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1년치 보험료가 수백원에서 수천원에 그치는 소액 단기보험, 이른바 미니보험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계약 한 건에서 나오는 이익이 종신보험이나 장기 건강보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데도 상품 가짓수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온라인 가입에 거부감이 없는 20~30대를 새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ABL생명은 인터넷 전용 미니보험인 '(무)우리WON인터넷미니상해안심보험'과 '(무)우리WON인터넷미니건강지킴보험' 2종을 출시했다고 13일 밝혔다.
'(무)우리WON인터넷미니상해안심보험'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해 위험을 폭넓게 담은 보장성 상품이다. 교통사고와 뺑소니 사고를 최대 3000만원까지 보장하고 재해로 인한 입원과 수술, 골절, 외모 특정 상해 등도 보장 범위에 넣었다. 해당 특약에 가입하면 재해뿐 아니라 발생 빈도가 높은 골절까지 추가로 보장받을 수 있고 재해 입원과 수술은 정액으로 지급한다. 납입 방식은 1년 만기 일시납과 10년 만기 월납 가운데 고를 수 있으며 주계약 가입 나이는 만 19세부터 70세까지다.
'(무)우리WON인터넷미니건강지킴보험'은 생활 밀착형 위험 여섯 가지를 하나로 묶었다. 특정귀어지럼증 및 돌발성난청 진단, 특정갑상선기능저하증 진단,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비, 특정법정감염병 진단, 식중독 입원, 환경성질환 입원이 보장 항목이다. 보험가입금액은 1000만원이고 가입 나이는 만 19세부터 60세까지다. 1년 만기형에는 일시납, 10년 만기형에는 전기납 방식을 적용했다. 두 상품 모두 ABL생명 모바일에서 가입할 수 있다.
ABL생명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미니보험 2종은 합리적인 보험료로 필요한 보장을 선택적으로 준비할 수 있어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들에게 소액으로 가입 기회를 제공하는 틈새시장용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반영한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을 점차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같은 우리금융그룹 계열인 동양생명 역시 최근 두 달 사이 미니보험을 두 차례 내놨다. 지난 3일 선보인 '(무)우리WON하는mini기후질환보장보험'은 폭염과 한파로 생기는 질환을 보장 대상으로 삼았다. 열사병과 일사병, 열탈진 같은 온열질환이나 동상,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으로 진단받으면 10만원의 진단비를 준다. 보험기간 1년에 보험료를 한 번만 내면 되고 40세 기준 보험료는 남성 130원, 여성 150원이다. 가입 나이는 20세부터 70세까지다.
앞서 7월 15일에는 '(무)우리WON하는mini고혈압당뇨보험'을 출시했다. 고혈압으로 진단이 확정된 뒤 180일 이상 약물치료를 받았거나 당화혈색소 6.5% 이상으로 당뇨병 진단이 확정되면 최초 1회에 한해 최대 1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메트라이프생명은 특정 직업군을 겨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달 22일 출시한 '무배당 고마워요 의료천사보험'은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1년 만기 순수보장형으로 암과 질환 수술비를 보장하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물론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까지 가입 대상에 넣었다. 이 회사는 온라인 미니보험 가입 1건당 1만원을 적립해 기부하는 캠페인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기존에 팔아온 미니보험도 여러 갈래다. 재해 쪽에서는 깁스 치료를 보장하는 '무배당 뼈대있는 깁스보험'과 '무배당 뼈미니재해골절보험', '무배당 교통재해사망보험'을 판매하고 있고 건강 쪽에서는 위·십이지장 및 대장용종 진단을 보장하는 상품을 두고 있다. 암보험은 대장암·소장암, 위암·식도암, 폐암·후두암, 간암·췌장암 등 암종별로 나눠 필요한 보장만 고르도록 했으며 미니 암보험의 면책기간은 일반 암보험보다 짧은 30일이다. 어린이 상품인 '무배당 iLove아이보험'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보험료를 1만원으로 통일했다.
미니보험은 보험사 실적에 보태는 몫이 크지 않다. 2023년 도입된 IFRS17에서 보장성보험의 이익은 계약 시점에 한꺼번에 잡히지 않고 보험계약마진(CSM)으로 적립된 뒤 보장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된다. 보장기간이 1년에 그치는 미니보험은 CSM을 쌓아도 그해 안에 전부 소진되기 때문에 장기 보장성보험처럼 이익을 오래 끌고 갈 수 없다. 계약당 보험료 자체가 수백원에서 수천원 수준이어서 적립되는 CSM 규모도 미미하다. 보험기간이 1년 이하면 보험료배분접근법을 적용해 CSM을 따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실적 지표에는 아예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이 미니보험을 계속 내놓는 이유는 신규 고객 확보에 있다. 담보가 단순해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가입 절차도 몇 단계면 끝나 첫 계약을 유도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번 계약을 맺어두면 나중에 장기 상품으로 이어갈 접점도 생긴다. 미니보험 가입자에게 보장성보험이나 저축성보험처럼 보험료가 높은 상품을 다시 제안하는 업셀링(추가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암보험이나 종신보험 같은 대형 상품은 이미 포화 상태여서 새로운 영역을 찾다 보니 금액을 낮춘 미니보험 쪽으로 신상품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