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온 5세대 실손의료보험은 표준약관에 따라 어느 회사에서 가입해도 보장이 똑같지만 보험료는 회사에 따라 최대 두 배 넘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부담률과 보장 한도가 전 회사 동일한 만큼 보험료가 싼 회사를 고르는 것만으로 같은 보장을 절반 가까운 가격에 누릴 수 있다.
21일 보험다모아와 손해보험협회 상품 비교공시에 따르면 국내 10개 손해보험사가 판매 중인 5세대 실손보험(종합형)의 월 보험료(40세 남자 기준)는 최저 1만 1171원(농협손해보험)에서 최고 2만 3321원(롯데손해보험)까지 분포했다. 격차가 월 1만 2150원으로 2.09배에 이른다. 연간으로 따지면 14만 5800원, 보험료 조정이 없다고 가정할 때 10년 누적으로는 145만원을 웃돈다.
여자는 격차가 더 크다. 최저인 농협손보(1만 1525원)와 최고인 롯데손보(3만 1697원)의 차이가 2.75배에 달했다.
◆보장은 표준약관으로 동일…가격만 제각각
지난 5월 6일 출시된 5세대 실손은 산정특례 대상 중증 질환과 그 외 비중증 진료를 구분해 비급여 자기부담률을 다르게 적용하는 상품이다.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을 기존 30%에서 50%로 올리고 연간 보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인 대신 중증 비급여는 70%까지 보상하고 임신·출산과 발달장애 관련 급여 의료비를 새로 보장한다.
약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에서 2024년 말 기준 가입자의 65%가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않은 반면 상위 9%에게 전체 보험금의 80%가량이 쏠린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이런 지급 기준과 한도가 표준약관으로 정해져 있어 회사별 보장 차이는 없고, 보험료가 갈리는 배경에는 각 사의 위험률 경험치와 사업비 차이가 있다.
업계 평균 보험료를 100으로 놓고 보장 대비 가격 수준을 비교하는 보험가격지수 역시 회사별 편차가 컸다. 보험다모아 공시 기준으로 신한EZ손해보험이 92.6%로 가장 낮았고 현대해상이 111.1%로 가장 높아 18.5%포인트 벌어졌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실손은 보장이 표준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사업비 효율과 손해율 관리 역량이 보험료 숫자로 그대로 드러난다"라며 "신규 판매 초기라서 각 사가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했는지 보수적으로 잡았는지에 따라 격차가 더 벌어져 보이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가입 채널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 협회 공시에서 설계사 채널과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료를 함께 공시한 회사들을 보면 흥국화재는 다이렉트가 설계사 채널보다 5.7%, 삼성화재는 4.5% 쌌다. 온라인 채널은 모집 수수료 등 사업비가 덜 들어가는 만큼 보험료가 5% 안팎 내려가는 구조다.

◆첫해 저렴한 회사가 끝까지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어
기존 1~4세대 가입자도 이번 비교의 이해당사자다. 기존 가입자는 현재 가입한 보험사에서 별도 심사 없이 5세대로 전환할 수 있고, 전환 후 일정 기간 안에는 기존 상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1·2세대 가입자를 위한 선택형 할인 특약과 계약전환 할인 제도는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전환은 같은 회사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회사별 보험료 격차는 신규 가입자가 회사를 고를 때 실익이 더 크다.
가입 시점에 싼 회사가 끝까지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손보험은 해마다 갱신 때 보험료가 조정되는 상품이라 회사별 손해율에 따라 인상률이 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격차가 좁혀지거나 뒤집힐 수도 있다.
보험가격지수도 특정 연령이 아니라 전체 가입 연령대 보험료를 반영해 산출되기 때문에 지수 순위가 자기 연령대의 보험료 순위와 어긋날 수 있다. 흥국화재의 경우 지수가 97.2%로 업계 평균을 밑돌았지만 40세 남자 보험료는 1만 5671원으로 10개사 가운데 두 번째로 비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은 갱신형 상품인 만큼 첫해 보험료뿐 아니라 각 사의 과거 갱신 인상률까지 함께 비교하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자신의 연령과 성별 조건으로 직접 조회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라고 말했다.
성별로는 여자 보험료가 남자보다 평균 22%가량 높았다. 여자가 남자보다 의료 이용이 많은 위험률 특성이 반영된 결과인데, 격차 폭은 회사마다 달라 롯데손보는 36%에 이르는 반면 농협손보는 3% 수준에 그쳤다.
