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치매·간병보험인데 경증치매 보장이 업권에 따라 갈리고 있다. 손해보험사는 판매 상품 10개 중 8개꼴로 경증치매를 담보에 넣은 반면 생명보험사는 절반 넘는 상품이 경증치매를 기본 보장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치매 환자 10명 중 7명이 초기인 경도(경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돌봄 비용이 들기 시작하는 시기에 생보 상품으로는 보장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 11곳이 판매 중인 치매·간병보험 28개 가운데 경증치매(임상치매척도 CDR 1점 이상)를 주계약에서 기본으로 보장하는 상품은 12개에 그쳤다. 6개는 별도 특약에 가입해야 경증치매를 보장받을 수 있었고 나머지 10개는 특약을 붙여도 경증치매를 보장하지 않았다.
손보사 10곳의 치매·간병보험은 사정이 달랐다. 119개 중 92개(77%)가 경증 이상 치매를 담보에 포함했다. 한화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흥국화재는 사실상 전 상품에 경증 치매 담보를 넣었다. 다만 손보 안에서도 편차는 있어 AIG손보는 공시된 2개 상품 모두 경증 치매를 보장하지 않았고 DB손보(29개 중 17개)와 롯데손보(7개 중 3개)는 절반 안팎에 머물렀다. 치매 진단 담보 없이 장기요양 등급과 간병만 보장하는 상품도 25개였다.
CDR은 치매의 중증도를 최경도 0.5점부터 경증 1점, 중등도 2점, 중증 3점 이상으로 나눈 지표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4'를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추정 치매 환자 86만 7803명 가운데 경도가 67.7%로 가장 많고 중등도가 29.5%, 중증은 2.8%에 그친다. 경증 단계에서도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해지고 약물 치료와 돌봄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중증에 이르러서야 보험금이 나오면 실제로 돈이 드는 초기에 보장 공백이 생긴다.
생보에서 경증치매를 아예 보장하지 않는 10개 상품을 뜯어보면 성격이 제각각이다. 신한라이프 'ONE더케어'와 'ONE더케어Core'는 주계약이 사망보험금이고 치매 담보는 중증치매(CDR 3점 이상) 특약으로만 붙어 있어 상품명에 '치매간병'을 달고도 경증·중등도 단계에는 진단금이 나오지 않는다. 라이나생명 '전에없던치매간병보험'(해약환급금 미지급형)은 치매로 진단되면 재가급여 이용에 연동해 보험금을 주는 방식이라서 단계별 진단금과는 구조가 다르다. 나머지 상품은 사망·장해·암 보장이나 장기요양 등급 위주로 설계돼 치매 진단 자체를 대표 담보로 두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경증치매를 기본으로 보장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상품마다 크게 갈렸다. 흥국생명·DB생명·동양생명·iM라이프는 경증치매 진단금이 300만원인 반면 한화생명과 하나생명은 1000만원까지 준다. KB라이프는 가입금액의 100%, 신한라이프는 50%를 지급한다.
생보사들이 경증 보장을 줄이는 배경에는 손해율 부담이 있다. 전체 치매 환자의 68%가 경도 단계에 몰려 있어 경증 보장을 넓게 잡을수록 보험금 청구가 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신한라이프는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단계별 보장을 담은 기존 치매보험 판매를 중단한 뒤 이달 보장 구조를 바꾼 개정 상품을 내놨고 흥국생명은 경증 재가급여 한도를 월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낮췄다. 초고령화로 치매 인구가 내년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보사들은 청구가 많은 경증 진단금과 재가급여를 줄이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치매보험은 보장 여부뿐 아니라 진단기준도 오래된 걸림돌로 남아 있다. 금융위·금감원은 2018~2019년 경증치매 고액 보장 경쟁이 과열되자 일부 약관이 뇌영상검사(CT·MRI) 이상 소견을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못 박은 점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2019년 7월 뇌영상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지 않아도 CDR 등 종합평가로 진단을 인정하도록 약관을 개선했지만 지난해까지도 일부 상품이 여전히 영상검사 결과를 요구해 분쟁 소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상품명만 보고 치매보험에 가입하면 초기 단계에는 보장을 못 받을 수 있다"라며 "가입 전 경증치매 보장 여부와 진단금 규모, 진단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