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가 나면 운전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결국 누구 잘못이 더 큰가로 모인다.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정보포털에서 최근 30일간 조회 건수 상위 3건을 차지한 과실도표도 모두 앞뒤로 따라가던 두 차량이 부딪힌 사고였다. 그런데 비슷해 보이는 이 사고들의 과실비율은 유형에 따라 크게 갈렸다.
① 앞차 끼어들기 사고…70 대 30
가장 많이 조회된 유형은 앞서 가던 차가 차로를 변경하다가 같은 방향에서 뒤따라 직진하던 차와 충돌한 사고다. 기본 과실비율은 차로를 변경한 앞차가 70%, 뒤차가 30%다.
앞차 책임이 무거운 근거는 도로교통법 제19조 3항이다. 차로를 바꾸려는 차량은 변경하려는 곳의 후행 차량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하며(대법원 1986년 86다카1551 판결),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정확히 조작해 뒤차에 위험을 주지 않아야 한다(대법원 2010년 2010도7009 판결). 그럼에도 뒤차에 30%가 남는 것은 운전 중 항상 전방을 주시하다가 앞차가 진로를 바꿀 때 감속이나 제동으로 사고를 피할 주의의무가 있기 때문이다(도로교통법 제48조 1항,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년 2018나1901 구상금 판결).

이 비율이 100 대 0으로 뒤집히기도 한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갑자기 끼어들었다면 차로를 변경한 차량이 전부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른바 '칼치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뒤차가 이를 예측하거나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고 다른 수정 요소가 함께 적용될 수 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뒤에서 오던 차가 차로를 바꾸면서 앞서 직진하던 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았다면 차로를 변경한 쪽에 일방과실이 적용될 수 있다. 두 차량의 선후 관계가 속도와 위치 면에서 일관되게 유지돼 왔고 앞차가 사고를 예측하거나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차선이 점선인지 실선인지는 따지지 않는다.
차로 폭이 넓어 같은 차로 안에서 두 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는 도로에서 진로를 바꾸다 부딪힌 사고에도 이 도표를 쓴다. 백색 점선 구간에서 뒤차가 앞차를 추월하다가 앞차 전방으로 차로를 변경한 경우에도 준용할 수 있다.
② 달리던 앞차 추돌…뒤차가 100%
조회 2위는 뒤차가 같은 방향에서 앞서 가던 차를 그대로 들이받은 추돌 사고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난 사고까지 포함된다. 기본 과실비율은 100 대 0으로, 추돌당한 앞차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전방주시 태만과 안전거리 미확보라는 뒤차의 잘못만으로 사고가 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차가 달리는 중이었든 도로에서 막 멈춰 선 직후였든 이 기준을 똑같이 적용한다. 다만 앞차가 이미 난 사고 때문에 도로에 주·정차해 있던 상태에서 추돌당했다면 다른 도표를 쓴다. 협회는 사고 유형마다 도표에 관리번호를 매겨 놓았는데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차42-1'이다. 포털에서 번호로 검색하면 바로 찾아볼 수 있다.

③ 주·정차 차량 추돌…세워둔 차는 과실 0
3위는 일반도로 가장자리나 갓길에 세워져 있던 차를 뒤에서 오던 차가 들이받은 사고다. 도로와 보도에 걸쳐 주·정차한 차량도 포함된다. 이 역시 세워져 있던 차에는 과실을 매기지 않고 들이받은 차가 전부 책임진다. 뒤에서 받은 형태가 아니라 옆을 스치거나 접촉한 사고에도 같은 도표를 적용한다.
차를 세워둔 위치에 따라 적용하는 도표는 달라진다. 고속도로 갓길에 주·정차한 차량을 추돌했다면 '차42-3', 고속도로 차로에 정차한 차량을 들이받았다면 '차42-1'을 본다. 앞선 사고로 도로에 서 있게 된 차량과 부딪힌 경우에도 '차42-1'이 적용된다.

포털 전면 개편
협회는 이날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정보포털을 전면 개편했다고 밝혔다. 메인 화면을 과실도표 조회와 내 사고 심의진행 조회, 과실비율 검색순위 등 이용 빈도가 높은 메뉴 중심으로 재구성해 원하는 서비스에 닿기까지 거치는 클릭 수를 줄였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 뒤에서 추돌당했어요"처럼 평소 쓰는 말로 사고 상황을 입력하면 가장 부합하는 과실도표를 추천하는 검색 기능도 새로 넣었다. 추천 키워드를 클릭해 찾아가는 방식을 추가했고 화면 우측 하단에는 '손보미' 챗봇을 배치해 어느 페이지에서든 바로 과실비율을 검색할 수 있게 했다. 모바일에서도 PC와 같은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협회 관계자는 "포털 전면 개편을 통해 소비자의 과실비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원만한 사고 처리를 지원해 과실 분쟁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변화하는 교통 환경에 대응해 과실비율 기준을 정비하고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