(17.3%)으로 전월 1조 7100억원(67.3%)에서 대폭 감소했다. 설비투자에 해당하는 시설자금은 3850억원으로 비중이 13.9%까지 올라왔으나 1~7월 누계로는 1조 3050억원에 그친다.

 

조달 여건 악화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7월 24일 연 4.65%까지 오른 뒤 30일 연 4.46%로 마감했고, 여름 비수기가 겹치면서 8월 수요예측 일정은 사실상 비어 있는 상태였다. 절대금리 부담이 커지자 만기 물량을 차환 발행 대신 보유 자금으로 상환한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수요가 최상위 등급에 집중된 점도 발행을 제약했다. 7월 무보증 일반회사채 2조 5770억원 가운데 AAA등급이 9건, 1조 6500억원으로 64%를 차지했다. 전월 1조 1500억원보다 43.5%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AA등급 발행은 5750억원으로 31.1% 줄었고 BBB등급 이하는 400억원(1.6%)에 머물렀다. 8월 첫째 주 기준 국고채 대비 크레딧 스프레드는 AAA 3년물이 51.3bp, AA0등급이 65.1bp, A0등급이 135.3bp를 기록했다. A등급 조달비용이 최상위 등급의 두 배를 웃돈다. 지난달 보증사채가 1건, 2000억원 발행된 것도 신용 보강 없이는 소화가 쉽지 않은 발행 수요가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기 구조는 짧아졌다. 7월 발행된 5년 초과 장기채는 400억원으로 전체의 1.4%에 그쳤다. 1~7월 누계도 4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950억원 대비 56.2% 감소했다. 반면 1년 초과 5년 이하 중기채가 2조 6570억원으로 95.7%를 차지했다. 금리가 높은 국면에서 장기 조달 비용을 확정하기보다 만기를 짧게 가져가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자금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양상도 계속됐다. 금융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7월 주식·회사채 조달액 4조 2694억원 가운데 대기업 발행분이 4조 300억원으로 94.4%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은 2394억원(5.6%)으로 전월보다 24.1% 감소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인 ABS도 위축됐다. 7월 ABS 발행은 29건, 2155억원으로 전월보다 89.0% 줄었고 이 가운데 신용보증기금 등이 신용을 보강하는 P-CBO는 2건, 840억원으로 75.1% 감소했다.

 

주식 발행은 수치상으로만 급증했다. 7월 공모 주식 발행액은 1조 4924억원으로 전월 3155억원의 네 배를 넘었다. 다만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한 건이 1조 1713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78%를 채웠다. 이를 제외하면 3200억원 수준으로 6월과 차이가 크지 않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69.0% 줄었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포스코퓨처엠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몰렸던 데 따른 기저효과다.

 

기업공개(IPO) 부진도 이어졌다. 지난달 IPO는 2건, 616억원에 머물렀고 두 건 모두 코스닥 상장이었다. 1~7월 누적 IPO 조달액은 1조 7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79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한 조달은 올해 들어 1건, 2490억원이 전부다.

 

단기 자금시장은 증시 조정의 영향을 받았다. 7월 CP·단기사채 발행액은 175조 1742억원으로 전월 대비 96조 9071억원(35.6%) 감소했다. 이 가운데 단기사채가 119조 7749억원으로 46.3% 줄었다. 증권사 발행분이 6월 147조 5409억원에서 7월 46조 2602억원으로 급감한 영향이 컸다. 7월 증시가 하락하면서 위탁매매 증거금 등 단기 자금 수요가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CP 발행액은 55조 3993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7월 말 단기사채 잔액은 99조 152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2조 780억원(10.9%) 감소했다.

 

7월 말 전체 회사채 잔액은 766조 9540억원으로 전월보다 9조 7150억원(1.3%) 늘었다. 일반회사채가 순상환되는 가운데서도 잔액이 증가한 것은 금융채 발행이 21조 8571억원으로 유지된 영향이 크다. 은행채가 7조 2726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 724억원(12.9%) 감소했으나 금융지주채가 2조 2850억원으로 6250억원(37.7%) 늘어나면서 감소분을 상쇄했다.

이성태 stlee@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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